오영훈 지사의 알 수 없는 사고방식에 병 들어가는 조직

▲ 제주특별자치도는 오는 21일부터 23일까지 한림종합운동장에서 제57회 도민체육대회(도민체전)를 개최한다. 21일 개회식이 오후 5시부터 진행되며, 이 때 메타버스를 도입한 화면이 커다란 전광판에 송출된다. ©Newsjeju
▲ 제주특별자치도는 오는 21일부터 23일까지 한림종합운동장에서 제57회 도민체육대회(도민체전)를 개최한다. 21일 개회식이 오후 5시부터 진행되며, 이 때 메타버스를 도입한 화면이 커다란 전광판에 송출된다. ©Newsjeju

흔히 공직사회를 '변화가 없는 철밥통'이라고 비유하곤 한다.

그런 비유가 나오는 건 다 이유가 있다. 공무원들은 철저히 '법'에 기초해 행정업무를 해야만 하기 때문에 '탄력성'이라는 게 사실 거의 없다. 

선의에 기대 인정을 베풀거나, 사회 통념상 상식적인 절차라 여겨 공무원이 스스로 판단해 행정행위를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아무리 인간성이 좋다는 공직자도 법률에 기반하지 않으면 승진을 할 수 없으니 정해진 '룰'을 따라야만 하는 곳이 공직사회다.

그러다보니 집행부를 견제하는 지방의회에선 늘 '공직혁신'을 지적한다. 고여있고, 정체돼 있는 물은 썩게 마련이니 보직을 순환시키고 타 부서와의 교류를 강화하라고 한다. 집행부도 이걸 안다. 먼 과거부터 가장 최근인 올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매년, 매번 반복돼 오고 있는 지적이어서다.

그래서 공직사회 수장으로 앉게 되는 새로운 리더들은 늘 초반엔 '혁신을 이뤄내겠다'고 강조하곤 했다. 과거 제주도지사를 지냈던 모든 리더들이 그래왔다. 내뱉는 말마다 거짓말 투성이였던 원희룡 도정 때도, 지난해 7월 취임한 오영훈 지사 역시 그랬다. 

혁신을 하겠다고 하는 그 자체는 좋다. 그런데 문제는 그 방식에 있다.

원희룡 전 지사는 거짓말을 자주 하는 바람에 제주도민들 뿐만 아니라 제주지역 언론들까지 속았었고, 최근 오영훈 제주도지사도 '공직혁신'을 묻는 제주도의원의 질문에 이상한 대답을 내놨다.

지난 4월 12일, 올해 첫 도정질문에서 이정엽 제주도의원(국민의힘, 대륜동)이 "아직도 제주 공직사회가 변화에 둔감하고 혁신을 이루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오영훈 지사는 "혁신을 이루기 위해선 새로운 경쟁 요소를 도입해야 하는데, 그러기가 쉽지 않으니 (차라리)최고가 되는 게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그러한 예로 도민체전을 전국 최고 수준으로 치르는 게 '혁신'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얼핏 그럴싸한 답변이었으나, 이정엽 의원을 포함해 이를 들은 많은 도민들은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도민체전을 최고 수준으로 치르는 것과 공직혁신이 대체 무슨 관계?'라는 의문을 들게 한 답변이어서다.

제 39대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취임식 행사가 7월 1일 오전 10시 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 개최됐다.
▲ 뜨거운 뙤약볕 아래서 지난해 제 39대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취임식 행사가 1000여 명을 모아 7월 1일 오전 10시 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 개최됐었다.

이 의문은 실제로 벌어졌다. 

최근 제주도정이 도민체전을 전국 최고 수준으로 개최하겠다며 규모를 엄청 키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 5000석 밖에 되지 않은 한림종합운동장이 개회식 장소인데, 이곳에 9000명을 수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나머지 4000석의 의자를 운동장에 배치하겠다는 구상이다.

<헤드라인제주>에서도 이를 비판했다. 정작 제주도정이 도민체전의 알맹이인 경기보다는 보여주기 위한 개회식에만 너무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제주도정은 안전관리계획 심의를 거쳐 허가한 순간 최대 밀집인원을 9000명으로 정했는데, 이미 개회식 입장권을 1만 장 넘게 배포했다. 그러면서 제주도정은 이러한 지적에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공무원 총동원령도 질타했다.

일단 오영훈 지사의 생각대로 도민체전 규모를 최대로 키울 심산인 모양이다.

여기에 메타버스를 시현하겠다며 초대형 전광판도 세운다.

하지만 메타버스는 이제 벌써 한물간 퇴역 아이템이다. 한 때 전 세계를 휩쓸면서 새로운 산업 아이템으로 급부상하는 듯 했으나, 국내 이동통신 3사에서의 이용률이 저조해 관련 주식들이 급락하고 있어서다. 급기야 메타버스의 거품론이 또 다시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 뿐만이 아니다. 페이스북의 모기업인 '메타'도 메타버스 플랫폼 조성사업을 대대적으로 꾸리겠다며 사명까지 바꿨으나 시장이 시들해지면서 최근 2차 정리해고까지 단행한 상태다.

이 때문에 여러 매체에서도 이를 경고하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허나 제주도정은 이 사업을 두고 '첨단기술과 스포츠의 만남'이라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이 사장되고 있는 사업에만 무려 22억 4000만 원(국비 15억 4000만 원)이 투입된다. 

한림종합운동장 대형 전광판에 오영훈 지사의 아바타가 나타나 도민체전에 참여한 선수들과 도민들을 격려하고, 제주의 미래산업을 소개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위해 개회식 날(21일) 단 하루, 단 한 번 쓰여지고 말 행사의 비용이다.

오영훈 지사의 과거 행적들을 보면 이렇게 크게 과장되게 보여주는 걸 좋아하는 타입임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7월 1일에 제주도지사 취임식 할 때가 대표적이다. 당시 취임식은 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 개최됐었는데,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운집할 수 있도록 천 석이 넘는 의자를 마련했다. '도민 정부시대' 출범 취지를 살리겠다며 각계 각층에서 우선 초대한 인원만 1000명에 달했다.

그런데 이날은 바람 한 점 없이 살갗이 탈 정도로 매우 뜨거운 뙤약볕이 내리쬐는 날씨였다. 그럼에도 행사는 역대 도지사 취임식 행사 중 가장 성대한 규모로 강행됐고, 더위를 참지 못한 수많은 인파들이 그늘로 대피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됐었다.

이번 도민체전 개최 준비 상황을 보면 이러한 성향의 연속성으로 비춰진다. 최대 규모로 치르는 것을 '혁신'이라고 생각하는 오영훈 제주도지사.

허나 혁신(革新)이라는 단어가 '낡은 것을 바꾸거나 고쳐서 아주 새롭게 함'이라는 뜻임을 상기해보면, 하루에 22억 원의 혈세를 이렇게 쓸 수 있는 것이 혁신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부호가 따라 붙지 않을 수 없다.

그가 생각하는 혁신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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