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자치도, 인구정책 시행계획 4대 전략 발표했으나
정책 목표 너무 비현실적... 목표 달성할만큼 대책 충분한가 의문

제주특별자치도가 오는 2026년에 초저출산을 극복하겠다는 정책 목표를 제시하고, 이에 따른 인구정책 시행계획 4대 전략을 1일 발표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제주의 총 인구는 69만 9000여 명이다. 10년 전에 비해 10만 7000여 명이 늘었으나 증가율이 점차 둔화되고 있다. 제주지역의 장래인구 추계(2020~2050년)에 따르면, 오는 2041년에 71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이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15~64세의 유소년과 생산연령인구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서다.

최근 제주지역 합계출산율은 0.92명이다. 전국 평균 0.78명에 비하면 양호한 수준이나, 전 세계적으로 보면 최하위 수준이다. OECD 38개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0명 이하인 나라는 한국 뿐이다.

이미 제주는 2018년부터 초저출산이 지속돼 왔으며, 2021년에는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초과하는 인구 자연감소(501명↓)가 시작됐다. 2022년엔 20대 연령 인구의 수도권 유출이 1510명에 이르면서 생산연령인구가 줄고 있다.

이에 제주도정은 오는 2026년까지 합계출산율이 1.3 이하로 통칭되는 '초저출산'을 회복하고, 생산연령인구 50만 명에 도달하는 것을 인구정책 목표로 설정했다. 지난 달 26일에 인구정책 조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했다.

한국의 지난 2015년도 출산율은 1.239명이다. 이는 전 세계 224개국 중 220위를 기록하고 있는 수준으로 도시국가 4곳을 제외하면 사실상 최하위다. OECD 국가의 평균 출산율은 1.68명이다. @pixabay.
▲ 한국의 지난 2015년도 합계출산율은 1.239명이었으나, 지난해 2022년는 0.78명이다. 2015년 당시나 현재나 이는 전 세계 모든 나라들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사진=pixabay.

# 매년 0.1명씩 합계출산율 상승, 가능할까?

목표만 놓고 보면, 매우 희망차 보이나 사실 실현 불가능에 가까운 수치다. 앞으로 3년 후까지 합계출산율 1.3을 돌파하려면 올해부터 매년 최소 0.1명 이상을 늘려야 한다. 

합계출산율은 임신 가능한 여성이 15세에서 49세 사이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낸 지표다. '합계출산율 1.0명'이라는 건 모든 여성이 일생동안 1명의 자녀를 낳는다는 얘기다. 이는 반대로 모든 가정에 2명의 자녀가 있다고 가정하면, 극단적으로 얘기해서 모든 가임 여성의 절반 정도는 출산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와도 같다.

이를 고려할 때 합계출산율 0.78명이라는 수치는 매우 충격적인 수준임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정확한 비유는 아니지만 알기 쉽게 비교를 한다면, 100곳의 가정에서 78명만 낳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1.3명'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지금부터 100곳의 가정에서 130명 이상의 자녀를 낳아야 한다는 얘기다.

즉, 결혼한 모든 여성은 반드시 1명 이상을, 전체 가임 여성의 30% 이상은 2명 이상의 자녀를 낳아야만 달성할 수 있는 목표 수치인 셈이다. 허나 현실적으론 평생동안 자녀를 낳지 않는 여성도 있기 때문에 일부 가정에선 3명 이상을 출산해야만 합계출산율이 1.3명을 넘어설 수 있다.

게다가 현재 인구 자연감소 추세를 고려하면, 현재 0.92명인 제주가 오는 2026년까지 3년 이내에 1.3명으로 늘린다는 건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제주도정은 올해부터 인구정책 방향을 달리 설계해 이를 이뤄내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 합계출산율과 인구증가율. 2021년 기준. 자료=국가통계포털. ©Newsjeju
▲ 합계출산율과 인구증가율. 2021년 기준. 자료=국가통계포털. ©Newsjeju

# 겨우 이 대책들로 합계출산율 1.3명 회복 가능해? 

제주자치도는 처음으로 교육청과 협업 시스템을 구축해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한 발판 마련에 나선다고 밝혔다.

우선 148개의 인구정책 세부사업을 66개로 집약·축소하고, 이 가운데 29개 신규사업에 1053억 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올해 첫 추경안에도 11건의 사업을 반영해 105억 원의 예산을 추가 편성했다.

제주도정이 마련한 대책은 4개 분야에서 추진된다. 저출산 대응을 위해 정부 정책과 연계한 ▲영아(만0세~ 만1세) 양육형 부모급여 지원 ▲수눌음 돌봄공동체 확대 ▲늘봄학교(도·교육청 협업) 운영 ▲전국 최초의 아동건강체험활동비 지원(만8세∼만9세) ▲영유아통합발달센터 운영 및 일·생활의 균형을 도모하기 위한 가족친화인증 기업도 확대해 나간다.

또한 경제활동인구 확충을 위해선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 도입(지역혁신플랫폼 구축) ▲신산업 성장 견인 청년인력 양성 ▲제주청년 희망사다리 재형저축 사업 ▲청년창업 스케일업 지원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청년 창업기업에 대한 성장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 

이와 함께 고령사회 대비를 위해 ▲우리마을 돌봄센터 운영 ▲노인 고독사 예방을 위한 어르신 누구나 돌봄 '인공지능 케어콜' 운영 및 어르신 건강증진을 위한 '곱을락' 프로그램 보급 ▲정부 공모사업으로 선정된 노인일자리 특화사업도 추진한다. 

이 외에 지역공동제 조성을 위해선 ▲이주·귀농인, 외국 이민자들을 위한 다문화 가족 정착지원 ▲청년창업농 영농정착 사업 확대 ▲지역활력기반의 체류인구 확충을 도모하는 제주 체류형 관광사업 '카름스테이' 지원 ▲워케이션 프로그램 사업을 통한 청년인구 유입 ▲인구감소지역의 생활서비스 기반 조성으로 지역 격차를 해소하는 마을 특화형 균형발전 사업을 추진해 나간다고 밝혔다.

▲ 국내 인구 통계 지표. 자료=국가통계포털. ©Newsjeju
▲ 국내 인구 통계 지표. 자료=국가통계포털. ©Newsjeju

# 현실적이지 않은 목표에 이거저거 갖다붙인 대책들...

허나 이들 정책사업들이 과연 '합계출산율 1.3명'을 달성하기 위한 대책이라고 볼 수 있는지가 의문이다. 저출산 대응책이라고 내놓은 것들마저도 '부모들이 적극적으로 자녀를 낳아도 좋겠다'고 여겨질 만큼의 대책이라고 볼 수 있는지도 애매하다.

목표를 보기 좋게만 설정해 놓고 조금이라도 관련 있다 싶은 대책들을 죄다 갖다붙인 듯한 형국이다.

국내 타 지자체 중 일부는 당장의 합계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5000만 원에 달하는 출산장려금을 주겠다는 곳도 있다. 물론 현금성 지원책이 얼마나 효과를 볼 수 있을런지 회의적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하나, 위에서 언급된 정책들로 과연 출산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런지가 더 회의적이다.

오영훈 지사는 이번 발표에 대해 "인구정책 관점과 부합하는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정책과제를 재설계했다"고 밝혔지만, 발표된 내용만 놓고 봐서는 전혀 와닿지가 않는다. 대부분 이미 진행되고 있는 사업들인데다가 특별히 저출산 회복만을 위한 대책들이라고 볼만한 게 없다.

출산율 회복은 부모들이 '아이를 낳아도 되겠다'고 인식되기 시작한 시점에 이르러서야 가능하다. 그럴려면 아이를 낳고 기르는데 부담이 없는 사회적 기반여건이 갖춰져야만 가능하다. 대체 '카름스테이' 관광사업이나 노인고독사 예방사업들이 출산율 제고 정책과 무슨 연관이 있어서 갖다붙인 것인지 의아할 따름이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