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귀포시 여성가족과 원 고 운. ©Newsjeju
▲ 서귀포시 여성가족과 원 고 운. ©Newsjeju

서귀포시 여성가족과 원 고 운

 어느 날 TV를 통해 한 산간 마을 왕진 의사의 인터뷰를 봤다. 산 넘고 물 건너 방문 진료를 하는 그 의사는 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진료만 하는 게 아니었다. 왕진 때마다 미끄럼방지 패드를 들고 다니며 어르신 댁 화장실 바닥에 붙여드리기도 하고, 허리가 불편한 어르신 댁 벽시계 배터리를 대신 갈아드리기도 하고, 양반다리를 하면 무릎에 부담이 갈 어르신들을 위해 주변과 힘을 모아 마을회관에 식탁을 놓기도 했다고 한다.
 작년에 보았던 그 인터뷰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 이유는 의사의 세심한 친절 때문이다. 의사와 환자의 관계를 넘어 진심을 담아 어르신들께 친절을 베푸는 왕진 의사의 모습이 무척 인상 깊고 멋졌다.
 친절을 베푸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작은 것부터 실천하라는 것이다. 나로 인해 누군가 한층 편하고 행복해질 수 있는 모든 행동이 친절이라고 생각하면 할 수 있는 게 보인다. 내가 당장 의사 선생님이 되어 환자의 삶을 어루만지는 친절을 베풀 수는 없다. 다만 건널목에서 쩔쩔매는 아동과 함께 길을 건너줄 수 있고, 걸음이 느린 어르신과 보폭을 맞춰 천천히 횡단보도를 건널 수는 있다. 문을 열고 건물에 들어서며 뒷사람을 위해 잠깐 문을 잡아 줄 수 있고, 배달 음식 후기를 작성할 때 맛있다는 표현을 나열하며 호들갑을 떨어볼 수도 있다.
 기억을 더듬으면 누구나 크고 작은 친절로 인해 고마웠던 경험이 있을 것 같다. 어느 친절한 시골 왕진 의사 같은 멋진 사람을 본받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을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이제 내가 친절을 베풀어보는 것은 어떨까. 친절은 그렇게 전파되고, 여전히 살맛나는 세상을 우리에게 선물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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