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교육국장, 행안부 유권해석 & 도감사위 감사 결과 이제와서 모두 '부정'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방보조금심의위원회의 재심의 문제를 두고 과거 2020년 때와 다른 입장을 내놔 제주도의원들을 당혹케 했다.

지난 2020년에 제주도정은 지방보조금심의위 문제 때문에 제주특별자치도의회와 갈등을 빚게 되자, 행정안전부에 이에 대한 유권해석을 의뢰한 바 있다. 당시 행안부는 '지방자치단체장이 동의한 예산을 다시 심의할 필요가 없다'고 제주도정에 통보했다. 또한 그 해 제주도감사위원회도 보조금심의위의 재심의가 위법하다고 보고 제주도정에 '주의' 통보를 내리기도 했다.

이 결과로 인해 당시 기획조정실장이 "앞으론 이런 사례가 없도록 하겠다"면서 사과까지 했다. 허나 불과 3년도 지나지 않아 제주도정은 이에 대한 입장을 바꾸고 행안부의 유권해석이나 도감사위의 지적까지 부정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위원장 이승아)가 10일 제416회 임시회 1차 회의를 열어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출한 2023년도 1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의한 자리에서 논란이 될 법한 집행부의 답변이 나왔다.

▲ 양경호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노형동 갑). ©Newsjeju
▲ 양경호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노형동 갑). ©Newsjeju

양경호 의원(더불어민주당, 노형동 갑)이 이 문제와 관련해 먼저 "올해 지방보조금심위위에서 문광위 소관 7개 사업이 부적정하다고 해 감액했던데, 의회에서 의결한 예산을 재심의하는 건 위법하다고 내린 행안부와 도감사위의 결과를 모르느냐"고 묻자, 오성율 문화체육교육국장은 "잘 모르겠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불과 3년 전 있었던 결과를 모르쇠로 일관하자 재차 양 의원은 "아니, 당시 기획조정실장이 사과까지 했고, 도감사위가 제주도정에 주의까지 내리지 않았느냐. 그걸 모른다는 거냐"고 질타했다.

그럼에도 오성율 국장은 "한 번 확인해 봐야겠다"고 답했다.

양 의원은 "대체 무슨 소리냐. 지난번 4월 임시회 때도 이 문제로 여러 의원들이 질문도 했고 도지사가 답변도 하지 않았느냐"고 다그치자, 그제서야 오 국장은 "그건 알고 있는데, 위법하다고 판정을 내릴 권한이 있는 기관인 법원에서 위법하다고 판결하기 전까진 위법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에 양 의원은 "지금 행안부의 유권해석과 도감사위의 감사결과를 부정하겠다는 거냐"고 물었고, 오 국장은 "(행안부 및 감사위)자료를 봐야겠다"며 "위법 판단은 그런 구조 하에서 이뤄진다"고 답해 사실상 도감사위의 감사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고히했다.

그러자 양 의원은 "당시 기조실장이 사과하고 앞으론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해서 일단락된 문제였는데 이후에도 계속 이어져서 12대 의회에서도 거론되고 있는 게 아니냐"며 "의회가 아니고 제주도정이 행안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해서 그 결과를 받았으면 그걸 따라야 되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오 국장은 "행정 내부에서 신중히 검토해야 될 사항"이라고 답변하면서 끝까지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면서도 오 국장은 "지적하는 사항에 대해선 저희도 충분히 어느 정도는 공감하고 있다"며 "불편한 행정 프로세스 측면에서 비효율적으로 간다는 측면도 있긴 하지만 현재론 도의 방침이 그렇다는 거고, 그걸 따라야 하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 양영식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연동 갑). ©Newsjeju
▲ 양영식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연동 갑). ©Newsjeju

이러한 제주도정의 입장에 양영식 의원(더불어민주당, 연동 갑)도 "재심의는 분명 의회의 의결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면서 "분명 2020년에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앞으론 이런 일이 차후에 없을 거라고 해놓고선 재심의를 반복하고 있는 건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양 의원은 "지난 3년간 코로나 때문에 가장 힘들었던 분야가 문화와 관광 아니냐. 그런데 이번 추경에서도 보조금 관련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보조금심의 결과, 47건의 보조금 사업 중 25건 무려 53%가 부적정하다고 봤다. 이게 대체 이해가 되나"고 물었다.

그러면서 양 의원은 "이건 보조금심의위의 횡포"라고 직격하면서 "문화 관광 분야에 대한 아주 지나친 홀대"라고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이에 오성율 국장이 "부적정 비율을 보면 심각하긴 한데 맥락을 다시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답하자, 양 의원은 "국장이 보조금심의위 대변인이냐. 문화체육국 소관 사업들이 절반이나 부적정하다고 나왔으니 열받고 기분이 나빠야 정상이 아니냐.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말하고 있느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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