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행자위, 지난 12일 송악산 부지 매입안 심사보류하자
제주자치도, "토지주가 사유재산권 행사하려 한다" 우려 문제 제기... 사실상 의회에 재심사 촉구 압박

제주 송악산 내 토지를 갖고 있는 중국의 신해원 기업이 자신의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조짐이 보이자 곧바로 제주도정과 의회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비춰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강철남)는 지난 12일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제출한 송악산 내 사유지 매입을 위한 2건의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심사보류 시켰다.

이에 제주특별자치도는 15일 입장을 내고 브리핑을 가진 뒤 "토지 소유자의 사유재산권 행사 등이 우려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 신해원 측은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는 송악산 진입로 및 주차장 출입을 막겠다는 의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이날 브리핑에서 기자들이 "사실상 협박이 아니냐"는 질문을 제기하자, 변덕승 관광교류국장은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면서도 "확정적으로 그렇게 답변한 건 아니나 그런 뉘앙스가 있어 그럴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송악산 일원 토지매입 대상지 현황도와 공유재산관리계획안 심사보류에 대한 입장 발표에 나선 변덕승 제주자치도 관광교류국장. ©Newsjeju
▲ 송악산 일원 토지매입 대상지 현황도와 공유재산관리계획안 심사보류에 대한 입장 발표에 나선 변덕승 제주자치도 관광교류국장. ©Newsjeju

# 송악산 내 사유지 매입, 뭐가 문제인가

문제가 되고 있는 이 부지는 당초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300번지 일원에 대한 '송악산유원지' 개발사업으로 추진되던 곳이다. 중국 청도의 유한회사인 신해원이 약 3219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2017년부터 숙박시설(호텔 399실, 콘도 54세대)과 휴양 및 특수시설 등을 조성하려 했다. 사업부지 면적만 19만 1950㎡ 정도다.

신해원은 이 사업 추진을 위해 2013년부터 송악산 부지를 매입하기 시작했으나, 경관 사유화 논란이 빚어지기 시작하면서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해졌다. 그러는사이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2020년 10월 25일에 '송악선언'을 발표하면서 2022년 7월 27일에 송악산 유원지 일대가 3년간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으로 지정돼 버렸다. 

그 후 2022년 8월 2일에 유원지로 지정(1995년 12월 29일)된지 20년이 경과되면서 도시계획시설로의 결정이 실효됐고, 사실상 '송악산 유원지' 개발사업은 좌초됐다.

이에 신해원은 그 해(2022년) 10월 21일에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 지정 취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법무부와 외교부, 제주도정을 상대로 ISD(국제투자분쟁센터)에 중재의향서를 접수시키기에 이르렀다. 신해원은 제주도정의 정책 변화로 1376억 원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부지 매입에 쓰인 금액은 약 190억 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제주도정에선 이 문제를 수습하기 위해 지난해 신해원 측과 물밑 접촉을 해오다 부지 매입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지난해 12월 29일에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 이 기본합의서에 따르면, 일단 올해까지 전체 매입부지의 30%를 지급하기로 했다. 다만, 부득이한 사유가 발생할 시 1년 더 연장할 수 있도록 했으며, 양 측 합의에 의해 더 연장도 가능하나 2025년까지 최종 마무리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신해원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는 총 170필지 40만 748㎡에 달한다. 총 매입비용은 571억 원이다. 유원지 개발 예정지였던 98필지(18만 216㎡)와 도립공원 사유지 72필지(22만 532㎡)를 사들이게 된다. 이 가운데 30%인 161억 원이 이번 제1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반영됐다. 190억 원에 사들인 땅을 3배가 넘는 돈으로 팔게 되는 셈이라 무려 400억 원에 가까운 이득이 생기는 셈이다.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사업 조감도
▲ 신해원 측이 추진하려던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사업 조감도.

# 한 쪽에선 바짝 엎드리고, 한 쪽에선 '불난 집에 기름 붓고'... 행정, 소통 실종

문제는 이 부지를 지금 꼭 사들여야 하느냐는 점이다. 일단 기본협약서 상 올해 안에 30%만 매입하면 된다. 때문에 굳이 이번 추경이 아니더라도 2차 추경 때 가능하다는 게 의회(행정자치위원회)의 입장이다. 재정안정화기금을 무리하게 떼어내 집행하면서까지 당장 시급히 매입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고 봤으며, 이보다 더 시급한 민생경제 사업에 예산을 더 투입해야 한다는 논리로 심사보류 시켰다.

반면, 제주도정에선 송악선언 3년 경과 후인 올해 10월 24일이 경과되면 ISD(국제소송)에 제소를 할 수 있게 된다며 가급적 그 이전에 토지주(신해원)에게 1차 매입비용을 건네야 협약이 원만히 추진될 수 있을 거라는 소견이다.

그러면서 제주도정은 도의회에서 이와 관련된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심사보류 시켜버림에 따라 신해원 측이 행정에 "사유재산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고 알려왔다고 이날 브리핑하기에 이르렀다.

변덕승 관광교류국장은 "송악산 주차장과 올레길, 진입로를 갖고 있어 사유재산권 행사 시 지역주민 및 관광객들의 통행제한 등에 상당한 불편을 주고 경관 사유화가 우려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실상 토지주의 압박 행태를 제주도정을 통해 의회에 전달한 수순인 셈이다.

이러다보니 의회에선 심기가 더욱 불편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보조금사업 재심의 문제로 집행부와 의회 간 갈등을 빚으면서 '예산전쟁'으로까지 번져가는 형국이다.

이날 같은 시각, 보건복지안전위원회(위원장 김경미)는 보조금심의 문제로 허문정 기획조정실장을 불러 "제발 소통 좀 하시라. 예산편성의 원칙과 기조가 없다"고 강하게 꾸짖었다. 결국 허문정 실장이 "죄송하다. 인정한다"며 "다음부턴 이러지 않도록 하겠다"고 사과까지 했으나, 정작 관광교류국에선 의회를 협박(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결국 이날 브리핑으로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고 말았으니, 이는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의중으로밖에 풀이될 수 없어 집행부와 의회 간의 '예산전쟁'은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한편, 오영훈 지사는 이날(15일) 오전 도정현안 공유 티타임 자리에서 각 실·국장들에게 "심사보류 사태를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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