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보건복지위원장 칼날 지적에 허문정 기조실장 "뼈 아프게 생각한다"
제주자치도, 지난 2020년 이어 4년만에 또 다시 "앞으론 이런 일 없도록 하겠다" 답변

예산 편성 문제와 관련해, 특히 보조금 재심의와 의회의 예산 증액 후 도지사가 동의한 것을 다시 재편성하는 문제를 두고 제주특별자치도가 4년 만에 똑같은 대답을 내놨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위원장 김경미)는 15일 허문정 기획조정실장을 다시 불러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집행부의 태도를 강하게 꾸짖었다.

이상봉 의원과 현지홍 의원, 양병우 의원들이 보조금사업 재편성 문제와 관련해 연달아 질의를 하고 난 후 김경미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삼양·봉개동)은 "솔직히 웃기지 않느냐"며 "본회의에서 증액한 것을 1차 추경안으로 도정이 삭감해서 편성해버리면 의회가 다시 증액해야 되는거냐"고 반문했다.

이에 허문정 기획조정실장은 "앞으론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예산 편성에 대한 기준과 원칙을 갖고 의회와 협의해 가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그러자 김경미 위원장은 "예산의 원칙이 없다. 보조금심의를 통해 부동의 됐던 사업들 중 어떤 건 이번에 반영된 게 있는 반면, 비슷한 어떤 사업은 삭감됐다"며 "명확한 사유 없이 이렇게 재편성 할거면 최소한 왜 이렇게 된 건지 소통은 이뤄져야 할 게 아니냐. 기조실에 '기조'가 전혀 보이질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에 허문정 실장은 "뼈 아프게 생각한다"며 "원칙과 기준이 없이 해오다 보니 '조건부 동의'라는 아주 안 좋은 형태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앞으론 보다 소통하면서 올바른 예산 문화를 정착시켜 나가겠다"고 수그렸다.

기획조정실장이 예산 편성 문제와 관련해 "앞으론 이렇게 하지 않겠다"는 답변은 과거 2020년에도 나왔었다. 그 때에도 보조금 재심의 문제를 두고 행정안전부의 유권해석 결과와 제주도감사위원회로부터 지적을 받게 되자 당시의 기획조정실장이 이 같이 답하며 의회에 사과한 바 있다. 

▲ 김경미 보건복지안전위원장과 허문정 기획조정실장. ©Newsjeju
▲ 김경미 보건복지안전위원장과 허문정 기획조정실장. ©Newsjeju

# 부활한 부동의 사업들, 기준이 없다...

현지홍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도 기획조정실의 예산 편성에 원칙과 기조, 형평성이 모두 무너졌다고 평가했다. 

현지홍 의원은 "영등굿 공연이나 차귀도 보호구역 정비, 마라도 유해동물 퇴치사업들이 무슨 민생경제 예산이라는거냐"며 "보통 도지사가 어디 가서 뭘 하겠다고 말하면 그게 예산 편성하겠다는 약속이 아니냐. 그런데 이렇게 반영이 안 되면 지사를 거짓말쟁이로 만드는 것밖에 더 되느냐"고 질타했다.

이어 현 의원은 "복지사업 예산이 편성되면 누가 재단을 하느거냐"며 "대체 기준이 뭐냐. 죄다 삭감이다. 분명 똑같은 기준을 댓을텐데 어떤 건 반영되고 어떤 건 삭감이 되는거냐"고 물었다.

허문정 기조실장이 "예산이 한정돼 있어 모두 반영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답하자, 현 의원은 "그러면 소통해야 하지 않겠나. 올해 본예산에서 의회가 증액해 지사가 동의했지만 부동의 된 사업들 71건 중 4개가 이번 추경엔 반영됐다. 부동의한 사업을 다시 편성할 수가 있는 거냐"고 다시 물었다.

허 실장이 "그렇게 해선 안 된다"고 답하자, 이번에도 현 의원은 "장애인 자립재활센터 운영비 추가 지원으로 서귀포시 예산은 살아났는데 똑같은 사업으로 제주시 거는 삭감됐다"며 "대체 이거 기준이 뭐냐"고 즉답을 요구했다.

이에 집행부가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자, 현 의원은 "부동의 됐던 사업을 살려줘서 감사하긴한데, 일관성이 있어야지 이건 왜 살려놓고 다른 건 왜 안 살려주는거냐"고 꼬집으면서 "명확한 이유없이 이 4건이 반영됐으면 최소한 예산 담당관에서 이걸 설명할 수 있어야 되지 않겠느냐"고 질타했다.

▲ 양병우 의원(무소속, 대정읍)과 현지홍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Newsjeju
▲ 양병우 의원(무소속, 대정읍)과 현지홍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Newsjeju

# "도지사가 편성하면 민생예산이고, 의회가 증액하면 아닌거냐"

양병우 의원(무소속, 대정읍)은 집행부의 예산 편성태도가 '내로남불' 행태라고 힐난했다.

양 의원은 "자꾸 민생예산이라고 하는데 민생의 범위가 어디까지냐. 도지사에게만 민생이 있고 의회엔 없다는 것이냐"며 "지사는 도민들의 선택을 받았고, 도의원들도 각 지역별 주민들의 선택을 받아 대신 의견을 전달해주고 있지 않나. 의회를 무시하고 행정이 무슨 대단한 권력을 갖고 있는 걸로 착각하는 거 같다"고 질타했다.

허문정 실장이 "그게 아니"라고 항변하자 양 의원은 "그럼 말만 하지말고 보여달라. 같이 노를 저어 가야 될 게 아니냐"고 주문했다.

이어 김경미 위원장이 20여 분에 걸쳐 성토를 쏟아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와 올해 전체 예산 대비 보조금 투입 예산 내역을 비교 분석한 표를 보여주면서 지방비 보조금이 삭감된 현상을 짚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보건복지 분야 보조금 예산이 9650억 원에서 올해 9970억 원으로 3.27% 증가했는데, 그 만큼은 되지 않더라도 증가돼야 할 지방비 보조금이 되려 2.27% 감소했다. 액수로 보면 495억 원이 자체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었다는건데 이걸 오히려 감액시켰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읍면동 민생예산과 복지위 사회복지 보조금 사업들을 다 합쳐야 이 숫자가 나온다. 큰 덩어리만 생각하다보니 이런 것"이라며 "민생을 위한다곤 하지만 읍면동이 마주하는 문제들과는 너무 단절돼 있다. 예산 부서가 한 번이라도 읍면동을 방문해 보기는 했나. 복지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사연마다 다 다른데 하나의 큰 규정으로 일괄 삭감해버리는 게 과연 옳은거냐"고 꼬집었다.

또한 김 위원장은 "지방보조금 6개 예산 편성목 중에 사회복지시설 법정 운영비와 사회복지 사회보조 2개가 들어간다. 이러면 모든 보조금 심의사업 중 30% 이상을 복지 예산이 차지한다는 것"이라며 "이러다보니 복지위 보조금 사업들이 삭감 1순위가 되고 있는 것"이라고 적시했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보조금 사업들이 올라올텐데 복지위 의원들이 이 사태에 얼마나 비통하는 줄 아나. 상임위를 해체해야 할 판"이라며 "그런데도 자체 지방비 보조금 예산을 삭감한 것이고, 이건 집행부가 진짜 고민해야 할 될 일"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본 예산 편성 뒤 1차 추경에서 기존 사업들을 삭감하고 재편성하는 것도 도지사의 권한이냐"고 다시 물었고, 허 실장이 "그렇다"고 답하면서 재차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