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8년 2월 11일)

바람도 부드럽고 날씨도 따뜻하니 새들도 서로 화합한다.

느지막이 거친 짚신을 고쳐 신고 나섰다.

김예영(金禮英)으로 하여금 도끼로 나무를 치고 빙설을 뚫으며 길을 열어 앞으로 나아가게 하였다.

혹 말을 타기도 하고, 혹 걷기도 하고, 혹 수례를 타기도 하며 오백장군(五百將軍) 골에 가서 구경하였다.

골은 일명 '영곡'(靈谷)이라고 한다. 층을 이룬 묏부리들이 하얗게 둘러싸서 구슬 병풍을 만들었다.

세 갈래 폭포가 걸리었는데 하아의 골짜기로 쏟아진다.

고단(古壇:낡은 단)이 있는데, 단 위에는 홀로 복숭아나무가 심어져 있다.

이어 단에 올라 대숲에 기대어 안고서 남쪽 바다를 굽어 살펴보니, 한결같이 만리(萬里)가 푸르다.

참으로 섬 중에 제일의 동천(洞天:하늘에 통하는 신선들의 거처지)이다.

또 기암들이 있는데, 물가와 산위에 사람처럼 서있으며, 무려 1100개나 된다.

아마 이 때문에 골의 이름을 얻은 것이라 생각된다.

구경을 즐기다가 시간이 흘렀다.

이어 존자암(尊者庵)으로 가서 바둑 두는 것을 보았다. 저녁 때 대정 현감이 비장 편에 먹을 것과 두 색깔의 귤을 보내어 왔다.

옛날 한이 천하를 차지하자
전횡(田橫)이 바다 섬으로 돌아갔네.
서로 따라온 5백인은
용맹한 기운이 창천에 닿았네.
한은 전횡을 왕후로 삼고자 하였으나
전횡은 낙양 길에서 죽었네.
그 길손들은 바다 섬 속에 있었으니
이를 듣고 마땅히 그리 하리로다.
웅대한 마음은 함께 격렬하고
한 번 죽어 서로 응수함을 알겠네.
정령은 한나라 땅을 부끄럽게 여기어
머리 풀고 훌쩍 동쪽으로 날아왔네.
이곳 신선 고을에서 돌로 되었으니
푸른 바다 속에 우뚝 서있네.
만고에 한 조각 변함없는 마음은
푸른 바다에 외로운 달빛이구려.
나그네가 예 이르러 옛 생각 일어나니
영웅의 풍모는 귀밑털을 흩날리네.
한마디 말로 깊은 원한을 위로하나니
한팽(韓彭)도 부월을 받았다네.

영곡(靈谷)에서 돌아왔으나 신선의 흥취를 이기지 못하고 이어 보허사(步虛詞:허공을 거닒)를 지었다.

옥동에 앉아 참선을 하니 가학(駕鶴)이 돌아오고
맑은 구름이 나직이 자색 연기 옷을 적시네.

남은 바둑 한 국에 바다 하늘이 밝아오니
달은 신선 땅을 비치고 북두성도 희미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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