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어 올해도 제주포럼에서 '생태법인' 관련 세션 열려

▲ 생태법인 제도의 법제화를 위한 논의가 제18회 제주포럼 '생태법인 제도 공유를 통한 아시아-태평양 생태평화공동체 형성' 세션에서 다뤄졌다. ©Newsjeju
▲ 생태법인 제도의 법제화를 위한 논의가 제18회 제주포럼 '생태법인 제도 공유를 통한 아시아-태평양 생태평화공동체 형성' 세션에서 다뤄졌다. ©Newsjeju

인간이 아닌 살아있는 객체에 법인격을 부여하자는 '생태법인'에 대한 논의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제주포럼에서 다뤄졌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지속가능한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을 주제로 지난 5월 31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제18회 제주포럼에서 '생태법인 제도 공유를 통한 아시아-태평양 생태평화공동체 형성' 세션이 1일 개최됐다.

생태법인(Eco Legal Person)은 사람 외에 생태적 가치가 중요한 자연환경이나 동식물에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다. 기업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것처럼 생태적 가치가 중요한 비인간 존재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는 인간의 활동영역이 넓혀지면서 멸종해가는 특정 종의 동물이나 그 동물을 둘러싸고 있는 생태계를 보호하자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개념이다. 실제로 지난 2017년에 뉴질랜드 의회는 마오리족의 터전인 환가누이강에 법인격을 부여해 이 강을 보호하는 법률을 제정한 바 있다. 제주에선 이 사례를 견본삼아 곶자왈과 지하수, 남방큰돌고래 등에 생태법인을 부여해 보호를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2월 국회에서 '생태법인 입법 정책토론회'가 개최되면서 생태법인 제도 도입을 위한 공론화가 시작됐다. 이 때 남방큰돌고래에게 생태법인을 부여하자는 게 최초의 공론화였고, 지난해 9월에 개최된 제주포럼에서 '생태법인'에 대한 개념이 다뤄졌다. 

이후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지난해 10월 6일께 '도정 100일 도민보고회'를 통해 생태법인 제도 도입을 공식 선언하고, 올해 3월에 생태법인 제도화를 위한 워킹 그룹이 출범하기에 이르렀다.

생태법인이라는 낯선 개념이 제시된 지 불과 2년만에 공론화 단계를 거쳐 법적 제도화 단계에 접어든 셈이다.

올해 제주포럼에선 국내에서 이 개념의 도입을 처음으로 제안한 진희종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 강사가 기조강연에 나섰다. 지난해 제주포럼 때도 참석해 생태법인 개념을 설명한 바 있다.

▲ 국내에선 처음으로 생태법인 개념을 제안한 진희종 제주대학교 교수. ©Newsjeju
▲ 국내에선 처음으로 생태법인 개념을 제안한 진희종 제주대학교 교수. ©Newsjeju

진희종 강사는 "불과 2년 전 쓴 논문에서 제시된 개념이 짧은 기간 내에 대중화되고 있는 건 많은 관심이 뒤따랐기 때문"이라며 "그간 자연을 도구로 본 인간중심주의 사고의 결과물이 생태법인을 등장하게 한 필연적인 이유"라고 말했다.

'생태법인'의 개념은 지난 2011년 프린스턴대학교의 폴 테일러(Paul W. Taylor) 교수가 쓴 '자연에 대한 존경(Respect for Nature)' 논문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테일러 교수는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스스로 자기를 보존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목적론적인 삶을 지향하는 존재다'라고 명시했다.

진희종 강사는 생태법인의 개념을 두고 "인류 전체, 미래세대를 위해 자연의 공공성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라면서 "이 제도의 도입은 자연을 바라보는 인간의 인식과 태도를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진 강사는 "제주에서 바다가 길이라면 인도와 태평양을 거쳐 어느 곳으로든 이어져 평화와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라 본다"며 "결론적으로 제주는 생태법인의 이념과 가치를 전 인류와 함께 하고자 하는 것"이라면서 "인간과 자연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지속적인 만남과 소통의 장을 열어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생태법인 제주포럼'이 제주에서 정기적으로 개최되기를 바란다고 제안했다.

이어 기조발표에 나선 장수진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장은 "이 제도가 실제 적용되기 위해선 법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나 법안이 제정돼야 하고, 이를 인간들이 허용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한 장수진 소장은 "또한 생태법인으로 지정된 동물이나 대상이 스스로 인간에게 자신의 권리를 얘기할 수 없기 때문에 생태법인의 상황을 관리하고 어떻게 지속되고 있는가에 대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부연했다.

장 소장은 남방큰돌고래를 구체적인 예로 들면서 그들의 활동영역과 어떤 먹이를 먹고 사회성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으며, 인간에 의해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 등을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장 소장은 "생태법인이 특정 종을 보호하자는 것이지만, 법인격을 부여하면 해당 종의 서식지를 다 살펴봐야 하는 것이어서 이는 인간의 활동영역을 포함한 그 생태계 전체가 공존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되기 때문에 정보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져야 생태법인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장 소장은 "더 많은 사람들과 정보를 교환하고 확장해야 하는데, 2년마다 개최되는 해양포유류학회가 아직까진 아시아권에서 개최된 적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생태법인 제도의 법제화를 위한 논의가 제18회 제주포럼 '생태법인 제도 공유를 통한 아시아-태평양 생태평화공동체 형성' 세션에서 다뤄졌다. ©Newsjeju
▲ 생태법인 제도의 법제화를 위한 논의가 제18회 제주포럼 '생태법인 제도 공유를 통한 아시아-태평양 생태평화공동체 형성' 세션에서 다뤄졌다. ©Newsjeju

이에 강민철 제주특별자치제도추진단장은 오는 2028년에 해양포유류학회가 개최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생태법인 국제포럼도 제주에서 정기적으로 개최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화답했다.

또한 강민철 단장은 "현재 제주에선 자치법규 제정을 통해서 생태법인을 제도화하는 것과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법률 제정 등 두 가지 방향으로 동시에 추진 중"이라면서 "제주특별법 상에 명시된 환경보전 항목을 통해 남방큰돌고래의 보호를 위해 조례를 제정하는 것도 크게 어렵지만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지난해 제17회 제주포럼에선 '기후생태위기 극복을 위한 자연과 인간의 공존 모델 : 제주의 생태법인 모색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세션이 열린 바 있다. 지난해엔 생태법인을 도입하기 위한 담론의 장이 열렸었다면, 올해엔 법적 제도화를 위해 어떤 움직임이 뒤따라야 하는지에 대한 실체적 대안들이 제기된 자리다. 개체 수가 불과 120여 마리에 불과한 남방큰돌고래들의 사례를 시작으로 인간과 멸종위기 동물들간의 공존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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