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제품 구매실적 공개 도 조례에 명시돼 있지만 지켜지지 않아 유명무실

제주의 중소기업들이 생산하고 있는 제품들이 여전히 지역 내에서 우대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제주에서 20개의 기업을 상장시키겠다며 제주지역 중소기업 육성에 큰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여전히 외면당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 2019년 5월 8일에 문경운 전 제주도의원이 대표발의한 '제주특별자치도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 조례'가 제정된 후 2021년 6월 25일부터 시행 중이지만 현재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다.
해당 조례의 상위법인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만 따르고 있을 뿐, 제주에서 제정된 조례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어서다.
#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정한 중소기업제품 공공구매 목표비율 제도는 공공기관의 연간 구매총액 중 일정 비율 이상을 중소기업제품 및 기술개발제품을 구매하도록 의무화함으로써 중소기업제품의 실질적 구매 효과를 높이기 위한 제도다.
이 법령에 따라 전국의 모든 공공기관들은 해당연도에 구매할 제품(물품, 공사, 용역)의 구매 총액 대비 50% 이상을 반드시 중소기업에서 생산한 제품들로 구매해야 한다. 또한 기술개발제품은 중소기업 물품 구매액 중 15% 이상을 구매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기술개발제품 우선구매 제도는 중소기업제품 중에서도 특히 중소기업이 정부로부터 인증받고 생산해 낸 기술개발제품의 판로를 지원하고 기술개발 이용을 고취시키기 위해 중소기업자가 개발한 기술개발제품을 공공기관에서 우선적으로 구매토록 하는 제도다.
우선구매대상 기술개발제품엔 우수조달물품, 혁신제품, 성능인증, 녹색기술제품 등 총 13종이 있다. 이 제품의 의무구매비율이 중소기업제품의 15%밖에 안되는 건, 정부의 까다로운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해서 기술개발제품을 생산해 내는 기업들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최초 제정될 시엔 10%였다.
이 법령과 제도들은 모두 중소기업제품 판로 확대가 2차 산업 육성의 시발점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은 정부가 지난 2009년 5월 21일에 최초 제정하면서 마련됐다. 법령 시행은 그 해 11월 22일에 이뤄졌다.
제주에선 2019년에야 조례로 제정해 제주지역에 있는 중소기업들의 제품들을 구매하도록 명시했다.

# 알 수 없는 제주지역의 중소기업제품 구매 실적
'제주특별자치도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 조례'를 제정하게 된 건, 제주도 내 공공기관들이 '제주' 지역에서 생산된 중소기업제품을 구매토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간 제주에선 상위법에서 정한 구매의무 비율을 맞추기 위해 대부분 제주가 아닌 도외 지역의 중소기업제품들을 주로 구매해왔다. 그 이유는 제주도 내 중소기업들 중 제조업이나 건설업 수가 겨우 4% 정도에 불과해 공공기관에서 필요한 수준의 물품 조달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허나 제주의 공공기관들이 제주지역 기업들의 제품을 사주지 않는다면 과연 2차 산업을 키울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고, 2019년에 문경운 전 제주도의원의 대표발의안으로 해당 조례가 제정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2023년 7월 현재, 예전의 관행은 그대로였다.
해당 조례에선 제3조 1항에 '제주도지사는 제주에 있는 중소기업자의 수주 기회가 늘어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명시해두고 있으며, 제주에서 생산하는 중소기업제품의 구매실적을 도 홈페이지에 게시하도록 하고 있으나, 현재 이것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태다.
<뉴스제주>가 제주특별자치도에 이와 관련한 구매 계획 및 실적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했으나, 돌아온 건 상위법에서 정한 의무구매 비율과 전체 구매실적(비용) 뿐 제주지역에서 얼만큼의 중소기업제품을 구매했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전혀 추계하고 있지 않았다.
조례에 따라 도 홈페이지에 게시된 자료 역시 전체 구매비용 데이터만 공개돼 있을 뿐이다. 제주지역 중소기업제품을 어느 정도 구매했는지 알 수 없다. 중소기업제품 구매실적 데이터가 이러하니 중소기업제품의 15% 이상을 구매해야 하는 기술개발제품 데이터 역시 집계돼 있을리 만무했다.

# 안이한 행정과 혼자만 떠드는 도지사의 2차산업 공약들
이 문제와 관련해 도 관계자는 "한 해에만 수만 건의 중소기업제품들을 구매하고 있다보니 제주지역과 도외지역의 중소기업제품 실적을 따로 나눠 집계하고 있지 않다"고 토로했다.
기자가 "그러면 도 조례 위반이 아니냐"고 반문하자, 도 관계자는 "조례 상에 반드시 제주지역에서 중소기업제품을 구매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 않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이에 해당 조례안의 5조 항목들을 열거해주자 더는 반박하지 못했다.
5조 1항에선 '도지사는 제주자치도에서 생산하는 중소기업제품의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을 위하여 제주자치도와 공기업 등의 전년도 중소기업제품 구매실적을 제출받아 제주자치도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그 내용을 제주도의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서면으로 보고해야 한다'고 돼 있다.
허나 현재의 구매실적 보고서로는 제주에서 생산하는 중소기업제품을 얼만큼 구매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상위법에서 정한 의무구매비율을 준수하고는 있지만 한 해 수만 건에 달하는 계약들 중 과연 몇 %나 제주의 중소기업제품들을 쓰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있지도 않는 상태다.
제주의 최상급 기관인 제주도청에서부터 관리 현실이 이러니 자연스레 제주자치도 산하 공공기관들도 당연히 제주지역 중소기업들의 제품 구매 관리에 뒷전일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 구매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국제컨벤선센터와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제주한의학연구원, 제주테크노파크, 제주자치도사회서비스원 등의 공공기관에선 여성기업제품과 기술개발제품 구매 실적이 전무하다.
이 가운데 제주국제컨벤션센터와 제주테크노파크는 지난해 기술개발제품에 대한 구매계획(각각 1억 2300만 원, 23억 7200만 원)을 세우고도 두 곳 모두 실적이 0건 0원이다.
반면 지난 한 해 제주자치도 본청에서만 구매한 '물품/공사/용역' 총액은 1조 1494억 2100만 원에 달하며, 이 가운데 중소기업제품의 구매액은 총 9820억 5800만 원에 이르지만 이 가운데 제주지역 중소기업제품을 얼만큼 구매했는지는 알지 못한다. 기술개발제품 구매액도 580억 1200만 원에 이르지만 제주지역 제품 구매액을 따로 통계내고 있진 않았다.
또한 제주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공기업인 제주도개발공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총 구매액이 1092억 8500만 원이며, 이 가운데 중소기업제품은 788억 2700만 원이지만 제주지역 중소기업제품을 어느 정도 구매했는지 모른다.
현실이 이러하니 조례 8조 1항도 무용지물이다. 해당 조항에선 '도지사는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에 관한 사항을 협의 조정하기 위해 공공구매기관 협의회를 구성할 수 있다'고 명시해 두고 있으나 현재 구성돼 있지 않다.
결국 도지사가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고, 의지가 있느냐다.
지난 지방선거 때부터 제주에 상장기업을 유치하겠다던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역대 그 어느 도지사보다 2차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허나 실제 행정에선 여전히 예전의 관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판국에 상장기업을 유치한들 제주지역 2차 산업 부흥이 가능할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