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자치도, 8~9세 아동에게 주는 건강체험활동비... 결국 올해 3개월만 지급

아동에 대한 복지혜택 서비스를 두고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가 부딪혔으나, 결국 중앙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로 지방정부가 무릎을 꿇게 되고 말았다.
선택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 간의 이념대결에서 중앙정부를 손에 쥔 윤석열 정권이 정한 노선이 '선택적 복지'였기 때문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8~9세 아동에게 월 5만 원을 지급하려던 '아동건강체험활동비' 지원 사업이 올해 10월부터 12월까지 단 3개월만 지원하는 한시사업으로 그치게 됐다.
당초 오영훈 제주도정은 정부에서 아동수당이 지급되고 있었지만 아동수당이 7세 아동에게까지만 월 10만 원을 주는 혜택이어서 8세 이상 10세 미만 아동들의 건강권을 확보해주겠다는 취지에서 '건강체험활동비' 명목을 신설해 월 5만 원을 지원해주고자 계획을 세웠었다.
이를 위해선 국가사회보장위원회로부터 신설협의를 거쳐야만 한다. 사업비 전액이 지방비로 지출되는 것이지만, 이러한 사업을 시행하려면 지방정부라 해도 중앙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제주자치도는 보건복지부에 이 사업계획을 올해 4월에 신청할 계획이었으나, 느닷없이 윤석열 정부가 지난 5월 31일에 보편적 복지가 아닌 선택적 복지로 가야한다며 정책 노선을 변경해버리면서 사회보장위원회가 제주도정의 계획을 불수용 해버렸다.
이에 제주도정은 어떻게든 이 사업을 관철시키기 위해 중앙정부를 설득하려 했으나, 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불가하다는 방침을 통보받음에 따라 올해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 동안 한시적으로만 지원하는 것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29일 밝혔다.
통상 1년 정도의 한시사업은 사회보장위원회로부터 협의를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신청대상 아동은 총 2만 1365명으로, 약 32억 원의 지방비가 소요된다.

# 월 5만 원 아동건강체험활동비 누가 받을 수 있나
지원대상은 8세 이상(96개월) 10세 미만(119개월) 아동이다. 올해 6월께부터 나이셈법이 변경됨에 따라 출생월이 기준이다. 2013년 11월생부터 2015년 12월생까지만 지원된다. 같은 9세이지만 2013년 1월부터 10월생까지는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
신청기간은 오는 9월 4일부터 12월 15일까지며, 월별로 신청대상자가 정해져 있다. 10월분부터 12월분까지 3개월 간의 아동건강체험활동비 15만 원을 수령할 수 있는 대상 아동은 2013년 11월생부터 2015년 10월생까지다. 이들은 9월 4일부터 신청할 수 있으며, 12월 15일에 신청하더라도 3개월치 활동비를 모두 지원받을 수 있다.
2015년 11월생은 10월부터 신청할 수 있으며 2개월치(11~12월분)의 체험비 10만 원을, 2015년 12월생은 11월부터 1개월치(12월분)의 체험비 5만 원을 신청할 수 있다.
지원대상자의 보호자나 법정대리인이 제주자치도 홈페이지(http://jeju.go.kr)에 접속해 신청하거나 지원대상자의 주소지 읍면동 주민센터를 방문하면 된다. 지원금은 전액 제주의 지역화폐인 '탐나는전'으로 매월 5만 원씩 지급된다.
아동건강체험활동비 명목으로 지원되는 탐나는전은 기존의 탐나는전 계좌가 아닌 별도의 계좌로 만들어져 지급된다. 이에 따라 제주도 내 탐나는전 가맹점인 644개소에서만 해당 활동비를 쓸 수 있으며, 가맹점 외 마트 등에선 결재되지 않는다.
644개 가맹점엔 예체능학원 326개, 서점 104개, 스포츠 관련 시설 154개, 박물관 등 33개, 영화관 5개, 공연시설 등 22개소가 등록돼 있다.
이에 따라 제주자치도는 차질없는 사업 추진을 위해 오는 30일에 농어업인회관에서 행정시 및 읍면동 담당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시스템 활용 방법 등을 교육할 예정이다. 온라인 신청을 위해 제주자치도 누리집에도 접수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

# 올해 초까진 보편적 복지 기조이던 윤 정부, 갑자기 노선 변경
보건복지부는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복지 서비스 형태의 기조를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큰 변화없이 그대로 유지해 왔었다.
이에 따라 제주에서 추진하려 했던 아동건강체험활동비와 유사한 사업들이 타 지역에선 이미 시행되고 있었다.
충주시는 초3~초6 학생들에게 예체능 문화바우처로 월 5만 원을, 강원도 원주시에선 초등학생 전체에게 월 10만 원을, 전남 진도와 전북 장수군에선 13~18세의 청소년들에게 각각 월 5만 원과 연 20만 원을 지원해주고 있다. 서울 등 9개 지역에서도 입학준비금으로 초·중·고 1학년생들에게 10만 원에서 50만 원을 일시적으로 지급해 주고 있기도 하다.
이들 각 지차체에서 시행하는 사업들은 모두 올해 5월 정책 기조가 바뀌기 전인 지난해에 신청돼 사회보장위원회 협의를 거쳐 올해에도 계속 시행되는 사업들이다.
이에 제주에서도 이러한 사업을 신청했으나 퇴짜를 맞았다. 제주 뿐만 아니라 올해 신청된 사업들은 모두 보류됐다.
전남 교육청에서 초등학생에게 월 10만 원을 지원하려던 학생 교육수당과 강원도 횡성군에서 9~19세 아동에게 월 7만~10만 원을 지급하는 희망키움 바우처 사업이 불수용됐다. 전남 순창군이 18세 미만 아동 모두에게 월 40만 원을 '행복수당' 명목으로 주겠다는 사업도 반려됐다.
이에 대해 제주자치도 강인철 복지가족국장은 "제주에선 8세 이후 정부 지원이 끊기는 아동수당의 절벽 문제를 해소하고, 제주도정 인구정책의 핵심인 '아이 키우기 좋은 제주'를 만들기 위해 아동 누구에게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보편적 복지로써 아동건강체험활동비 지원사업을 추진했지만 정부의 사회복지 정책 기조가 보편적 복지에서 약자 복지(선택적 복지)로 바뀌면서 사회보장제도 신설협의 기조도 변경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인철 국장은 "당초 협의가 진행될 것을 전망했지만, 아동건강체험활동비 지원대상자로 사회적 약자가 우선 지원될 수 있도록 대상자 선정기준을 재검토하라는 의견을 받음에 따라 제주에선 해당 사업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3개월만 한시 운영하는 것으로 결정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강 국장은 "오영훈 지사의 기조는 보편적 복지다. 저 역시 그러하다"며 "건강체험활동비는 아이들에게 지급되는건데 부모의 소득 여부에 따라 선택적으로 주는 건 공정하지 못하다고 보고 있다"고 윤석열 정부를 애둘러 비판했다.
강 국장은 "3개월 이후에 사업의 실효성을 평가한 뒤, 국회 논의 과정에서 보건복지부에 이 사업의 타당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재원이 확보될 경우에 재차 논의해 진행시켜 나가겠으나, 선택적으로 가야 한다면 결국 재검토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