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4.3평화재단에 불어닥친 이사장 임명과 관련한 갈등 문제가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의중대로 흘러갈 전망이다.
고희범 이사장의 사임으로 4.3평화재단 이사장 직무대행을 맡은 오임종 전 제주4.3유족회장이 14일 오영훈 제주도지사와 만나 대화를 나눴다. 이날 면담은 오영훈 지사의 요청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오영훈 지사가 "전직 이사장들의 의견을 잘 모아서 (제주도정의 입장을)전해달라"고 주문하자, 오임종 직무대행은 "아직 이사들의 의견을 모으지 못해 이사회 소집을 지시하고 왔다"며 "슬기롭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민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정의롭게 화해와 상생을 위해 풀어가겠다"고 답했다.
이어 오임종 직무대행은 "제가 직무대행을 맡은지 오늘로 열흘 째"라며 "갑작스레 직을 맡게 됐는데 마치 4.3특별법 전부개정안이 통과될 때의 기운이 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면서 "우선 이사회가 열리면 (제주도정의)의견 전하고 이에 대해 이사들과 유족들의 의견을 잘 듣겠다"고 부연했다.
이에 오영훈 지사는 "그간 평화재단의 역할에 대해선 저 뿐만 아니라 관련 공직자나 유족분들 포함해 도민들도 잘 아실 것"이라며 "그러한 과정 속에 화해와 상생의 4.3정신이 잘 반영되면서 지혜롭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오임종 직무대행도 "4.3정신을 따라 화해와 상생으로 미래를 여는 것이야말로 영령들의 억울한 죽음이 해원되는 길일 것"이라면서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정의로운 나라, 평화로운 나라고 나갈 수 있도록 추가 진상조사도 마무리될 수 있도록 차질없는 지원을 바란다"고 요청했다.
한편, 오영훈 지사는 이날 오전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제주4.3평화공원을 들른 것에 대해 "어떤 말을 주고 받았는지"를 묻기도 했다.
오임종 직무대행은 "(인요한 위원장이)제주에 아는 사람이 많다던데 제주4.3에 대해선 처음 알게 됐다고 들었다"며 "지난해 행안부에서 4.3 보상금을 집행하는 과정에 불용된 예산을 다른 사업에 전용한 사례를 지적하면서 다음 번엔 차질없이 잘 집행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오임종 직무대행은 "내년 추념식에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할 수 있게 건의하겠다는 답변도 들었다"고 전했다.
허나 정작 이날 공개된 면담 자리에선 원론적인 말들만 오갔을 뿐, 갈등의 요인이었던 재단 이사장 임명권을 조례로 개정하는 문제에 대해선 누구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이후 면담은 비공개로 전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