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주거지 확장에 밀려나가는 노루들
인간의 주거지 확장에 밀려나가는 노루들
  • 김명현 기자
  • 승인 2023.11.16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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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천읍 지역 ㎢당 6.8마리던 노루, 1.78마리로 급감
애월읍 지역도 개체수 줄자 풍선효과로 인근 지역서 개체수 밀도 높아져
노루.
▲ 노루.

날이 갈수록 인간의 주거지 확장에 동물들의 서식지가 밀려 나가고 있는 양상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제주에선 중산간 지역으로 도민들의 거주지가 넓혀지면서 해당 지역에서 서식하고 있던 노루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노루 서식지 개체수 조사결과로 드러났다.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본부장 김희찬)는 노루 개체수 조사를 통해 제주 전역에 4800여 마리가 서식하는 것을 파악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결과는 지난해 조사된 4300여 마리에 비해 500여 마리가 증가한 수치다. 서식밀도는 평균 3.32마리/㎢로, 지난해 평균 2.96마리/㎢보다 다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노루 개체수 조사는 9월부터 10월까지 제주도 내 6개 읍면(구좌, 조천, 애월, 남원, 표선, 안덕)을 대상으로 표본 조사했다. 조사결과, 노루 개체수의 증감이 지역별로 매년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시 조천읍은 2018년 이후 개체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애월읍과 안덕면 지역은 증감을 반복하나 전체적으로 증가추세를 보였다. 지난해 대비로 보면, 조천과 애월 지역에서 감소했고, 구좌와 남원 지역에서 크게 증가했다.

특히 조천읍 지역의 감소세가 가장 두드러지고 있다. 조천읍은 지난 2018년까지만 하더라도 6.82마리/㎢로 제주에서 가장 많은 개체수가 확인되던 지역이었다. 당시 구좌나 애월이 각각 1.50마리/㎢, 1.92마리/㎢, 표선이 3.41마리/㎢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이었다.

허나 2019년부터 꾸준히 감소했다. 지난해 2.17마리/㎢까지 감소한 뒤 올해 1.78마리/㎢까지 줄어들었다. 이젠 제주 전역에서 가장 개체수가 적은 지역이 조천읍이 됐다. 

이는 조천읍 지역 내 중산간 일대까지 사람들의 주거지가 확대되면서 해당 지역에서 서식하던 노루들이 다른 지역으로 밀려 나가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제주자치도 관계자 역시 같은 의견을 내비쳤다. 도 관계자는 "아직 이에 대한 분석이 이뤄지진 않았으나 그러한 해석이 타당하다고 보고 있다"며 "다른 지역에서 불어나는 것 역시 이에 의한 풍선효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 제주지역 노루 개체수 밀도 현황. ©Newsjeju
▲ 제주지역 노루 개체수 밀도 현황. ©Newsjeju

조천읍 지역처럼 급격하진 않지만 애월읍 지역도 2021년 3.14마리/㎢에서 2022년 3.09마리/㎢, 2023년 2.43마리/㎢로 줄어드는 현상의 원인 역시 애월읍 중산간 지대에 사람들의 터가 넓혀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조천읍과 인접한 구좌 지역에서의 노루 개체수 밀도가 급증했고, 애월의 남쪽이라 할 수 있는 안덕 지역에서의 개체수가 늘어난 것도 이러한 '풍선효과'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구좌 지역은 지난 2022년 1.11마리/㎢에 불과했으나 올해 느닷없이 3.15마리/㎢로 급증했으며, 안덕 지역은 2018년 이래로 매해 꾸준히 계속 늘어나고만 있는 추세다. 올해 3.86마리/㎢까지 개체수 밀도가 높아졌다.

이러한 결과는 곧, 그만큼 조천과 애월읍 지역 내 중산간 지대에서 건축행위 등의 각종 개발행위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허나 노루 개체수 서식밀도의 변화가 이 하나의 이유만으론 설명되기엔 섣부른 감이 있기도 하다. 아직 이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기 때문이어서다.

이에 대해 고정군 한라산연구부장은 "지역별 노루 개체수 증감의 차이는 식생 변화, 서식공간의 파편화, 안정된 서식공간, 야생화된 개의 분포, 로드킬 등 여러 요인이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앞으로 지역별로 세분화한 조사를 통해 제주 노루의 서식 특성을 더욱 명확하게 밝혀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도 내 노루 개체수는 지난 2014년이 최고 수준이었다. 당시 1만 2000마리까지 불어나 제주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 2019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위해동물로 지정해 적정 개체수 유지를 위한 조치를 취해왔다.

이후 2020년에 3500마리까지 개체수가 낮아지자, 위해동물 지정을 해제했으며 그 이후부터 다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제주도 전체 노루의 적정 서식 개체수는 6100마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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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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