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원도 태백·영월·평창·정선 민주당 최종원 후보

7.28 재보선을 앞두고 일부 언론에선 방송인 김제동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방송인 손석희 씨는 급기야 출마 안하다는 입장을 담은 개인 발표문을 내기도 했다. 신경민 앵커는 결국 영입에 실패했다.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에서 벌어지는 익숙한 풍경이다. 대중적 인지도와 이미지가 좋은 '깜짝 인사'가 얘기되지만 크게 성과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런 가운데 연극배우 최종원 씨가 이번 재보선에서 강원도 태백·영월·평창·정선에 후보로 확정됐다. 40년 배우로 살아온 그가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정치인' 최종원은 어떤 모습일까? 대중적 인기에 기반해 정치에 입문했다 의원 배지 한번 다는 정도에 그쳤던 선배 연기자들과 어떤 차별성을 갖고 있나? 그 무엇보다 지역주민들의 호응은 어떤까? 선거 승패를 떠나 그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정치인이 된 것은 사실이다.

22일 유세 현장에서 박지원 원내대표, 정동영 전 장관, 박영선 의원 등은 6.2 지방선거에서 파란을 일으키며 당선됐지만 끝내 직무정지를 당한 이광재 도지사를 비롯해 민주주의와 언론자유, 위기의 남북관계를 언급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스타급 정치인'에 이어 연단에 선 최종원 후보. 하지만 그는 정작 간단한 인사 외에 별 말이 없었다. 최 후보는 "주민이 행복한 영월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는 말로 연설 아닌 연설을 마무리하고 다시 시장바닥을 훑기 시작했다. 왜 그랬을까. 같은 날 저녁 주천면 인근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정치할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 프레시안 : 유세 현장에서 별다른 발언이 없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최종원 : 다른 분이 다 이야기했는데 더 할 이야기가 있겠나. 그 말씀들이 다 맞다. 우리나라의 정세 현안을 다 짚어서 말씀을 하셨는데 내가 더 보탤 말이 있었겠나.

▶ 프레시안 : 공약이 상대적으로 단촐해 보인다. 상대 후보 측에서는 "인지도만 앞설 뿐, 콘텐츠는 부족하다"라고 비판한다. 동의하나.

최종원 : 남은 임기가 짧은 재보선이 아니냐. 이광재 지사가 재선 의원을 하면서 너무 좋은 정책들을 많이 마련해 놨는데, 그 마무리를 하는데 최선을 다 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자연생태, 관광농촌을 만들겠다? 여기 주천면만 해도 60대 이상 인구가 굉장히 많다. 여기에 생태관광 농촌을 만들겠다고 하는 것은 허구다. 이런 것도 난 싫다고 했다.

▶ 프레시안 : 하지만 현실적으로 선거 과정에서는 크고 멋있는 공약이 필요하기도 한 게 사실이지 않나? 상대 후보는 4개 시군을 하나의 관광상품으로 통합하는 '레인보우 시티' 사업을 내걸었다.

최종원 : 쓸데없는 이야기를…(웃음). 나는 '레인보우 시티'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내 입장은 이렇다. 첫째 돈 선거는 안 한다. 30년 동안 전세방을 전전한 인생에, 내가 선거를 한다면 선거혁명을 하겠다는 것이다. 나를 도와주는 분들도 굉장히 어려움이 많다. 다 알지만 내가 내놓을 것도 없고, 없는 사람 고통을 뻔히 아는데 지금 와서 빚내서 어떻게 하는 행동하기 싫다고 했다. 둘째, 40년 배우인생을 충분히 행복하게 살았다고 생각하지만 정치인으로서는 검증된 부분이 없지 않나. 하지만 나는 한다면 하는, 내 몸을 던지는 성격이다. 지역민들의 아픔과 고통을 안고 보듬을 수 있는 그런 나이는 되지 않았겠느냐, 이 정도 생각이다. 여기는 원주나 춘천이나 강릉처럼 몇 가지 현안이 걸려 있는 곳이 아니다. 한 마디로 뼛속 깊은 상처와 고통이다. 태영평정(태백·영월·평창·정선)은 소외되고 말고가 아니다. 생활의 근거지가 아예 박살이 난 상황이다. 상동이라는 동네가 있는데 4만 명 살던 탄광 골짜기에 지금 900명이 살고 있다. 상상이 되나? 지역의 문제가 너무나 절실하다. 현재 34개 동·읍·면이 있다. 그렇다면 34개 현안이 줄줄이 엮여 있는 것이다. 나는 지금 당장은 어렵더라도 안 되면 안 된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여기에 2000명, 저기에 3000명, 다시 여기에 1200명…. 이 현안을 다 받아 안으려면 누구도, 대통령이라도 못한다. 표를 잃더라도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 프레시안 : 처음에는 출마 제안을 거부했다고 들었다.

최종원 : 정치 생각이 없었으니까…. 김대중, 노무현 두 분 대통령 후보시절에 찬조연설을 한 것은 사실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어느 분이 좋다고 표현하는 것은 엄연한 권리가 아닌가. 그런데 그 이후 피해를 많이 봤다. 촬영과 방송이 중단되기도 했고, 그 뒤에 현실 정치에 뛰어든 측면이 있다. 연기생활을 해 오면서 누군가는 "예술가가 왜 정치에 그렇게 민감하느냐"고 하더라. 그런데 지구상에 60억 인구가 있다면, 60억 가지의 삶의 방법과 현실이 있는 게 아닌가. 우리가 무슨 SF영화 속에 살고 있는 건 아니지 않나. 현실의 존재와 현실의 가치 없이 무슨 예술을 하겠나. 그래서 뛰어 들었다. 노무현 대통령 후보 시절에 같이 손을 잡고 강원도를 돌았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그렇게 했던 것이다.

▶ 프레시안 : 이광재 도지사 선거 과정에서도 지원을 했다. 어떤 생각이었나?

최종원 : 이광재를 좋아한다. 어떻게든 이광재를 강원도지사로 만들고 싶었다. 이광재만큼 지역과 강원도 전체를 생각했던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나이도 어린 사람이 무슨…", "지가 무슨 강원도 대통령이야?"라는 말씀도 많이들 하더라.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많은 분이 돌아서서 "아, 똑똑하고 일도 열심히 한다"고 하더라. 넘어간 것이다. 그러니까 유명인인 이계진, 그 분까지도 이겨서 도지사에 당선됐다.

▶ 프레시안 : 문화예술인들 중에서도 정치에 앞장서 왔던 몇몇 분들이 있다. 하지만 최종원 후보의 경우에는 삶의 궤적이 조금 다르지 않았나? 출마선언이 조금 의외였던 것도 그래서였다 .

최종원 : 몇몇이 있다. 문성근, 명계남 둘 정도? (웃음) 사이드에 있었던 게 윤도현, 나, 권해효, 김제동…. 이 정도가 다 좌파로 몰리더라. 그건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보수라는 사람들은 좌파는 곧 김정일, 곧 공산당으로 몰아가더라. 이건 어느 사회든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닌가. 그 일을 유인촌이가 앞장서고 있다. 그게 문화와 예술을 책임지는 장관으로서 할 짓인가? 모든 문화예술인들이 격분하고 울분을 느끼고 있다.

▶ 프레시안 : 하지만 외곽에서 특정 정당이나 특정인을 지원하는 것과 본인이 직접 정치에 뛰어드는 것 사이에는 본질적 차이가 존재한다. 특별히 결심을 한 계기가 있었나.

최종원 : (민주당에서) 제안이 왔길래 "그런 이야기 하지 말라, 내가 언제 정치한다고 했냐"고 했다. "저놈이 정치하려고 그 동안 설쳤구나"하는 이야기도 듣기 싫고…. 그런데 결론적으로 하게 됐다. 나도 이제는 대충 세상과 인생을 알 나이가 됐지? 그래, 한번 해 보자, 그렇게 된 것이다. 내가 먼저 민주당에 입당할테니 공천달라고 한 적은 없다. 며칠 고민하다가 "알았다, 그럼 하자"라고 했더니 입당원서를 내라고 하더라. 나는 "영입을 해라, 그리고 경선은 안 한다, 전략공천하라"고 했다. 내 연기인생 40년과 정치를 해 왔던 분들의 인생이 비교되는 게 싫었다. "태백이 고향이고 광부 출신인데 날 좀 어떻게 해 달라"는 따위의 이야기는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그저 폐광촌의 아픔도 누구보다 잘 알고, 강원도 내 고향을 돕는 일에 앞장서 왔을 뿐이다.

"소신과 믿음 그리고 신뢰…박근혜 씨를 참 좋아한다"

▶ 프레시안 : 배우로서의 경험이 정치에 도움이 될까?

최종원 :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광산촌에서 태어나 그 아픔을 보면서 자랐고, 광산 생활을 하다가 서울에 가서 40년을 살았다. 그 아픔들이 연기자로서 굉장히 큰 도움이 됐다. 무수한 역을 다 해봤다. 그 중에는 정치인도 있었고, 국무총리도 있고, 영의정도 있고, 연산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인간의 심리, 정치인들의 본질이 보이더라. 정치인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정치인이 뭐냐, 내가 태백·영월·평창·정선의 국회의원이 된다면 그 4개 시군 주민들의 대변인이 되는 게 아니겠나. 그 위치의 본질만 잊지 않으려고 한다. 내 나이에 정치한다고 지위와 명예욕으로 누구를 따라다닌다든가, 당파싸움 한다든가, 당리당략에 지역을 소홀히 한다든가, 이런 짓은 안 할 것이다. 그런 부분은 성격상 자신있다.

▶ 프레시안 : 하지만 정치는 단지 지역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 외에도 다른 요소들이 많다. 예를 들어 중앙정치의 논리와 지역의 현안이 충돌하는 일도 비일비재하지 않나. 또 정치권은 당리당략에 좌지우지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최종원 : 당리당략이라고 하더라도 옳지 않은 것은 추종하지 못하겠고, 옳은 것은 옳다고 이야기하려고 한다. 근래에는 박근혜 씨를 참 좋아한다. '세종시 플러스 알파'라고 하면서 소신을 굽히지 않고, 믿음과 신뢰를 줘야 한다는 의미에서 밀고나가는 그런 모습. 굉장히 바람직하다고 본다. 민주당에서 뭔가 나쁜 것을 추진한다? 내 나이에 누구 겁나서 앉아만 있겠나. 그런 짓은 못하겠다.

▶ 프레시안 : 이광재 도지사와의 인연은 언제부터 시작됐나?

최종원 : 한 6~7년 됐나, 처음 국회의원에 나온다고 할 때 도와달라고 하더라.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내가 그랬다. "만일 국회의원을 하고 싶다면 딱 한 번만 해라. 두 번, 세 번 하고 싶다는 욕심은 밀어 놔라. 그리고 네 몸과 마음을 다 던져라. 네가 그렇게 다 던졌을 때 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시 하라고 할 때, 그때 나가라, 그게 정치인의 마음가짐이 아니겠느냐"라고 했더니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더라. 그래서 도와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이광재가 당선됐고, 열심히 했고, 재선도 됐고. 사랑도 받았다. 그건 이광재라는 인간이 그 정치라는 가치의 본질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나도 그 끈을 놓지 않고 살고자 한다.

▶ 프레시안 : 선거에서 "이광재를 지키자"는 슬로건을 집중적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지역의 선거결과가 이광재 지사의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최종원 : 조금은 압박이 되겠지. 지역에서도 많은 분들이 "이광재를 지켜 달라, 이광재를 도와 달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게 민의라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유인촌 같은 인간이 어떻게 문화부 장관을…"

▶ 프레시안 : 공약 중에서 문화예술 TF를 구성하겠다는 내용이 독특해 보였다.

최종원 : 이제는 산좋고, 물좋고, 공기좋은 강원도만 이야기할 게 아니라 장기적 안목에서 강원도 발전을 준비하자는 것이다. 직무정지 풀리면 이광재 지사에게도 이야기를 할 것이다. 국방부와 타협을 하든, 중앙정부와 맞장을 뜨든 동해안에 깔린 철조망부터 없애야 한다. 니스, 깐느, 베니스 어디를 가봐도 동해안같은 은빛모래가 어디있나. 이런 자연 경관과 유산이 난개발되고 있다. 여기 조금, 저기 조금 철조망 끊어서 그곳만 개발한다. 아름다운 자연을 강원도 전체의 자원으로 만들어야 한다. 바로 여기에 문화예술의 역할은 필연적이다. 유인촌 장관이 뒤집은 고한 예술촌만 봐도 그렇다. 내가 4년 동안 고생해서 만들어 놨다. 그 동안 안 만난 사람이 없다. 그렇게 국회에서 백두대간 예술촌 사업을 위한 111억 원의 예산을 통과시켰다. 그런데 유인촌 장관이 그걸 테마파크로 바꾸더라. 탄광에서 200미터만 나가면 죄다 사우나, 찜질방이다. 그런데 그 안에 찜질방, 와인 저장고를 만든다고 하더라. 그렇게 하다보니까 '이게 아니다' 싶었는지 다시 설계를 변경했다. 결국 최종원이 하던 예술촌에서 조금 내용만 바꾼 '아트 벨리'로 바꾼다고 한다. 예술촌은 끝내 없던 일이 됐다. 뭐, 이따위 정부가 내 조국인가? 한국의 문화예술을 책임져야 할 수장인 유인촌이가, 예술촌은 수익성이 없어서 안 된다고 하더라. 예술에 수익성 따지는 나라가 세상 어느 천지에 또 있나? 이명박 대통령은 항상 '국격'이 어쩌고 하는데, 국격이 그냥 높아지나? 공산당도 이렇게는 안 할 것이다. 어떻게 문화부 장관이 됐나, 싶다.

▶ 프레시안 : 유인촌 장관에 대한 반감이 상당한 것 같다.

최종원 : 유인촌이는 행정 경험도 없고, 정책적 생각도 없는 인간이니까 저런 짓거리를 하는 게 아닌가. 나는 한국연극협회 소속 5만 연극인의 대표도 해봤고, 정책입안도 해서 관철도 했다. 연극협회 3년 임기동안 50억 원을 109억 원으로 만들어 놨다. 문화예술진흥원 이사도 했고, 한국예술산업진흥회 이사장을 현재 하고 있다. 정책적 차원에서는 자신 있다고 생각한다. 이광재 도지사 선거 때 내가 "문화특보 명함을 하나 새겨 달라"고 했다. 전국은 어렵지만 강원도 18개 시군에 공원예술을 활성화시키자는 것이였다. 그래서 문화예술인의 창작공간을 만들자는 것이다. 전국에서 검증된 예술인들이 강원도에서 창작하고, 그 작품은 도에서 발표하도록 하고, 영화촬영소를 마련해 영화인을 초청하고…. 이런 부분을 많이 생각했다. 결국은 문화와 예술, 그리고 관광을 산업화시켜야 지역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 프레시안 : 조만간 개각이 이뤄질 예정이다. 만일 당선이 되더라도 유인촌 장관과 국회에서 마주치지 못할 수도 있겠다.

최종원 : 마주치길 바라고 있다. 예전에 예술촌 문제로 시끄러울 때 주변에서 선배들이 "가서 유인촌 장관을 한 번 만나라"고 하더라. 완강하게 거부했다. 그리고 유인촌을 잘 아는 사람을 불러 이야기했다. "가서 유인촌에게 토시 하나 빼지 말고 전해라. 어느 위치에서, 어느 자리에서 나를 다시 만나든지 너는 나한테 한 대 맞아라"고. 국회에서 만났으면 좋겠다.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내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그는 우리나라의 문화예술을 모욕한 인간이다. 민예총이 유인촌을 장관으로 인정 안하고 욕할 수는 있겠지. 하지만 보수적인 예총에서까지 전부들 그런다. 모든 문화예술인들을 대상으로 투표를 해 보면 "유인촌이 잘못하고 있다"는 반응이 90%는 넘을 게다.

"정치인이 아닌, 인간 최종원으로 살고 싶다"

▶ 프레시안 : 출마 준비기간은 짧았지만, 여론조사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이유가 뭘까?

최종원 : 모르겠다, 몰라요. 정말 모르겠다. 내가 출연했던 토크쇼라든지 이런 것을 보셨는지…. 강원도 출신으로 큰 죄 없이, 막 살아오지 않았다는 점을 봐 주신 게 아닌가 싶다. 정치하는 분들을 크게 존경하지 않았다. 어떤 면에서는 경멸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변하지는 않을 것 같다. 만일 당선이 된다면 올곧고 바르게 사는 인간 최종원의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다. 내 인생의 희생을 전제로 한 봉사. 그게 리더, 지도자의 기본이 아니겠나.

▶ 프레시안 : 쉬운 일은 아니겠다.

최종원 : 물론 쉽지 않겠지. 그러나 내 고집대로 한 번 살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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