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청학련 사건으로 잘못된 정권을 비판하던 학생운동이 빨갱이로 낙인찍혀 군사재판을 받아 형을 살았다. 군사정권하의 우리 사회에 적응하기는 어려웠고, 그후 유학과 교수시절까지 30여년간 지속적으로 사찰과 감시속에 지내왔다. 항상 누군가에게 감시당한다는 불안감과 두려움을 갖게 만든 세월이었다”

강창일 국회의원(제주시 갑, 민주당)이 23일 ‘민청학련 사건’과 관련한 재심 선고에서 내란음모혐의에 대해 37년 만에 무죄, 긴급조치 위반혐의에 대해서는 면소 판결을 받은 직후 밝힌 소회다.

강의원의 사건을 맡은 김시철 판사(주심)는 이날 판결문에서 “당시의 판결문이 전부 남아있지는 않지만, 내란예비음모죄는 중앙정보국이 만들어 낸 사건정황이 존재하고 정동현, 강병산, 전재성, 황인범 등 동 사건 피고들의 진술정황을 검토하고, 당시 경찰 등 수사관들의 진술을 토대로 볼 때 조직적 국가 전복 사건으로 보기 어려워 무죄를 선고한다”고 했다.

또한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에 관해서는 헌법상에 존재하는 법이 아닌 당시의 상황에 의해 강압과 탄압을 위한 실체가 없는 법으로 면소 판결을 한다” 고 했다.

‘민청학련 사건’은 1974년 4월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약칭 민청학련)을 중심으로 180여명을 불온세력의 조종을 받아 국가를 전복시키고 공산정권 수립을 추진했다는 ‘내란음모혐의’로 구속․기소한 사건이다.
1974년 당시 서울대 재학중이던 강창일 의원은 이철, 이강철, 김지하, 유홍준, 장영달 등 관련자 1백80명과 함께 긴급조치 1, 4호 위반 혐의까지 더해져 유신정권하 비상군법회의에서 재판을 받았다.

당시 상황에 대해 강의원은 “군사정권은 장교가 되기위해 서울대 학군단(ROTC)에 소속됐었고 서울대 제주학우회장을 맡고 있었던 나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내란음모죄까지 적용하려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비상군법회의 재판에서 이철(전 한국철도공사 사장), 김지하 시인 등 8명이 사형선고, 7명이 무기징역까지 받았고 강의원 등 나머지 관련자들은 집행유예서부터 징역 20년까지 선고받았다.

강의원은 비상고등군법회의에서 故 제정구(전 국회의원, 징역 15년)와 황인범(노동운동가, 징역 15년) 등과 공범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아 대법원에 상고를 포기, 안양교도소와 순천교도소 등지로 옮겨 다니며 복역했다.

이후 1975년 형집행정지로 풀려난 강의원은 고문 후유증과 계속되는 감시와 통제속에 암울한 세월을 보내다 1979년 12월 사면·복권되고, 1980년 서울대에 복학해 1981년 2월에 졸업했다.

하지만 민청학련 관련자란 낙인이 찍힌 강 의원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지 못한 채 1983년 동경유학길에 올라 이국생활을 하다 1991년 배재대 교수 임용돼 귀국했다.

1995년부터 2004년까지 4.3연구소장을 지낸 강의원은 “동경유학시절 잠시 귀국할 때나 배제대 교수, 4.3 연구소장 시절까지도 정보기관 등의 요시찰 대상으로 사찰과 감시를 받고 있었다”며 “잘못된 공권력에 의해 잘못 씌워진 굴레를 벗어나기란 참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강창일 의원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우리사회에 평화, 인권, 민주주의가 지구적 가치로서 진정한 뿌리내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기대 한다”며 “역사적 진실은 꼭 밝혀지게 되어있고, 역사의 준엄함은 참으로 무서움을 알게 해 준 중요한 계기가 되어 정치인이자 역사학자로서 기쁘게 생각 한다”고 전했다.

“다시는 우리나라에 독재권력에 의한 불행은 없어야 하고, 처음 정치를 시작한 목표도 이 사회 민주주의의 완결인 만큼 앞으로도 이러한 소중한 가치를 지켜나가도록 초심을 잃지 않고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민청학련’사건은 2009년 9월 사법부는 민청학련사건 관련자들에게 "내란죄로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으며, 이로써 30여년 이상을 박정희 정권에 의해 왜곡되었던 민주주의운동이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박길홍 기자/저작권자(c)뉴스제주/무단전재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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