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함께 걱정 없이 밥 먹고 싶은데 어른들이 왜 그렇게 싸우는지 이해가 안 돼요."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하루 앞둔 지난 23일 무상급식 당사자인 초등학생들과 중학생들은 대부분 무상급식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냈지만 자칫 어른들의 싸움으로 무상급식이 무산될까 우려 섞인 반응을 보였다.

서울 마포구 A초등학교 앞 학원에는 수업을 듣고 있는 초등학생들로 북적였다.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자 마자 우르르 쏟아져 나와 학원 앞 통합버스 앞에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이들에게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뭔지 알고 있느냐"고 묻자 "너무 잘 알고 있다"며 큰소리로 대답했다. 이들 가운데는 "친구들과 아무런 걱정 없이 밥을 먹고 싶다"며 환호성을 지른 학생도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무상급식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오지호(12)양은 "친구들끼리 맛있는 밥을 함께 먹을 수 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무상급식을 통해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양은 이어 "무상급식을 통해 평등이라는 단어에 대해 배우고 있는데 어른들이 편을 나눠 싸우는 모습은 보기 안 좋다"고 덧붙였다.

초등학교 5학년생인 최모(11)군은 "친구들 사이에서 집안 형편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데 부분적으로만 무상급식을 실시하면 집안형편을 알게 돼 왕따를 당할 수 도 있다"며 "무상급식은 돈을 안내고 모든 친구들이 공짜로 밥을 먹을 수 있어 왕따 당할 이유도 없고 좋은 것 같다"고 전했다.

저소득층 급식비 지원을 받고 있는 서모(11)양은 "맛있는 반찬이 나오면 더 먹고 싶은데 돈을 안 내고 먹으니까 더 달라고 할 수가 없다"며 "다른 애들도 나처럼 돈을 안내고 무상급식을 먹으면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먹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점진적으로 무상급식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중학교 2학년생인 김정현(14)군은 "고학년까지 무상급식 지원이 확대될 경우 다른 예산이 깎일 수도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우리 학교는 건물도 낡았고 컴퓨터도 고물인데 여기에 써야 할 돈이 밥값으로 나가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중학교 1학년생인 임찬재(13)군은 "무상급식을 점진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지금도 급식비 못 낼 만큼 가난한 아이들은 지원을 받고 있는데 차별이 문제라면 다른 학생들 모르게 지원해 주면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무상급식 관련 투표 운동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최주희(11)양은 "어른들이 지하철 역 등에서 무상급식 관련 광고물을 나눠주고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볼 때 마다 편을 가르고 싸우는 것 같아 한심해 보인다"며 "양쪽 모두 우리를 위해 활동한다고 하는데 정작 우리를 생각하는 쪽이 한군데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예슬(12)양은 "아파트 단지 앞에 투표에 참가하라는 현수막과 하지 말라는 현수막이 어지럽게 붙어 있다"며 "고작 우리들 점심 한 끼 먹는 문제에 어른들이 왜 이렇게 난리법석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양은 이어 "우리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같은 반 친구들과 함께 모여 맛있게 밥을 먹는 것"이라며 "어른들의 시각이 아닌 우리들의 시각으로 무상급식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서울 시내 2206개 투표소에서 진행된다.

주민투표안은 소득 하위 50%의 학생을 대상으로 2014년까지 단계적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안과 소득 구분없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초등학교는 2011년부터, 중학교는 2012년부터 전면적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두 가지 안이 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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