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최대의 정치적 위기에 처했다.

차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서울시장직까지 걸어가며 추진했던 전면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가 저조한 투표율을 기록하며 24일 끝내 무산됐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투표 무산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나라의 미래, 바람직한 복지정책의 방향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놓치게 돼 참으로 안타깝다"며 "어려운 환경에서 당당히 투표에 참여해 준 서울시민 유권자에게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자리매김하기까지 수차례 파장이 큰 정치적 승부수를 던져왔고, 이런 승부수들은 지금까지 늘 그에게 성공을 안겨줬다.

정계 입문 전 변호사로 활동했던 그는 대기업을 상대로 한 아파트 일조권 소송을 맡아 승소해 헌법상의 환경권이 실질적인 권리로 인정받는 최초의 사례를 만들었다.

16대 국회의원 시절에는 이른바 '오세훈 선거법' 으로 불리는 정치개혁 관련법 개정을 주도했다.

오세훈 선거법은 국회의원들에 대한 기업후원금 금지, 연간 100만원 이상 고액 기부자 실명 기재, 모금 한도액 하향 조정 등의 내용을 담은 것으로, 이 법은 정치문화의 변혁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남경필·원희룡·정병국 의원과 함께 '미래연대' 를 이끌었던 오 시장은 '5·6공 인사용퇴론', '60대 노장 퇴진론'을 주장하며 당내 인적쇄신에 나섰다.

이어 자신의 홈페이지에 "고언을 드립니다. 박수를 받으면서 떠나십시오"라는 글을 올리고 2004년 17대 총선 당시 재선이 유력했던 서울 강남 을에서 불출마를 선언,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오 시장은 당시의 불출마 승부수를 기반으로 깨끗하고 단호한 이미지를 구축했고, 이로 인해 2006년 지방선거에서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한명숙 후보와 경합하며 한 차례 위기를 겪었지만 결국 한 후보를 제치고 서울시장에 당선됐고, '서울 최초의 재선시장'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오 시장이 던진 '주민투표' 승부수가 서울시민들의 부정적 여론의 의해 좌절되면서 그는 낭떠러지로 내몰리게 됐다. 지나친 자신감이 낳은 오판이 문제였다.

승승장구하던 오 시장은 이번 실책으로 모든 것을 잃게 됐다.

차기 대권주자라는 타이틀도, 서울시장직도 무너졌다. 시민들이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해준 시장직을 자신의 손으로 버렸다는 비판도 계속 그를 따라다닐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오 시장이 승부사 기질을 되살려 '복지 포퓰리즘 저지에 맞선 보수의 아이콘'으로 부활, 차차기 대선에서 멋지게 부활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하지만 이번 사안을 겪으며 보여준 오 시장의 독단적 모습이 그의 최대 장점이던 '깨끗하고 강인한 합리적 중도보수'라는 이미지를 무너뜨린 것은 매우 치명적이다.

오 시장 주변에서 그를 도왔던 측근들 역시 어떤 형국으로 흐를지 모를 2017년 차차기 대선을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오 시장이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리하게 투표를 진행하고, 시장직을 걸어 파장을 키우고 스스로 정치적 생명을 끊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서울지역의 한 의원은 "이번 선거는 오세훈의, 오세훈을 위한, 오세훈에 의한 선거였다"며 "오 시장은 선거 추진을 결정할 때도, 시장직을 걸 때도, 당과 협의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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