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무상급식 주민투표 패배의 책임을 지고 시장직을 공식 사퇴했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투표 결과에 책임을 지고 오늘 시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검정색 계통의 양복과 평소 즐겨입는 하늘색 와이셔츠에 노타이 차림으로 브리핑룸에 들어선 오 시장은 "저의 거취로 인한 정치권의 논란과 행정공백을 최소하하기 위해 즉각적인 사퇴로 저의 책임을 다한다"며 "이것이 국민의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어려움 속에서도 215만 시민여러분께서 투표장을 찾아주셨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민투표는 그 결실을 이루지 못했다"며 "대한민국 복지방향에 대한 서울시민의 뜻이 어디 있는지 결국 확인하지 못하고 아쉽게 투표함을 닫게 된 점, 매우 송구스럽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 시장은 "이번 주민투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에 새로운 지평을 열기도 했다"고 자평했다.

특히 "이번 주민투표는 제가 제안했지만 시민 여러분의 현명한 판단과 결단으로 시작되었고, 81만 서울시민은 최초의 주민청구형 주민투표라는 의미있는 기록을 만드셨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오 시장은 자신의 패배로 끝난 주민투표 결과가 "과잉복지를 경계하는 역사의 상징으로 민주주의의 새 전기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215만 유권자의 민의는 사장되지 않도록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 모두가 존중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주민투표 투표율 제고를 위해 12일 대선불출마 선언과 21일 시장직 진퇴 선언 당시 연이어 눈물의 호소를 했던 오 시장은 이날만큼은 시종일관 담담한 표정으로 연설문을 읽어내려갔다.

오 시장은 5분여 동안 연설문을 읽고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은 채 곧바로 브리핑룸에서 퇴장했다. 오 시장의 이임식은 오후 5시께 치러질 예정이다.

이로써 오 시장은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아 막판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이뤄 최초의 서울시장 연임에 성공한 뒤 꼭 13개월만에 시장직을 스스로 내려놓았다.

오 시장의 사퇴시기가 9월30일 이전으로 확정됨에 따라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10월26일 재보선과 함께 치러지게 됐다.

재보선은 서울시장 외에도 기초단체장 8명, 광역의원 7명을 뽑는 등 사실상의 '총선 전초전' 형식을 띠게 됐다.

오 시장이 보궐선거에서 여당 후보에 지원을 펼칠지의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은 전했다.

오 시장이 시장직에서 물러남에 따라 1000만 서울시민들의 시정을 책임지는 바통은 이날 자정을 기해 권영규 서울시 행정1부시장으로 넘어간다.

오 시장의 이날 사퇴까지는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오 시장은 24일 주민투표 패배가 확정된 직후부터 이날 아침까지 한나라당 수뇌부와 사퇴시기를 수차례 논의해왔지만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때문에 오 시장의 즉각적인 사퇴는 당과의 조율이 사실상 무산된 상태에서 결정돼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나경원, 원회룡 등 다수의 서울시당 의원들은 오 시장이 9월30일 이전에 사퇴해 10월 보선에 대비하자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홍준표 대표 등은 주민투표 패배의 후폭풍을 고려, 사퇴시기를 10월 이후로 해 보선을 4월 총선과 함께 치르자며 오 시장의 즉각적인 사퇴를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시장의 사퇴는 서울시정과 총·대선을 앞둔 정치권에도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수조원이 투입된 디자인 서울, 서해뱃길사업, 한강 르네상스 등 주요 정책들의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이종현 대변인은 "누가 후임 시장으로 오든 서울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사업을 계속추진해야한다는 게 오 시장의 뜻"이라고 전했지만 차기 시장 후보군에 오르는 이들이 여론으로부터 '멋내기 사업'이라는 질타를 연이어 받은 해당 사업들을 계속 추진할 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두고 10월26일 치러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우리나라 정치지형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게 됐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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