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서울시장 선거를 놓고 최고위원들 간 내홍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가장 먼저 서울시장 출마에 나선 천정배 최고위원이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자 이를 말리는 손학규 대표와 이에 대해 '제왕적'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지나친 단속이 아니냐고 지적하는 정동영·천정배 최고위원 간에 심한 충돌이 벌어진 것.

발단은 손 대표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천 최고위원의 의원직 사퇴 재고를 요청하면서 이뤄졌다. 이미 손 대표는 전날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천 최고위원의 사퇴 철회를 요구하면서 논란이 벌어진 상황이다.

손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 천 최고위원에게 의원직 사퇴를 재고해줄 것을 요청했다"며 "천 최고위원이 고심 끝에 내린 결단인 것을 잘 알지만, 당 지도부로선 다시 한 번 생각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또 "당 대표로서, 우리 당이 서울시장 선거에 좀 더 신중한 자세로 임해주길 당부한다"며 "정기국회를 앞두고 이 정부의 독단적인 반민생정책을 막고, 민생진보 정책을 추구하는 데 국회 의석 한 석이 아쉽고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서울시장 출마를 생각하시는 의원들이 있으면 절대로 의원직 사퇴를 생각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자 정 최고위원이 이 같은 손 대표의 요구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정 최고위원은 "어제 최고위원회의는 실망스러운 최고위원회의였다. 그런 식의 최고위원이면 당을 제대로 이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경선을 제대로 치르지 못한 결과 실패했던 2006년과 2010년 서울시장 선거를 들어 "경선 실패가 낙선으로 이어졌다"면서, "당의 후보들이 많이 거론되고 의지를 표명하는 것은 다행이고 당의 행복이라고 봐야 한다. 단속하고 제어하려고 하면 실패를 자초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당사자인 천 최고위원은 급기야 손 대표를 직접 지칭하고 극단적인 표현을 써가면서 반발했다.

천 최고위원은 자신의 국회의원·당 최고위원직 사퇴 선언에 대해 "작은 기득권이라도 내려놓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었다"며 "민심의 명령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여기서 공표한 걸 뒤집으면 천정배 자신도 우습게 되지만 당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사퇴를 국민들에게 공표하기 전에 손 대표가 여러 차례 사퇴하지 말 것 권유할 때만 해도 충정이라고 생각했다"며 "국민들에게 공표한 마당에 단지 사퇴서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오늘 이 순간에도 번복하라고 주장하고 권유, 강요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천 최고위원은 "어제 최고위원들이 모인 자리에서도 도저히 제가 모욕감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강요했다"며 "손 대표의 저의가 의심스럽다. 제왕적 총재도 이렇게는 못 한다. 김대중 총재도 이런 식으로 끌어가지 않는다"라고 불만을 쏟아냈다.

또 "다른 의원들에 대해 사퇴를 만류하는 것은 좋다, 대표로서 그렇게 하시라"며 "그러나 다시 한 번 저에 대해 정치적 예의나 금도, 우정이나 애정도 없이 강요하는 태도는 즉각 중지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손 대표의 측근인 김영춘 최고위원이 다소 손 대표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고 나섰다. 김 최고위원은 "'위기 뒤에 기회'라는 말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회가 위기가 될 수도 있다"며 "주민투표 불성립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퇴가 민주당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이 상황을 잘못 관리해 과잉의욕이 되면 위기로 전환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야권 통합과 연대 성사에 도움이 되는 선거를 치러야 하고, 무엇보다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는 선거가 돼야 한다는 대원칙을 잘 살려 선거에 임했으면 한다"며 "구성원 모두가 의욕을 앞세우기보다 절제하고 양보하고 마음을 모아나가는 선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설전이 펼쳐지자 이를 중재하는 발언과 실망감을 드러내는 발언들도 잇따라 나왔다.

조배숙 최고위원은 "천 최고위원의 의원직 사퇴 문제와 관련해 다른 의견이 나오는 것 자체가 우리 당이 민주정당이라는 반증"이라며 "서로 양식에 기대하고 잘 해결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돈키호테 같은 오 시장의 대권놀음에 휘둘려 국민 혈세가 낭비되고 서울시정이 중단된 사태에 우리는 지혜롭게 수습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출전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울시장 선거를 놓고 내부적으로 내홍이 있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이 적절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또 이번 논란의 발단이 된 것으로 알려진 현인택 통일부 장관 해임건의안 정족수 문제와 관련해 "이미 해임건의안을 제출하는 의원 정족수는 확보됐다고 한다. 다행스럽다"고 밝혔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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