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부터 숨가쁘게 달려온 K리그, 이제 정규리그의 남은 경기는 2경기에 불과하다.

성남과 수원이 각각 전·후기리그 우승을 차지하고 포항이 전·후기 통합 순위 3위로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으면서 모든 이들의 관심은 남은 플레이오프 진출 티켓 한 장의 주인공에 쏠려 있다.

가장 유리한 서울을 필두로 인천과 울산, 대구 등이 펼치는 혈투는 축구팬들에게 끝까지 손에 땀을 쥐는 명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과 달리 맨 밑바닥에서 '그들만의 사투'를 벌이는 팀들도 있다.

올 해 최악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제주와 경남, 광주, 전북 등 4개팀은 꼴찌를 벗어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승강제가 없는 K리그에서 꼴찌 싸움은 흥미는 물론이고 주목조차 끌지 못하고 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주어졌던 드래프트제 우선 지명 순위도 지난해부터 성적에 관계없이 매 라운드별 추첨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꼴찌만의 '메리트'도 없다.

하지만 꼴찌는 피하자는 각오는 플레이오프 진출 티켓을 노리는 상위권팀들의 그것에 비해 별반 다르지 않다. 일종의 '자존심' 싸움인 셈이다.

제주는 4승 9무 10패(승점 21)를 기록,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월 축구팬들의 비난을 감수하고 부천에서 제주로 연고지를 이전했지만 성적은 오히려 크게 추락(4위->14위)했다. 더구나 관중 동원력까지 꼴찌를 기록하고 있어 '공부도 못하고 인기도 없는' 팀으로 놓일 위기에 처했다.

특히 부천 시절이던 지난 03년과 04년에도 꼴찌 수모를 당한 적이 있어 정해성 감독과 선수단 내에 "제발 꼴찌에서 벗어나자"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경남(6승 5무 3패, 승점 23)은 최하위 제주에 승점 2의 우위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여유를 부리기도 어렵다. 최근 5경기서 1승 4패(1득점 9실점)로 최악의 성적표를 거머 쥐었다. 최소 득점 2위, 최다 실점 2위 등 공수가 불안정하다.

역대 신생팀 가운데 창단 첫 해 꼴찌를 기록한 단 한 차례(94년 버팔로)에 불과하기 때문에 경남으로서는 '12년만의 피해자'가 되고 싶지 않다.

광주(5승 8무 10패, 승점 23)는 경남에 득실차에 앞서 12위에 랭크됐다.

광주는 두 팀을 밑에 두고 있다. 그렇다고 의기양양 하기는 어렵다. 시즌 성적 그래프를 놓고 보면 컵대회 11위, 전기 12위, 후기 12위(11라운드) 등 하위권에만 놓여 있다.

인천과 성남 등 갈 길 바쁜 팀들에게 고추가루 부대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조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팀 특성상 연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21세기 들어 꼴찌가 2년 주기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지난해 꼴찌 광주의 2연패 수성(?) 가능성도 높다.

11위 전북(5승 10무 9패, 승점 25)도 예외는 아니다. 제주와 승점 4점차를 유지하고 있지만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변수다.

AFC 챔피언스리그 올인을 선언, 최진철과 제칼로, 염기훈 등 1군들을 모두 제외시켰다. 또 최강희 감독이 8경기 출장 정지의 중징계를 당해 벤치 파워도 약하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먹는다"고 경험자인 제주와 광주가 또 다시 꼴찌의 수모를 겪을 지, 아니면 경남과 전북이 창단 이래 꼴찌의 '첫 경험'을 하게 될 지, K리그를 즐기는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다.【서울=뉴시스】

※01년 이후 K리그 최하위 성적

01년 대전 5승 10무 12패 25득점 36실점(-11)
02년 대전 1승 11무 17패 17득점 40실점(-23)
03년 부천 3승 12무 29패 39득점 73실점(-34)
04년 부천 4승 13무 7패 19득점 27실점(-8)
05년 광주 4승 5무 15패 23득점 38실점(-15)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