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에 대한 공격적 발언으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정몽준 전 대표는 4일 발간한 자서전에서도 박 전 대표와 '얼굴을 붉혔던 이유'를 공개하며 거침 없는 행보를 이어 나갔다.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때리기'로 압축되는 정 전 대표의 최근 행보가 10·26 재보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대권경쟁을 앞당길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정 전 대표는 4일 발간한 자서전 '나의 도전 나의 열정'에서 2009년 9월 당 대표 취임 직후 박 전 대표와의 회동 내용을 공개했다가 박 전 대표와 얼굴을 붉히게 된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정 전 대표는 당시 회동 직후 "박 전 대표가 10월 재보선 도울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박 전 대표도 마음 속으로는 우리 후보들이 잘 되기를 바라시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몇 달 후 박 전 대표와 통화할 일이 있었는데 '한나라당 후보가 잘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항의했다"며 "이해하기 어려웠다. 화를 내는 박 전 대표의 전화 목소리가 하도 커서 아주 민망했다"고 회상했다.

또 "박 전 대표는 전후 사정을 따져보지도 않고 대뜸 '전화하기도 겁난다'면서 나를 거짓말쟁이로 몰았다"며 서운함을 표시하기도 했고 "갑자기 화난 사람처럼 '허태열 최고위원과 상의하세요'라고 높은 톤으로 소리를 질렀다. 마치 '아랫사람들끼리 알아서 하라'는 투로 들렸다"고 박 전 대표의 독단적인 의사소통 방식을 꼬집기도 했다.

정 전 대표의 일명 '대박(對박근혜) 공세'는 계파가 아닌 대권후보 1인자를 직접 겨냥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정 전 대표의 적극적인 공세로 인해 내년 4월 총선 이후에나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됐던 당내 대권경쟁에 서서히 불이 붙고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에 대한 비판과 충고의 목소리는 당 안팎에서 끊임없이 제기돼왔지만, 친이(이명박)-친박(박근혜)으로 나뉜 계파갈등 문제에 집중되는 양상이었다. 과거 지방선거나 재보선, 최근의 주민투표에 대해 박 전 대표가 전면 지원에 나서지 않은 부분 역시 서운함을 표시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정 전 대표는 박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대항마로서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한편, 직설적인 화법으로 신뢰와 안정을 중시하는 박 전 대표와의 차별성을 내세우고 있다.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3일 대구 스타디움을 찾아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관람하고 있다. photo@newsis.com 2011-09-04
정 전 대표는 4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열린 자서전 출판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박 전 대표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인"이라며 "그분과 내가 경험했던 사례는 최소한 말하는 것이 도리이고, 국민이 아시면 참고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들이 박 전 대표에게 많은 관심과 호감을 갖고 지지를 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내년 12월 (대선에서) 투표를 하는 것은 누구를 좋아하는 것 보다는 누가 우리나라를 안전하게 이끌어갈 것인지 냉정하게 투표를 하실 것이다. 그래서 열심히 준비하려고 한다"고 박 전 대표에 대한 추격 의지를 거침없이 드러냈다.

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정양석 의원은 "일부러 박 전 대표에 공세를 한다고 하는데, 잘못된 부분이나 수정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생산적인 비판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대표가 연일 '박근혜 때리기'를 계속하면서 박 전 대표 측도 마냥 지켜보고 있기만은 힘든 상황이 됐다.

복지 노선이나 대북 정책을 둘러싼 논란과 함께 두 잠룡의 '상호비난' 공방까지 계속된다면 언론과 국민은 다른 대권주자들의 입에도 주목하게 될 것이고, 이는 곧 조기 대권경쟁을 부채질할 수 있다.

정 전 대표가 박 전 대표의 미국 외교전문지 기고 글에 대한 '대필 의혹'까지 제기하자, 친박계는 즉각 "더티하고 유치하다"며 불편한 심경을 표현했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정 전 대표의 행보를 의식하거나 특별한 의미를 두고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면서 "정 전 대표가 사실도 아닌 의혹을 막무가내로 꺼내놓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대응은 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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