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림의장 "숭고한 국방 사업이라면 국민을 기만. 속이지 말고 솔직히 추진해야"

제285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임시회 1차 본회의가 15일 오후 2시 개회됐다.

문대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장은 인사말을 통해  '제주해군기지 이중협약서 파문 문제', '해군기지 부지내 문화재 발굴 현장 조사 문제', '감귤 생산 문제'등을 집중 조명했다.  

[개 회 사 전문] 

존경하는 도민 여러분, 동료의원 여러분!
우근민 도지사, 양성언 교육감을 비롯한 관계 공무원 여러분!

들녘의 곡식들이 알차게 여물어 가는 소리, 당도가 높아지며 내뿜는 과일의 향기가 바람결에 묻어옵니다.
이 풍요로운 계절에, ‘이틀만 더 남녘의 햇빛을 달라’고 기도하는 시인 ‘릴케’의 음성이 강정주민들의 애타는 기도소리로 들리는 것은 비단 저만이 아닐 것입니다.

정치는 백성의 눈물을 닦아 주는 것이라고 했는데, 그러지 못하는 우리의 마음속은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추석이 지났습니다.
도민 여러분께 ‘한가위 잘 지내셨습니까’라는 인사말씀도 차마 드리지 못하겠습니다.

여전히 강정은 마을 곳곳에 경찰이 배치돼 있고 한쪽에서는 농성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구럼비해안을 파괴하는 굴삭기 소리는 할 테면 해보라는 닫힌 정부의 배짱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구속된 주민들의 가족들은 따뜻한 햇살도 춥게만 느껴질 것입니다. 친·인척은 물론 마을 주민들이 음식도 나눠 먹고 마주 앉아 이웃간의 정을 되새기던 인정이 사라진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형제간에도 찬반으로 갈려 얼굴을 안 보고 지내고 서로 등을 돌린 이웃도 부지기수입니다.
이러한 갈등을 강정만의 일로 여겨 버리는 무관심, 그것이 더 가슴 아프게 하는 현실입니다.

그제 행정사무조사권 발동을 위한 T/F팀에 합류하기 위해 9일 만에 단식농성을 푼 다섯 분 의원님들의 저항에도 묵묵부답인 현실이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비록 공권력 투입에 대한 사과와 완전 철수 등의 요구사항을 관철시켜내지는 못했지만, 도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기여한 것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도민 여러분!
합리적이지 못한 공권력으로부터 고통 받는 강정의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강정은 제주이고, 제주는 강정입니다. 이제 강정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해군기지 추진의 정당성 여부를 결정지을 본질적 문제가 제기된 것입니다.

지난 2009년 4월27일 국무총리실에서 당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이상희 국방부 장관, 김태환 제주도지사가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과 관련한 기본협약서’에 서명했습니다.

이 기본협약서는 종전 ‘제주해군기지’ 개념을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전환시킨 결정적 계기였습니다.
협약서를 통해 정부는 해군기지가 아니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을 건설한다는 논리로 전환 했습니다.

그리고 군사기지에 대한 도민사회 여론의 악화를 의식해,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명명하고 민항과 군항이 함께 존재하는 관광미항으로 개발하는 것처럼 여론을 조성해 왔던 것입니다.
그러나 2년여의 시간이 지난 이달 6일, 다시 충격적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기본협약서의 타이틀로 명시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는 용어는 제주도민을 상대로 한 ‘홍보용’이었고, 실제 국방부에서는 ‘제주해군 기지’라는 별개의 명칭이 쓰인 협약서를 보관해 온 사실이 확인된 것입니다.

똑같은 내용을 담은 협약서를 2가지로 만들어 해군기지를 주장하는 측에는 해군기지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는 단어로 달래야 하는 측에는 그 단어를 적용시켜 왔다는 뜻입니다.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얄팍한 술수를 쓴 것입니다.

일단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실은 반드시 밝혀지게 마련입니다.
그동안 제주사회에서는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지면서도 제주도의 설명대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는 군항과 민항이 함께 공존하는 항구로 생각해왔던 것입니다.

군항 쪽에 무게가 더 실린다 하더라도, 군항의 수역과 민항의 수역이 분명히 구분되는 경계선이 있는 것으로 인식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국방부의 협약서에서는 이런 기대를 일거에 무너뜨리고 말았습니다.

국방부는 기본적으로 ‘제주해군기지’를 건설하여 전체적 구역을 군사기지로 운영하고, 민심을 달래기 위해 크루즈터미널 하나를 만들어 크루즈가 운항하는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국방부의 이런 숨은 의도는 국민을 기만한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대규모 국책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국가권력이 서로 짜고 그 각본대로 국민을 속인 것입니다.


또 이런 사실을 숨기고 여론을 호도해 온 당시 제주도 당국도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설령 국방부의 고집으로 어쩔 수 없이 그랬다 하더라도 2중으로 체결된 사실에 대해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는 그대로를 도민에게 알렸어야 당연한 것입니다.

국방부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는 국회의 부대의견을 무시함으로써 국회 권위에 정면 도전한 것은 물론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는 국가정책조정회의의 결정에 반기를 든대대해 비난을 받아야 마땅할 것입니다.

우리 도의회는 이에 대한 응분의 조취를 취해 나갈 것입니다.
이중 협약서 작성으로 도민을 기만한 행위에 대해 법적 대응과 함께 국회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한편, 의회 차원에서는 행정사무조사권을 발동해 실상을 낱낱이 밝히겠습니다.

우리는 또 사업부지 내에서 청동기 시대부터 조선후기 시대의 유구·유물 발견에 대해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해당 공사를 중단시켜야 함에도 이를 방치한 문화재청과 국방부, 해당 공사업자에 대한 고발조치 등을 검토할 계획입니다.

해당 상임위원회에서는 현장 방문을 추진할 것입니다.

정부의 결단을 거듭 촉구합니다.
도민들이 우려하고 주장했던 것들이 하나하나 그 실체가 밝혀지고, 헌정 이래 가장 문제투성이 사업으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밀어붙이기식 공사강행을 중지하기 바랍니다.

강정마을 공권력 투입에 대해 사과하고 완전 철수할 것을 요구합니다.
구속자의 조속한 석방과 평화적 해결 보장할 것을 촉구합니다.

우리 도의회가 제안한 주민투표를 수용하여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할 것을 제안합니다.

‘순자 애공(筍子 哀公)’에 나온 성어를 인용하겠습니다.

조궁즉탁(鳥窮則啄) 새가 궁지에 몰리면 쪼고, 수궁즉확(獸窮則攫) 짐승이 궁지에 몰리면 할퀴며, 인궁즉사(人窮則詐)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거짓을 부리게 된다고 했습니다.

숭고한 국방을 위한 사업이라면 국민을 기만하거나 속이려 들지 말고 당당하고 솔직하게 추진하십시오.

우리는 또 한번 ‘제하분주(濟河焚舟)’의 각오를 되새깁니다. 행정사무조사권 발동이 그렇습니다.

어떻게든 해군기지 문제를 풀어 제주가 가진 평화와 인권의 섬, 세계자연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지켜 나가겠습니다.

도민 여러분!

강정을 도와주십시오. 강정은 이제 제주도민의 자존의 이름입니다. 우리가 지켜야 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방향에서 해군기지 문제를 풀어나감으로써 제주도민의 자존을 지켜 나갑시다.

이번 임시회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강정문제 해결의 소중한 단초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이제 얼마 없으면 황금빛 가을로 접어들게 됩니다.
올해 산 감귤은 해거리 해임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이 58만여 톤으로 예년 해거리 해에 비해 10% 이상 적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적정생산을 위한 정책을 관 주도에서 생산자 단체의 주도로 변화시킨 정책방향이 변화가 가져온 긍정적 효과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농업인은 물론 생산자단체와 행정이 적극적으로 적정생산에 나서주신 결과라고 생각하며, 우근민 지사님을 비롯한 여러분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올해 산 감귤이 높은 가격으로 그 노고에 보답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개회사에 갈음합니다. 감사합니다.
2011년 9월 15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장 문 대 림<이상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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