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임종 칼럼] 보고 듣고 느낀대로

고등학교 생활에 익숙해 있던 우리가 대학에 입학한 후 느끼는 것은 모든 일을 자기 자신이 알아서 처리해야만 되는 새로운 제도에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1학년은 교양과목에 치중해 있었지만 학점에 맞추어 수강 신청하는 것에서부터 학교생활에서 알아야 할 것은 모두 게시판에 나붙는 알림에서 찾아 행동해야 했다.

고등학교에서 담임선생님이 일일이 알려 주던 것과 비교할 때 어른 대접을 받는 것 같았지만 조금만 주의를 게을리 했다가는 다른 학생을 따라갈 수 없음을 느꼈다.

대학에서는 90분 강의로 되어 있었는데 첫 강의는 철학시간 이었다. 시작벨이 울리고 30분이 되어도 교수는 오지 않고 학생들은 긴장해 있었는데 뒤늦게 들어온 노교수는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강의를 시작했다. 철학교수의 강의 요지는 ‘종교의 도그마’와 ‘우연은 없다’는 것에 치중해 50분 정도 혼자 떠들다가 강의 종료시간 10여분을 남겨두고 “오늘은 이상!”하고 나가려 했다.

너무나 황당한 생각이 든 나는 손을 번쩍 들고 ‘종교의 도그마’와 ‘;우연은 없다’는 두 가지 문제에 대한 나름대로의 생각을 개진하고 질문을 던졌다. 그 순간 학생 가운데서 누군지 “교수실로 가서 물읍시다!”하고 빨리 끝내기를 재촉했고 교수도 “내 연구실로 오게”하고 나가버렸다.

30분 늦게 들어오고 종료시간도 안 되었는데 강의를 끝내고 나가는 교수의 권위에도 실망했지만 빨리 끝내기를 재촉하는 학생의 태도에도 분노가 생겼다. 차차 알게 되었지만 권위 있는 수업일수록 강의시간에 늦게 들어오고 일찍 끝내 버리는 습성이 있어 학생 스스로가 챙기지 않으면 배울 수 없다는 것을 터득하게 되었다.

결국은 교수는 강의시간에 ‘주제’만 던져두고 나갔고, 학생들은 참고서적을 뒤져가며 교수가 던져주고 간 주제의 핵심을 공부하지 않으면 발전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강의가 끝나면 교정의 나무 그늘에는 몇 명씩 모여서 강의 내용에 대한 토론이 자연스럽게 전개되었다. 그 토론에서 밀리면 반론 준비에 시간을 바치며 쉬지 않고 참고 서적을 뒤져 다음 날은 반격을 하곤 하는 학생들의 진지한 모습에서 학문의 향상을 엿볼 수 있었다.

대학생은 1주에 2, 3일만 출석해도 되고 놀고먹으며 생활하는 곳이 대학이라는 말을 전에 자주 들었지만 나의 경우는 머리가 둔해서인지 시간이 부족하여 쉴 틈이 조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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