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40일전만 해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예정에 없는 정치 일정이었다.

그러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걸었고, 결국 시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정치권이 때 아닌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면을 맞게 됐다.

앞서 근원은 지난해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민주당이 다수인 서울시의회가 무상급식 조례를 통과시키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제안했다.

소득 하위 50%의 학생을 대상으로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려는 의도였다.

이에 보수단체로 구성된 복지포퓰리즘추방 국민운동본부는 2월부터 6월까지 서울시민의 서명을 받았고, 81만여명이 서명한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반대 주민투표를 서울시에 청구했다.

서울시가 주민투표안을 받아들여 주민투표가 성사됐지만 투표율이 개표 가능선인 33.3%를 넘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한 가운데 오 시장은 주민투표 결과에 시장직을 거는 강수를 둬 서울시민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하지만 8월24일 치러진 무상급식 주민투표율이 33.3%에 미치지 못하는 25.7%를 기록했고 오 시장은 투표 이틀 뒤인 26일 시장직을 사퇴했다.

공석으로 남은 서울시장직을 채우는 10·26 재보선이 확정되자 정치권은 분주해졌다. 특히 야권에서는 이명박·오세훈으로 이어진 한나라당의 서울시정 10년에 실망한 시민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겨졌다.

이러한 가운데 제1야당인 민주당에서 누구를 서울시장 후보로 선택할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오 시장에게 0.6%포인트 차이로 아쉽게 졌던 한명숙 전 총리가 급부상했고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천정배 최고위원 등이 물망에 올랐다.

하지만 변수는 의외로 외부에 있었다. '국민 멘토'로 인정받아온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지난달 초 서울시장 보선 출마 가능성을 내비치며 여론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안 원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30~40%의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이며 타 후보의 추종을 불허했다. 서울시장이 아닌 내년 대선에서도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그가 가져온 변화에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안 원장은 서울시장 보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대신 한 자릿수의 지지율을 보이던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의 단일화를 선택했다.

안 원장은 "박 상임이사는 우리 사회를 위해 헌신하며 시민사회 운동의 새로운 꽃을 피워왔다"며 단일화 배경을 설명했다. 안 원장과의 단일화 효과로 박 상임이사는 안 원장이 차지하던 여론조사 1위 자리를 꿰찼다.

이렇게 정치권 밖 후보들이 활발히 움직이며 유권자들의 관심을 받은 반면, 기존 정치권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특히 가장 유력하다고 평가받은 한 전 총리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민주당 안팎에서는 '후보라도 제대로 낼 수 있을까'하는 한숨 섞인 소리가 나왔다.

이에 제1야당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민주당 지도부와 당내 인사들이 나섰다. 이들은 새로운 인물로 평가받고 있는 박영선 정책위의장과 추미애 의원에게 적극적으로 출마를 권유했다.

결국 앞서 출마를 선언했던 천정배 최고위원과 신계륜 전 의원에 이어 박 정책위의장·추 의원이 당내 경선 후보 등록 마감을 앞두고 출마를 결심하면서 4파전이 형성됐다. 그리고 지난 25일 전화 여론조사와 당원 투표를 각각 50%씩 반영해 결정된 민주당 후보는 38.3%의 지지율을 얻은 박 정책위의장으로 결정됐다.

이후 야권 단일화 경선은 시민사회의 지지를 받은 박원순 후보를 정당이 뒷받침 해주는 박영선 후보가 쫓아가는 모양새를 이뤘다.

추석연휴 뒤 지난달 중순, 한 때 중앙일보·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 37%포인트 이상 벌어졌던 박원순 후보와 박영선 후보의 격차는 박영선 후보가 민주당 후보로 결정된 25일 이후 지속적으로 좁혀져 국민참여경선을 일주일 앞둔 시점부터는 10%포인트 내외의 격차를 유지했다.

이런 안갯속 판세에서 30일 치러진 TV 토론 배심원단 평가에서는 박원순 후보가 54.43%를 얻어 44.09%를 기록한 박영선 후보를 앞서나갔다.

그리고 1~2일 2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3일 선거인단 3만명의 국민참여 경선을 치르게 됐다. 그 결과 여론조사 57.65%, 국민참여경선 46.32%의 지지를 얻은 박원순 후보가 총 52.15%의 지지율로 45.57%를 기록한 박영선 후보를 제치고 야권 단일후보가 됐다.

박원순 후보는 당선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아무것도 없는 제게 돈과 조직을 만들어주신 시민 여러분께 고맙다. 박원순은 하나부터 열까지 보통 시민이 만든 후보"라며 "고단하고 지친 삶을 사는 서울시민들에게 달려가 친구가 되고 위로가 되는 첫 번째 시장이 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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