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희미했다. 하지만 그 여파는 우리나라 정치지형도를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오세훈 전 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 개봉불발의 책임을 지고 8월26일 사퇴한 이후 40여일 동안 한국 정치지형도는 새판을 다시 짜야할만큼 급변했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해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민주당이 다수당인 서울시의회가 무상급식 조례를 통과시키면서 불거진 포퓰리즘 논란의 한가운데 서있던 오 전 시장은 급기야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제안했다.

시의회와 시교육청이 전면적인 무상급식을 강행하려하자 이를 단계적 무상급식으로 바꾸려한 궁여지책이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시의회와 시교육청의 협공에 밀리던 오 전 시장의 입장에서는 무리수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택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무리수는 두고두고 부담이 됐다. 이후 시의회와의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보수시민사회가 무상급식 주민투표 청구의 총대를 매면서 오 시장은 시쳇말로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투표율 미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대한주민투표 개표조차 불투명해지자 수세에 몰린 오 전 시장은 '시장직 사퇴'라는 배수진을 만지작거리면서 또다시 무리수를 두고 말았다.

여기서부터 사태는 단순히 지자체 문제만이 아닌 우리나라 정치계 전반의 문제로 점차 확대되기 시작했다.

오 전 시장이 거당적 지원을 받기 위해 대선불출마를 선언한데 이어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시장직 진퇴를 걸겠다는 기자회견을 연이어 하면서 앞으로 다가올 총선과 대선은 서울시장 보궐선거라는 최대 변수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주민투표 지원의 강도를 놓고 한나라당 지도부가 사분오열 되고 민주당이 당력을 집중시키면서 8월24일 주민투표는 개봉도 못한 채 오 전 시장의 패배로 마무리됐다.

주민투표 이틀 뒤인 8월26일 오 시장이 공언대로 시장직에 물러날 때까지만해도 민주당은 승자로 남는 듯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하지만 이후 일주일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 멘토'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서울시장 보선 출마 가능성을 내비치며 정치판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한나라당의 반역사성과 민주당의 대안부재를 내세운 '안풍(安風)'의 위력은 컸다.

이후는 변화의 바람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그리고 시민사회 모두를 휩쓸었다.

차기 서울시장에 대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50%를 넘나드는, 가히 신드롬 수준에 가까운 인기를 누리던 안철수 원장이 이미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저울질하던 진보시민사회의 대표주자격인 박원순 변호사에게 후보자리를 양보하는 극적인 타협의 효과는 컸다.

이 바람은 이후 한명숙 전 총리, 이석연 전 법제처장 등 여야의 서울시장 유력 후보들을 가볍게 주저앉히면서 위력을 과시했다.

변화의 바람은 3일 본선을 향한 최종 시험대인 민주당 박영선 후보와의 야권단일화 경선에서 박 변호사가 최종승리자로 남으면서 가속도를 냈고, 하루 뒤인 4일 최대야당 대표의 전격적인 사퇴로 정점을 찍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까지 남은 20여일 동안 동안 이같은 변화의 바람이 계속될지의 여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이미 10·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단순히 지방자치단체장을 새로 뽑는 선거가 아닌 내년 치러질 총선과 대선에 버금가는 사회변혁의 한 장으로 자리잡았다.

오세훈 나비효과는 그래서 계속될 수밖에 없게 됐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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