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해 고배를 마신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가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중구에서도 외면 받았다.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개표 결과 나 후보는 중구에서 47.65%의 지지를 받아 51.96%를 득표한 박원순 당선인보다 4.31%p 뒤졌다.

이로써 서울대 법대와 판사·변호사, 제17대 국회 입성과 재선 성공에 이어 지난 7월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3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며 '승승장구'하던 나 후보의 정치행보에 첫 번째 제동이 걸렸다.

워낙 열세에서 시작한 이번 선거인지라 최종 승리를 거머쥔 박원순 당선인을 7.2%p 차이로 따라온 것 만으로도 나름대로 선전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나 후보의 득표율(46.21%)은 지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오세훈 전 시장을 지지했던 표심과 일치하는 수치라 '나경원 효과'는 없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나 후보는 이번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의원직을 내놓았기 때문에 내년 4월 총년에서 다시 한번 민심을 얻어야 한다. 그러나 자신의 지역구에서조차 박 후보를 이기지 못해 그마저도 마뜩치 않은 상황이다.

나 후보는 2004년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첫 '배지'를 달았고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중구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나 후보에게는 중구가 자신을 원내에 다시 진출할 수 있게 해 준 '고마운 지역기반'이다.

중구는 그러나 나 후보에게 '안정적인 지역기반'은 돼 주지 않았다.

중구는 지난해 실시된 6·2지방선거에서 '강남 3구'를 제외하고 서울 전역에 몰아친 '민주당 열풍'으로 민주당 박형상 후보에게 기초단체장을 허락했다.

구청장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았을 때에는 한나라당 최창식 후보를 선택해(4·29 재보선)에서 지원 사격에 나섰던 나 후보의 어깨를 으쓱하게 만들었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계기가 된 오 전 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또 달랐다. 당시 개표를 위해서는 투표율이 33.3%를 넘어야 했으나 중구의 투표율은 전체 25.7%에 조금 못미치는 25.4%를 나타냈다. 오 전 시장을 지지했던 나 후보의 체면을 구긴 셈이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나 후보의 전체 득표율보다는 1.44%p 높지만 박 당선인보다는 3.41%p 낮은 지지를 보냈다.

이 때문에 나 후보는 당분간 숨을 고르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권심판 성격인 이번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만큼 나 후보가 '탤런트 정치인'에서 비중있는 '굵직한 정치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세울지 주목된다.
<뉴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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