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여론을 무릅쓰고 의정비 인상을 추진했던 충북도의회가 매서운 비판여론에 백기를 들었다.

김형근 충북도의회의장은 31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의정비 인상을 의결해준 의정비심의위원회의 결정은 존중하지만, 다수의 도의원들이 고통분담 차원에서 인상해선 안된다는 반응을 보임에 따라 '동결'을 결정했다"며 "의정비 인상을 위한 관련조례 개정에 착수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도의원들 “여론악화 부담”

기자간담회에 앞서 김 의장이 주재한 비공개 의원 전체간담회에서 참석의원 13명 가운데 의정비 인상에 대한 의견은 8대 5로 찬성이 우세했지만, 김 의장 등 집행부가 불참의원 20여 명을 상대로 전화설문조사를 통해 수렴한 여론에선 반대가 우세했다고 김 의장은 전했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여론을 의식하지 말고 소신대로 의정비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지만, 전화조사에선 '여론의 역풍을 우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한나라당 소속 도의원은 의정비 인상에 찬성하는 민주당 소속 의원으로부터 "뭐가 그리 잘났냐"는 막말을 듣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달 이상 의정비 인상여부를 놓고 찬반논란을 벌이는 동안 이처럼 동료의원들 사이에서도 반목이 커졌다.

◇“의정비 규정 고쳐야”

김 의장은 간담회에서 "해마다 반복되는 의정비에 대한 국민적 논란을 불식할 필요가 있고, 이미 노정된 의정비 결정시스템의 제도적 한계 등 미비점을 고치기 위해 추후 중앙정부에 제도개선을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매년 의정비를 결정하느라 소모적 논란을 되풀이하지 말고, 공무원 급여체계처럼 도의원 위상에 걸맞은 금액을 확정해놔야 한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김 의장은 간담회에서 "차년도(2013년) 의정비를 결정할 땐 도민 여러분들의 충분한 이해를 기대한다"며 의정활동의 강화를 위해 의정비 인상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내년엔 인상 가능할까

당초 의원 간담회와 상임위원장단 회의에선 의정비심의위원회의 인상결정을 놓고 '동결론(거부)' '수용론' '수용후 1년간 반납론' 등 3가지 안을 놓고 난상토론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었다.

의정비 인상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냈던 동결론자들도 없진 않지만 숫적 열세를 면치 못하기 때문에 동결 쪽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오히려 가장 유력했던 대안은 '수용후 반납 카드'로 모아졌었는데, 결국 의원 자체여론조사에서 막힌 것이다. 그렇다면 2013년 의정비 인상은 가능할까.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우세해보인다.

시기적으로 볼 때 2013년 의정비 인상여부를 논의하는 시점이 대통령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시작돼 정치적 부담을 떠안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욕먹으며 왜한거야”

도의회가 지난달 17일 의정비 인상을 집행부에 요구한 이후 충북도의정비심의위원회가 4차 회의(이달 28일)를 열어 내년도 연간 의정비(의정활동비+월정수당) 총액을 올해 의정비 4968만원보다 2.4%(120만원) 가량 많은 5088만원으로 결정하기까지 도의회는 비난여론에 직면했다.

한 달 이상 의정비 논란이 이어지는 사이에 언론과 한나라당·민주노동당 등 민주당을 제외한 정치권의 보도·논평 태도는 매우 부정적이었다. 강력한 의정비 인상 드라이브를 걸고도 결국 여론악화에 부담을 느낀나머지 동결로 회전하는 모양새를 취한데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의회 안에서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소속 A도의원은 "고작 한달 10만원씩, 연간 120만원 올리자고 이런 난리를 피웠냐는 한탄이 나오고 있다"며 "긴 시간 욕만 얻어먹은 꼴이 돼버렸다"고 했다.

어찌됐든, 이로써 충북도내 13개 지방의회 의원들은 내년에도 올해와 똑같은 액수의 의정비를 받게 됐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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