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은(사진) 신세계그룹 명예회장이 4일 본사 문화홀에서 임직원 대상 특강을 갖고 사람중심의 '인사혁명'을 향후 기업이 생존하기 위한 변화와 혁신의 출발점으로 제시했다.

정 명예회장은 이날 특강에서 "우리 사회가 저성장 기조에 따른 삶의 질 악화, 기업환경의 글로벌화, IT기술의 급격한 발달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며 "기업이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급변하는 미래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업의 근간인 직원과 이를 관리하기 위한 인사제도의 혁신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기업들은 필요한 우수인재는 부족한 반면, 현상유지를 위한 인력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이를 개개인이 자기 책임을 다하는 '필요한 인재'로 바꾸어야 하며, 직원들의 업무몰입도를 높이고 인재를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회사의 조직과 인사제도 또한 획기적으로 변화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 명예회장은 '일하는 능력에 대해 분석하고 잘하는 분야에 배치하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다'는 'Competency이론'을 도입, 기존의 직무중심, 호봉중심의 인사에서 '사람중심'의 인사로 변화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조성을 당부했다.

정 명예회장은 인사혁명의 구체적 실천방향으로 크게 네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수시채용, 해외대 채용 등 유연한 채용 방식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정 명예회장은 "'수시채용'은 급변하는 사회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힘든 정기 공채채용보다 언제든지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해외대 채용'은 글로벌 시대에 필요한 다양한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정 명예회장은 일정 자격만 되면 누구나 특정 직무에 지원할 수 있는 '잡포스팅제', 기존 직원들이 인턴사원의 채용을 결정하는 '팀주도 채용' 등의 해외 선진사례 벤치마킹도 제안했다.

둘째, 유통대학 설립, 지역전문가제도 등 미래 지향적 교육안의 검토를 당부했다.

정 명예회장은 신세계그룹이 우수 인재 양성을 위해 업무와 함께 병행하고 있는 유통아카데미와 S-MBA 과정을 넘어, 핵심 인재들이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일본의 '정경의숙' 같은 형태의 '유통대학 설립'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경의숙'은 일본의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21세기를 이끌어갈 자국의 인재 양성을 표방하며, 1979년에 거액을 투자해 만든 특수대학원이다.

또 '지역전문가 제도'를 도입, 신세계그룹이 진출하고자 하는 모든 국가와 지역에 사전에 직원을 보내 현지 사정을 파악하고 사업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글로벌 지역 전문가로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셋째, 졸업식승급제, 누적식연봉제 등 능력에 따른 인력운영안을 제시했다.

'졸업식승급제'는 상위 직급에 맞는 능력을 갖춰야만 승급이 되는 제도이며, '누적식연봉제'는 개인의 역량차에 따라 연봉을 차등 지급하는 제도이다.

이 외에도 정 명예회장은 대학의 명예교수 제도와 유사한 퇴직 인력 '파트타임 재고용제도', 특정 전문 직군의 경우 선택에 따라 정년이 없는 계약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전문위원제도' 등 다양한 능력위주 인력운영 방안도 제안했다.

넷째, 여성간부 확대, 여성배려제도 활성화를 통한 여성인재 확보를 강조했다.

정 명예회장은 여성 인재의 관리직 비중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 올려 신규 채용한 우수 여성인력을 이끌어줄 롤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명예회장은 "신세계그룹이 운영하고 있는 사내 보육시설은 여성 인력 확보를 위한 좋은 출발"이라며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회사로 만들 수 있도록 여성을 배려한 제도를 더욱 활성화하고 관련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 명예회장은 인사혁명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각부서의 이해관계를 떠나 적극적인 변화를 추진할 수 있는 '인사개혁추진위원회'와 이를 총괄하는 '최고 인사책임자(CHRO)'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이날 특강에는 구학서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을 비롯해 신세계그룹사 대표와 임원, 백화점과 이마트의 실무 책임자급 부장 이상 간부 300여명이 참석했다.

정 명예회장은 유통산업의 역할과 사명 등에 대해 꾸준히 방향성을 제시하며 신세계그룹이 업계 전체를 선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지난해는 '녹색혁명'을, 2009년에는 '품질혁명'을 주제로 특강을 실시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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