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상황은 면하게 됐다.

17일(현지시각) 그리스 총선에서 긴축철회와 공공지출 철회를 내건 급진좌파 시리자가 패배하고 신민주당이 가장 많은 표를 얻을 것이 확실시되면서 긴축에 찬성하는 '친(親)긴축 연정'이 들어서게 됐다.

일단 한숨 돌렸지만 위기상황은 여전하다. 정도는 약하겠지만 여전히 그리스가 구제금융 조건을 두고 트로이카(유럽연합·유럽중앙은행·국제통화기금)와 일부 재협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구제금융과정에서 긴축안이 제외되면서 그리스 국민들 사이에 '왜 우리만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느냐'는 불만이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트로이카와 그리스 새 정부는 재정균형 시점을 연기하거나 그리스에 대한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는 등 타협을 하게될 공산이 높다. 하지만 협상이 결렬되거나 장기화될 경우 구제금융 지원 중단→디폴트→유로존 탈퇴로 치달을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단기호재지만 장기위험 여전"

경제 전문가들은 그리스 상황이 단기적 호재로 작용하겠지만 장기적 위험은 여전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스페인이 긴축 조건없이 구제금융을 받게 되면서 긴축을 지지하던 신민주당도 재협상에 나서겠다는 입장으로 바뀌었다"며 "유로존 탈퇴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국내 경제에 그리스 퇴출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며 "스페인에 구제금융이 들어갔고 이탈리아까지 확산이 안 되게 차단할 수 있다면 세계경제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럽위기가 이탈리아까지 가게 되는 최악의 경우 2008년 리먼 사태 당시와 같은 충격까지도 예상해야 한다"며 "그 정도의 충격이 오면 세계 경제가 1% 이상 빠질 수 있고 우리 경제도 3% 성장이 어렵다"고 말했다.

조호정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역시 "단기적으로는 긴축과 구제금융에 대한 신호가 되므로 긍정적"이라면서도 "긴축안에 대한 재조정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위험이 있다"고 평가했다.

조 연구위원은 "급진좌파가 승리할 경우 유로존에 혼란이 오고 그에 따른 변동성이 확대됐겠지만 보수당이 성공했기 때문에 유로존 자체에 대한 리스크 요인이 떨어져 국내 경제에 단기적 호재"라고 설명했다.

이재준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동향연구팀장은 "보수당이 승리했기 때문에 유로존 탈퇴까지는 안 갈 것"이라면서도 "재정긴축협약과 관련된 부분 완화가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 팀장은 "그리스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인데 유로존 전체가 파국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의 경우 유로존 이미 줄어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타격이 적을 것"이라고 밝혔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전문가들은 리먼사태 당시 국내에 들어와있던 유럽자금이 이미 많이 회수된 상황이기 때문에 국내 영향이 즉각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직접적 경기부양책보다는 미세조정과 국제공조가 더 필요하다는 제언이 우세했다.

김창배 연구위원은 "유럽 내에서도 공조가 힘들고 중국은 수출이 좋지 않고 미국도 재정이 부실해서 감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경기부양에 대한 국제공조가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그는 "위기 대응을 위해 무리한 경기 부양책을 쓰는 것보다는 중장기적 경제 체질 개선에 집중하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며 "지금 재정을 투입한다고 실물경제 하락을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조호정 연구원은 "상황을 봐가며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일본과의 스와프를 더 확충하거나 끝나는 것들을 연장하는 등 환율방어 기재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조 연구원은 "주요20개국(G20) 회의에서 유로존 지원 방안과 경기부양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며 "중국의 유로존 국채인수, 투자 확대 등 합의가 도출돼야 변동성을 낮출 수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우리나라에 대한 유럽연합(EU) 금융기관의 익스포저(위험노출)는 2008년 리먼사태 이전에 전체 외화예금의 50% 수준이었지만 현재 29%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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