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대선후보 경선 룰 변경 여부에 대해 친박계와 비박계간 입장이 계속 첨예하고 맞서고 있는 가운데 당원명부 유출 사건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비박계 대선주자들은 당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의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과 동시에 대선후보 경선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경선 룰 변경이 불가피하다고 강력 주장하고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의 측근인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은 1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만에 하나 이 일이 사리를 넘어 다른 일에 이용된 정황이 있다면 지휘계통에 있던 사람들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적 책임의 범위에 대해서는 "사무처를 지휘하는 사무총장과 당시 당 지도부가 책임을 지는 풍토가 있어야 된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새누리당 당직자 이씨가 문자발송업체에 220만명의 당원명부를 넘긴 시기는 지난해 말부터 4·11총선 직전까지다. 당시 새누리당은 박 전 위원장의 비대위가 지도부를 대신했으며 사무총장은 권영세 전 의원이었다.

현 친박계 지도부에 대한 압박용 카드로 박 전 위원장과 권 전 사무총장 등 당시 지도부의 책임론을 활용할 명분은 충분한 셈이다.

김 의원은 또 이번 사건이 대선경선에 미칠 영향에 대해 "현행 새누리당의 경선 룰대로만 진행된다면 구조적으로 당원명부를 쥐고 있는 후보가 사전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며 공정성 훼손으로 경선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 새누리당의 경선 룰은 대의원 20%, 책임당원 30%, 일반국민 30%, 여론조사 20%로 당원과 국민 표심이 50대 50씩 반영되는 구조다.

유출된 당원명부에 주소와 휴대전화 번호, 이메일, 주민번호는 물론 계좌번호까지 기재된 상황에서 이를 입수한 후보와 그렇지 않은 후보는 출발선상 자체가 다르다는게 비박계의 시각이다.

이 때문에 비박계 대선주자측은 일반국민이 100% 참여하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로 경선 룰을 뜯어고쳐야 대선후보 경선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 지사의 대변인격인 신지호 전 의원도 이날 라디오에서 "당원 명부 유출사건에서도 드러났듯이 당원 관리와 대의원 관리가 전혀 제대로 안 되고 있다"며 "그런 상태에서 당원을 주요 대상으로 한 선거 자체가 과연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그런 차원에서 국민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하는 것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명쾌한 해결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친박계는 이번 사건이 대선후보 경선의 공정성 시비를 불러올 가능성을 최소화하려는 분위기다.

서병수 사무총장은 지난 15일 비박계 대선주자측 대리인들과 조찬회동을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지역구 당원협의회장들이나 당원들은 대충 누가 우리 당원들인지 다 알고 있는 상황이며 누구든지 마음만 먹으면 (당원들과) 실질적으로 접촉을 할 수 있는 환경"이라며 "(당원명부 유출이 경선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 사무총장은 이어 "선거인명부 작성도 임의적인 추첨에 의해 만들어지는 선거인단으로 구성이 되고 명부도 일정기간 지나면 후보들에게 전달이 되기 때문에 형평성이나 공정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의 진상조사대책팀장을 맡은 박민식 의원도 라디오에서 "당원명부가 통째로 유출됐기 때문에 경선 룰에 큰 훼손이 생겼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검찰이 추정하고 있는 당원명부 유출 시기를 감안할 때 4·11 총선의 공천 등에 악용된 사실이 드러난다면 후폭풍은 상당할 전망이다.

단순히 대선 경선의 공정성 차원을 넘어 친이계 공천 탈락 등 과거 계파 갈등이 전면에 되살아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 의원도 유출된 당원 명부가 지난 4·11 총선에서 사용됐을 가능성에 대해 "곤혹스럽지만 충분히 가능하다"며 "정치 현장에서 보면 향우회 명단 등 이런 명부가 인적정보 한 건당 100원이나 1000원 등에 거래되고 있고 이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공천 탈락자들의 반발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번 총선 공천에서 당원 20%와 일반국민 80%의 비율로 국민참여경선을 했다"면서도 "가능성을 놓고 볼 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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