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은 정확히 성벽에 내리꽂혔다. 그것도 홍다구 바로 아래에. 몽골군들이 갑자기 성벽에 쏟아지듯 올라섰고, 홍다구는 그 뒤로 슬쩍 몸을 숨기고 말았다. 고려군은 김방경의 호령 아래 성문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성문은 열리지 않았다. “다시 한 번 성문을 돌파하라!”김방경이 손짓하자 고려군은 마치 자신이 바윗덩어리라도 된 듯 번개처럼 성문에 달려들었다. 그리고 나는 보았다. 절대 꿈쩍하지도 않을 것만 같았던 성문이 흔들리는 것을. 어떠한 기구도 없이 오로지 군사들의 몸으로만 해낸 것이었다. 성벽 위에서는 화살과 돌, 창들이 비처럼 쏟아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