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나를 올려다보았다. 흙과 핏기로 시커메진 얼굴과 달리 눈망울이 맑았다. 마치 깊은 호수에 빠져든 것처럼. 잠시 멍하게 하는 사람을 멍하게 하는 기운이 서려있었다. 그 눈이 점점 붉어지더니 눈물을 천천히 끌어올렸다. 깊고 맑았던 눈망울은 어느덧 뿌옇게 번지고 말았다.“죽입써.”아이가 내 팔을 붙들었다. 아니, 살려고 여기까지 들어온 게 아니었던가? 어찌 저 어린것의 입에서 저런 소리가 나올 수 있는 건지. 옆에서 팔짱을 끼고 지켜보던 김방경이 눈짓과 함께 조용히 바깥으로 물러났다. 마침 내 옆에는 김방경이 슬쩍 내려놓은 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