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스포츠마케팅을 진단하다
원광대 스포츠산업·복지학과 문개성 교수

▲ 문개성 원광대 스포츠산업·복지학과 교수. ⓒ뉴스제주

마케팅(marketing)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흔히 기업은 마케팅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영리조직이기 때문이다. 마케팅을 잘하지 못하면 소비자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지고 경쟁사에 그 자리를 뺏긴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의 5가지 경쟁요인(5 forces)을 보면 기존 경쟁자들 못지않게 대체품을 들고 나타나는 시장의 새로운 진입자들도 경쟁요인이라 하였다.

마케팅은 마켓(market, 시장) 플러스 ~ing이다. 시장의 3요소는 생산자, 유통자, 소비자이다. 마켓이라고만 하면 3요소가 멈춰있는 것이고, 영어시간에 배웠던 ~ing(잉)하면 현재 진행형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즉 마케팅이라고 하면 생산자, 유통자, 소비자가 어떤 목적을 갖고 꿈틀댄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성공적인 마케팅은 시장에서 잉(~ing)을 잘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귤을 팔아 이윤을 남기게 되는 생산자만 만족하는 판매의 개념보다 생산자는 팔아서 좋고, 유통자는 중간에 마진 남겨서 좋고, 소비자는 신속한 배달과 합리적 가격에 맛있는 귤을 먹어서 좋은 상황이 훨씬 상위개념이라 할 수 있다. 즉 모두가 만족했을 때의 상황이 성공적인 마케팅인 것이다.

제주라는 섬! 한반도 서남단 140km 떨어진 남해와 동중국해 상에 위치한 공간적 입지로서 자리 잡고 있다. 앨빈 토플러(Albin Toffler)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시간, 공간, 지식의 경계가 없는 새로운 차원으로 가고 있다고 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스마트 폰을 통한 ICT(Information Communication Technology)의 발전으로 대한민국 반대편의 아르헨티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금 당장에라도 실시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비행기를 타고 그 공간에 직접 가서 현재 사실을 확인하려 한다면 그 것은 이미 과거가 되어 버리기 때문에 혁신적인 생활도구가 우리의 생활방식과 영역의 변화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한정적 공간으로서의 제주라는 섬은 마케팅적 관점에서는 대단히 유리한 시장(market)라 할 수 있다. 7대 세계자연경관이란 공신력(公信力)이 있는 타이틀을 놓고 딱히 주변에서 견줄 만한 지역은 없는 것 같다. 즉 자연경관의 매력도에 힘입어 일반 관광객 유치를 위한 좋은 서비스의 제공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제주는 늘 북적거릴 것이다.

아주 독특한 제주만의 가치는 유네스코에서도 『환경자산의 보물섬』으로 인정하였다. 이로 인해 시간, 공간, 지식의 경계가 허물어진 작금의 세계인에게 얼마든지 제주를 홍보할 수 있게 되었다. 직접 제주를 방문한 사람들을 통해서만 이루어졌던 구전 마케팅(word-of-mouth marketing)의 효과는 정말 예전 일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제주라는 섬에 어울릴법한 국제스포츠이벤트는 무엇일까? 과다한 시설 투자가 요구되는 대형 이벤트는 아닐 것이다. 수려한 자연과 잘 닦여진 도로를 활용하는 친환경적인 이벤트라면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체계적인 스포츠마케팅을 접목하게 된다면 리스크는 줄어들고 지속적인 성공요인은 높아질 것이다. 공신력(公信力)을 갖춘 작은 규모의 국제스포츠이벤트는 어떤 종류가 있고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올림픽, 월드컵 등과 비교해서 작은 규모라는 것이지 오랜 기간 동안 발전해 온 세계적인 대회들의 규모는 결코 작지 않다.

몇 가지 예를 든다면 보스턴 마라톤 대회가 있다. 이 대회는 1896년 처음 시작되어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보스톤에서 매년 4월 셋째 주 월요일에 개최되고 있다. 몇 년 전 자국 내 거리테러로 몸살을 앓기도 했지만 오랜 전통과 권위를 통해 매년 2만명 이상이 참가를 하고, 그 기간 동안 방문객이 50만명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을 만큼 전 세계 마라토너들에겐 선망의 무대라 할 수 있다.

경기종목을 사이클로 살펴보면 대표적인 대회는 프랑스 일주를 뜻하는 투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가 있다. 1903년에 시작된 이 대회는 매년 7월이 되면 20여일 동안 3,500km 정도 거리를 달리게 되며 세계 최고수준의 엘리트 선수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 대회는 고환암을 극복한 후 대회 7연패(1999~2005)의 영광을 얻은 사이클 스타 랜스 암스트롱(Lance Armstrong)이 몇 년 전 도핑파문으로 영구 제명을 당한 비극적인 스토리로도 유명하다.

이 대회 또한 개최기간에 직·간접적으로 100만명 이상의 참관객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더불어 지로 디탈리아(Giro d'ltalia, 이탈리아 일주, 1909년 시작), 벨타 아 에스파냐(Veulta a Espana, 스페인 일주, 1935년 시작) 등의 스포츠이벤트도 전 세계 자전거 애호가들한테는 잘 알려져 있는 대회이다.

이러한 대회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가맹기관인 국제사이클연맹(UCI)이 각 국가의 사이클연맹으로부터 요청을 받아 승인한 대회이다. Tour de Swiss, Tour de Japan, Tour of California 등 『Tour de』라는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앞서 언급한 Giro d'ltalia, Veulta a Espana와 같이 자국어로 바꾸기도 하고, Paris-Nice, Milano-San Remo 등과 같이 도시명 자체가 대회명칭인 경우도 있다. 우리식으로는 『서울-부산』이 대회명칭이 될 수 있다.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것 또한 편견이다. 얼마든지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창의적 대회명칭이 가능하다.

이는 곧 국가 혹은 도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매우 중요한 전략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UCI에서 도로(road) 사이클의 모든 경기범주로 승인한 대회가 전 세계의 국가 혹은 도시에서 놀랍게도 2015년 기준 692회가 개최되고 있다. 심지어 아프리카 대륙 중서부에 위치한 카메룬 대회(Tour de Cameroun)도 존재하는 것처럼 지금도 어디선가 같은 종목의 대회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같은 사이클 종목으로 아시아권에 눈을 돌리면 투르 드 랑카위(Tour de Langkawi) 대회가 있다. 이는 우리 제주도와 같은 섬, 말레이시아 랑카위에서 1일 경주를 시작으로 40여분 배를 타고 뭍으로 들어와 수도인 쿠알라룸푸르에서 마지막 경기를 하는 대회로서 1996년에 시작되었지만, 아시아 최고 권위 대회로 인정받고 있다.

올림픽처럼 대형 이벤트를 개최하기에는 기반시설, 과다한 예산, 행정적·정치적 지원 등의 문제로 쉽지 않은 상황에서 스포츠콘텐츠를 잘 선택한 매우 성공적인 대회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판 투르 드 프랑스인 투르 드 코리아(Tour de Korea) 대회에서 몇 년 전 제주에서 출발하여 서울로 가는 경주코스가 바로 랑카위 대회에서 착안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몇 가지 대표적인 단일 종목의 국제스포츠이벤트를 예로 살펴보았듯이 보스턴, 프랑스 등 도시 및 국가명을 앞세운 대회도 있고, 국가적 차원의 대회이지만 랑카위라는 섬 명칭을 앞세운 대회도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음 마지막 호에서는 섬(島)이란 특수성을 부각시킨 새로운 차원의 제주 브랜드라는 주제로 스포츠와 연관하여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겠다.

필자는 현재 원광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제주 출생으로 제주 제일고를 졸업하였다. 경희대학교 스포츠산업경영전공 체육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미국 플로리다 대학교 스포츠 매니지먼트 분야에서 박사 후 연구과정을 거쳤다. 현재까지 SSCI급 논문을 비롯하여 20여편의 연구실적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정부부처인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13년을 재직하는 동안 Tour de Korea(투르 드 코리아) 국제스포츠이벤트 조직위원회 기업 스폰서십 마케팅 현장 전문가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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