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계획조례 개정안 도민공청회, 결국 파행

제주특별자치도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 도민공청회가 15일 오후 2시 농어업인회관에서 개최됐지만 진행된 지 30여 분만에 파행을 겪고 말았다.

이날 도민공청회는 시작 전부터 파행을 예고했다. 제주도건설단체연합회와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제주도지부 회원 등 조례 개정안 반대를 외치는 도민들이 '원 지사, 도시계획조례 개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현수막을 들고 농어업인회관 입구 앞에서 반대 시위를 전개했다.

공청회는 제주도정에서 먼저 개정조례안에 대한 내용을 요약해 설명한 뒤, 민기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가 좌장으로 나서 토론을 진행하고 참석한 도민들로부터 질의응답을 받으면서 진행되는 것으로 일정이 잡혔다.

토론회엔 장봉길 제주시이장단협의회 상임부회장과 김길호 서귀포시이장단협의회 사무국장,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선은수 제주도건축사회 건축위원장, 여창수 KCTV 부국장, 김보영 제주대 건축학과 교수, 박원배 제주발전연구원 선임연구원, 조판기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등이 참석해 의견을 주고받을 예정이었다.

조례안 설명이 있고 난 뒤, 조례개정안 반대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설명회장에 들어 온 이들은 "결사반대"를 외치며 토론회 진행을 저지했다.

이들 회원들은 "먼저 질의를 받아야 할 것이 아니냐"며 "토론회 끝나고 공청회 끝날 시점에 질문 몇개 받고 끝내려는 것이 아니냐"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반대 회원들은 이내 설명회장 중앙 연단을 점거한 뒤 반대구호를 연이어 외쳤다. 이들은 "이것이 도시와 농촌의 균형발전이냐. 왜 농촌만 죽이려드냐'며 "원희룡 지사도 여기 나와라. 찬성하는 도의원들은 두고보자"며 목소리를 높여갔다.

이에 공청회를 진행하려는 제주도정 관계자와 반대 회원들간 언쟁이 오가며 격한 몸싸움으로 번지는 듯한 양상을 띠기도 했다.

정상적인 진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제주도정에선 토론을 뒤 순서로 하고 질문을 먼저 받겠다고 정정했지만 반대 외침은 좀체 사그러들지 않았다.

이들은 계속적으로 "대한민국 정부는 규제를 완화하려는데 제주도는 오히려 거꾸로 강화하려고 한다"며 "도지사를 주민소환해야 한다. 찬성하는 세력들은 물러가고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은 원천봉쇄돼야 한다"고 외쳤다.

공청회 자리에 참석했던 다른 도민들도 하나 둘 자리를 뜨기 시작하자, 결국 이날 공청회는 시작된지 30여 분 만에 파행됐다.

제주도 관계자는 "지금 상태로는 정상적인 진행이 힘들 것 같다. 오늘 공청회는 더 이상 진행하지 않고 마무리하겠다"며 "입구에 의견서가 있으니 의견을 작성해 주면 개정안을 확정할 때 참고하겠다"며 공청회를 끝냈다.

이날 모민들이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을 반대한 주된 이유는 공공하수관로를 연결하지 않은 모든 곳에선 건축허가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내용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공공하수관로가 설치돼 있지 않은 제주 읍면지역에 토지를 갖고있는 사람들은 집을 지을 수가 없기 때문에 재산권이 심각히 침해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 13일 제주도청 기자실에 찾아와 이번 조례 개정안을 100% 밀어붙이진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청회가 파행됨에 따라 원희룡 도정에서 어떤 후속조치로 나설 것인지 관심이 모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