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제주 창간 10주년 특집 인터뷰] 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 교육감

<뉴스제주>는 지난 2007년 10월 9일에 창간해 올해 만 10년째를 맞았다. 창간 10주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도 올해 10년차다. 이에 <뉴스제주>는 이를 기념해 제주도를 이끌고 있는 도지사, 의장, 교육감 등 3명의 리더를 만나 제주의 미래 청사진을 어떻게 그려내고 있는지를 물었다. <편집자 주>

이석문 교육감은 한때 전교죠 제주지부장과 제주 친환경 학교급식연대 대표, 아이건강제주연대대표, 4.3진상규명 활동 등을 통해 교육활동가와 정책가로 몸소 제주교육의 현실과 부딪히며 항상 교육현장의 교육자로 살아왔다.

“교육이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는 우리 아이들의 행복과 희망이다”라면서 이 교육감이 교육의원 출마 기자회견을 했던 2010년은 변화를 갈망하던 제주교육 개혁의 시작점으로 평가 받고 있다.

전교조 1세대이자 해직교사 출신이었던 이석문 교육감은 다시 4년 뒤 제15대 제주특별자치도 교육감에 취임, 자신이 꿈꾸었던 철학을 하나하나 실천해나가는 중이다.

이 교육감은 인터뷰에서 “경쟁보다는 협력, 서열보다는 배려, 성적보다는 행복이 있는 제주 교육 문화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한 지난 2년이었다”고 자평하며, “변화의 물꼬를 따라 교육의 본질이 잘 수행되는 제주교육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이들이 자존감과 자발성을 갖는다면 정말 잘 할 수 있다”면서 “제주는 이런 흐름으로 모든 교육가족, 도민들과 합심해 정책, 행정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 교육감은 “중요한 건 교실 문화”라고 강조하며 “교사들이 아이 한 명, 한 명에게 충실할 수 있는 교실 문화를 만든다면 잠재한 가능성은 현실의 결실과 제주 교육의 경쟁력으로 활짝 꽃필 것이라 자신한다”고 제주교육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뉴스제주>는 창간 10주년 즈음 해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을 만나 지난 성과를 들어보고, 임기 후반기의 목표는 무엇인지 짚어봤다.

▲ 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 교육감. ⓒ뉴스제주

■ 취임 한 지 2년이 지나 3년째에 접어들었다.

경쟁보다는 협력, 서열보다는 배려, 성적보다는 행복이 있는 제주 교육 문화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한 지난 2년이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덧붙이고 지시하는 행정이 아니라, 업무를 덜어내고 학교를 지원하는 행정을 펼쳤다.

그리고 교사가 수업과 생활지도 등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고, 아이 한 명, 한 명에 집중할 수 있는 교실을 만들기 위해 ‘교육 중심 시스템 구축’에도 매진했다.

이러한 노력 결과 교육 변화의 물꼬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자부한다. 도민과 교육가족들이 힘과 마음을 모아주셨기에 가능했다. 변화의 물꼬를 따라 교육의 본질이 잘 수행되는 제주교육을 실현하겠다.

어려운 과정마다 전폭적인 성원과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도민과 교육가족들에게 이 지면을 빌려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 지난 2년의 시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올해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실황이 기억에 남습니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기는 모습에서 우리 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인공지능 시대의 개막을 알린 드라마틱한 순간이기도 했다.

큰 충격만큼 배움도 컸다고 생각한다. 인공지능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를 이뤘다. 미래 교육을 새롭게 디자인하기 위한 지혜를 모색할 수 있게 됐다.

제주교육도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속에서 교육의 미래를 근본에서부터 고민하고 있다.

■ 9월말 처음으로 제주교육 국제심포지엄을 열었다. 어떻게 평가하나

도민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속에 성황리에 치렀다. 처음으로 개최한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큰 탈 없이 치러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성과가 있기까지 많은 분들의 노력이 있었다. 감사의 마음이 크다.

세계적인 교육 변화 흐름 속에서 제주교육을 바라볼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다. 소통과 토론의 힘으로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제주교육이 나아갈 미래의 길도 모색했다.

현재 제주교육 역량으로 이러한 규모의 심포지엄을 치를 수 있을까 솔직히 반신반의했다. 지금은 가능성과 희망을 본다. 오랜 시간 꾸준히 지원하고 준비하면 더 좋은 모습의 국제행사가 될 수 있을 거라 본다.

현재 나타난 성과와 과제를 토대로 더욱 발전된 국제 심포지엄을 준비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 제주형 혁신학교 다혼디 배움학교도 운영한지 2년째다. 성과는?

제주특별법에 ‘제주형 자율학교’를 지정, 운영할 수 있는 근거가 있다. 기존 제주형 자율학교는 예산을 지원해 학교를 살리는 방식이었다. 이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학교가 자발성과 민주성을 갖고, 학교 구성원들과 함께 학교를 살려나갈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바꿨다. 그 학교가 제주형 혁신학교 ‘다혼디 배움학교’다.

‘다혼디 배움학교’에서는 학교 구성원들이 자발적이고 민주적으로 의사 결정을 하며,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학교를 활성화하고 있다. 이를 실현하려면 교사가 교육 본질에 충실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 현장을 적극 지원했다. 그 결과 교사가 교육의 본질을 고민하고, 아이 한 명, 한 명에 집중하는 교실이 자리하고 있다.

이를 시작으로 앞으로 ‘다혼디배움학교’가 고유한 전통과 정체성이 있고, 다양한 교육 과정이 운영되는 학교가 될 수 있도록 학교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

■ 취임 후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과 여러 차례 토론회를 열고 있다. 최근까지도 초‧중학교 부모들과 순회토론회를 이어가고 있는데, 공개토론회를 하는 이유는? 그리고 주된 이야기는 뭐였나

대입전형 변화와 자유학기제, 인공지능 시대 도래 등으로 앞으로 교육의 변화가 급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중에서도 초‧중학교에서 변화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미래의 변화에 잘 대응하기 위한 지혜를 모으기 위해 소통을 하고 있다. 초‧중학교 의무교육 본연의 의미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토론회에서는 주로 고입 선발고사 폐지 배경과 앞으로 변화상에 관심이 많다.

지금 중학교 1학년부터 연합고사를 보지 않고 내신 성적 100%로만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여전히 학부모들은 고입 선발고사 폐지에 우려의 시각이 있다.

지난 4월 교육부가 '고교 맞춤형 교육 활성화 계획'을 발표하며, 연합고사 폐지 방침을 밝혔다. 고교 교육이 지식, 성적 위주가 아닌 역량, 소질, 적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변해야 한다는 것을 정부가 인정한 것이다. 전국적 폐지 흐름에 맞춰 제주 역시 고입 선발고사를 폐지했다.

중학교는 입시 위주의 문제 풀이가 아닌, 독서습관을 키우고 몸과 마음을 건강히 하며, 진로‧진학을 잘 설계할 수 있는 시기가 돼야 한다.

우리가 아는 ‘학력’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 알파고 현상으로 미래 변화 예측이 어렵다. 경쟁과 서열, 성적 중심의 교육으로 미래를 대비할 수 없다.

아이들이 스스로 진로와 진학을 찾을 수 있도록 ‘질문의 힘’을 키워야 한다. ‘질문이 있는 교실’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경쟁적 교육 문화를 바꿀 필요가 있다.

교육부의 ‘2015 교육과정 개정’으로 융복합 지식을 지닌 창의적 인재 양성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대입에서 수시가 차지하는 비율 역시 70%가 넘어 이젠 입시 위주의 평가와 수업 방식으로는 아이들의 꿈과 끼, 가능성을 키울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자유학기제와 대입제도의 변화, 학생중심 수업방법 변화, 평가방법의 개선 등으로 아이들의 다양한 꿈과 끼, 내일의 가능성을 키워가는 중학교 의무교육 본연의 의미를 실현하겠다.

■ 고교체제 개편에 따라 함덕고와 애월고에 예술과를 설치하고 내년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의회에서도 우려를 표명한 바 있지만,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의견에 충분히 공감한다. 우려가 없도록 더 좋은 학교를 만드는 데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속가능하게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하고 있다. 도내외 예술 관련 기관‧단체들과 업무협약하며, 교육 지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우수 강사진을 확보하고 있다. 진로‧진학으로 확장하기 위한 활로도 만들고 있다. 도의회의 지원으로 전공 교과 시설 기반도 마련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인공지능과 차별되는 인간의 고유 본성은 ‘예술적 감수성’이다. 이를 키우는 교육적 중심축이 애월‧함덕고 예술과다. 애월‧함덕고는 교육의 미래를 반영하는 희망의 공간이 될 것이다.

아이들의 예술적 감수성과 다양한 꿈과 소질이 예술과에서 잘 펼쳐질 수 있도록, 교육 공동체와 충실히 소통하며 예술과 운영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

■ 누리과정 예산 부담 문제를 놓고 정부와 시․도교육청 간 논란이 매년 반복되면서 보육대란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야 어떻게든 해결한다지만 내년이 걱정이다. 대책은

지난해, 올해와 같은 소모적인 갈등을 반복해선 안된다. 부모님들에게 더 이상 걱정을 드려선 안된다.

더 이상의 부담은 초중등 본연의 교육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누리과정과 초중등 교육의 본질을 실현하고,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누리과정은 국비로 지원돼야 한다.

제주지역 국회의원님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비 지원을 요청 드렸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20대 국회에서 이 문제가 잘 풀리기를 기대한다.

■ 소규모 학교 교장 공모제 성과는

작은학교를 중심으로 공모제를 통해 선발된 교장들이 능력과 참신한 리더십, 비전을 갖고 학교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평가한다.

지역의 학교는 지역을 통합시키는 중심축이다. 학교 교육과정의 운영뿐만 아니라 지역주민, 학교구성원간 유기적인 소통, 민주적인 학교문화 정착 등을 위해서도 교장의 참신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제주교육 변화를 위한 동력으로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적극 활용할 것이다. 앞으로도 학교를 변화시키기 위한 명확한 청사진과 참신한 리더십,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충만한 분을 교장으로 등용시킬 것이다. 교장 선생님들의 리더십이 잘 발휘될 수 있도록 덜어내고, 지원하는 행정을 펼치겠다.

▲ 대담 중인 이석문 교육감과 양지훈 뉴스제주 편집국장. ⓒ뉴스제주

■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으로 4.3역사 기술 방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주는 아픔과 상처로 점철된 4·3역사가 지역 전체에 스며들어 있다. 도민들은 4.3의 다양한 관점과 해석을 존중‧인정하면서, 4.3의 아픔을 평화와 화해, 인권 등의 미래 가치로 승화시킨 위대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지난 2013년 12월부터 지난해 초까지 교학사 역사교과서가 4·3을 왜곡‧폄훼하면서 4·3유족들을 비롯한 도민들이 또 다시 아픔과 상처를 입어야 했다. 이에 정부의 국정 교과서 추진이 매우 우려되고 걱정된다. 국정화 교과서가 교학사 교과서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 큰 우려는 국정교과서 집필 진행 내용이나 방향이 전혀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교과서 공개에 따른 엄청난 논란과 갈등,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는 집필 상황을 공개하여 국민적 공론과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입니다.

■ 학교 운동장 우레탄 트랙 문제는 학생들의 건강권과 직접 연결돼 있어 학부모들의 걱정이 크다. 그런데 교체 과정이 원활하지 않은 것 같다. 어떻게 추진되나.

교육 구성원들과 소통하며 유해물질이 검출된 우레탄 운동장을 교체하고 있다.
분명한 원칙은 ‘안전과 건강’입니다. 이 원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교체를 진행해야 한다. 인공 재질이 건강과 안전의 원칙에 부합한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몇 년 후 유해 물질 기준이 강화됐을 때 또 다시 운동장을 교체해야 하는 비효율적 요소가 없는지, 지금의 운동장이 아이들의 몸과 마음의 건강과 정서에 도움이 되는지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안전은 일상의 불편함을 서로가 나누어 갖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편리성과 편의성을 위해 안전과 건강의 가치를 저버리는 우(愚)를 범하지 않겠다.

다소 불편함이 있더라도,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에 가장 적합한 운동장 모형을 정착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할 교육 정책은

인구 절벽 문제가 심각하다. 아이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이 때에 ‘단 한 명의 아이를 잘 키우는’ 교육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사가 아이 한 명, 한 명에게 충실한 ‘교육 중심 학교 시스템’ 구축에 최선을 다하겠다.
그리고 알파고 현상으로 인공지능 시대가 예고되고 있다. 향후 10년 후를 예측하기 힘들다. 아이들이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으며 자발성과 주체성을 찾을 수 있도록 ‘질문이 있는 교실’을 잘 만들어가야 한다고 본다.

또한 인간 고유의 본성인 예술적 감수성을 토대로 질문하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문예체 동아리와 주제 탐구 동아리를 활성화해 나가겠다.

어느 부모님이 국제학교와 제주의 학교 차이에 대해 이런 말씀을 하신 적 있습니다.
“국제학교와 제주 학교 모두 시설면이나 교사능력 등에서 다른 것이 없는데, 하나가 차이가 있다. 바로 아이를 기다려주지 못한다”라고 하셨다. 믿고 기다려주면 아이들은 스스로 자존감과 자발성을 갖고 정말 잘 할 수 있다. 앞으로도 교실을 충실히 지원하며 교사들이 사랑으로 아이들을 만나고 소통하는 교실을 만들어 가겠다. 이를 통해 다양한 꿈과, 끼, 예술적 감수성 등이 100세 시대의 진로, 건강, 행복으로 이어지는 교육을 실현하겠다.

■ 도민과 교육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

그동안 우리 사회에 당연하게 자리했던 경쟁과 서열, 성적 중심의 교육 문화를 이제 배려와 협력, 행복 중심의 교육 문화로 전환해야 한다. 정말 소중한 우리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자존감과 자발성을 갖는다면 정말 잘 할 수 있다. 제주는 이런 흐름으로 모든 교육가족, 도민들과 합심해 정책, 행정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하나씩 성과가 나오고 있다.

제주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 교육의 중심이 될 가능성과 잠재력이 충분하다. 각 지역 작은학교만 하더라도 최고의 학교 환경과 교사들의 뛰어난 능력과 열정,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 지원 등이 갖춰져 있다.

중요한 건 교실 문화다. 교사들이 아이 한 명, 한 명에게 충실할 수 있는 교실 문화를 만든다면 잠재한 가능성은 현실의 결실과 제주 교육의 경쟁력으로 활짝 꽃필 것이라 자신한다.

지난 2년간 제주교육에 많은 성원과 사랑을 보내주셔서 감사드린다. 제주교육의 희망을 아이들의 행복으로 키우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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