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감정 결과 채택한 제주법원, 16일 판결 '천궈루이 재판결과 주목'

▲ 추석 연휴 기간이었던 지난해 9월 17일 오전 제주시내 한 성당에서 홀로 새벽 기도를 하고 있던 신도 김모(61·여)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천궈루이(51 ·중국인)가 현장검증을 할 당시 모습. ⓒ뉴스제주

추석 연휴 기간이었던 지난해 9월 17일 오전 제주시내 한 성당에서 홀로 새벽 기도를 하고 있던 신도 김모(61·여)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천궈루이(52 ·중국인)가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 감정인의 소견이 나와 향후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오늘(2일) 제주지방법원 201호에서 열린 천궈레이에 대한 재판은 지난해 11월 7일에 이은 두번째 심리로 무려 3개월만에 진행됐다.

이는 재판부가 천씨에 대한 정신감정 결과를 보고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일반적으로 정신감정을 의뢰해 감정서가 나오기까지는 두어달 가량 걸린다.

경찰 수사단계에서 천씨에 대한 정신감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감정을 의뢰하지 않았다.

검찰은 천씨가 치밀한 계획을 세워 범행했고, 중국에서도 직장을 다니며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등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한 점 등에 비춰 정신감정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한 검찰이 전문의에게 자문을 구한 결과 '망상이라고 확정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은 것도 정신감정을 의뢰하지 않은 이유다.

이에 천씨의 변호인 측은 앞선 재판에서 '심신미약'을 주장하며 정신감정을 의뢰했고 재판부는 이를 수용했다.

정신 감정 결과 검찰과 판단과는 정반대로,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정신 감정인은 "피고인의 지능지수는 평균 수준이지만, 망상 장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망상장애로 인해 의사결정이 없는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소견을 보였다.

또한 "장기간 약물치료가 필요하며,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재범 우려가 높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같은 감정결과를 수사 보고서에 채택하기로 했다.

천씨는 경찰과 검찰 수사 단계에서 "중국 공산당이 자신의 머리에 칩을 심어 조종하고 있다" "중국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이는 정상적인 사람의 범행동기라고 믿기는 힘든 진술이다. 정신감정을 통해 '심신미약'을 이끌어 형량을 낮추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한 천씨는 "성당이나 교회에서 범행할 경우 예수가 자신과 피해를 구원해 줄 것이라고 믿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그는 현장 검증에서도 계획적 범행을 부인하며 우발적인 범행임을 주장했지만, 이같은 발언은 ‘계획 범행’임을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경찰 조사에서 천씨가 범행 전날 흉기를 구입하고, 성당과 교회 등 종교시설을 4차례나 방문한 것으로 확인된 점도 ‘계획 범행’이라는 신빙성을 높여준다.

이 때문에 검찰은 천씨의 심신미약에 따른 공소 변경에는 "재판부의 직권 판단에 따르겠다"면서도 '치료감호'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검찰은 "치료감호자들 중 중국인들도 있지만, 대화가 통화는 조선족들이다. 천씨가 전문 통역인이 없는 곳에서 치료감호를 받더라도 얼마나 치료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이달 6일 변론을 마치고, 결심공판을 한 뒤 오는 16일 1심 형량을 결정하기로 했다.

심리를 진행한 허일승 부장판사는 앞선 재판에서 정신감정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정신적 일환일 경우 양형에 참작하겠지만, 정신적 문제가 아닌, 책임 회피 내지는 형량을 낮추겠다는 의도로 확인될 경우 형량이 증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신감정을 통해 '심신미약'이 인정된 만큼 재판부의 판단이 주목되는 이유다.

천궈루이는 지난 9월 17일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한 성당에서 새벽기도를 하고 있던 김씨를 흉기로 4차례 찌르고 달아났다. 김씨는 자신의 휴대전화로 119에 신고한 뒤 의식을 잃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사망했다.

제주경찰은 강력범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건이고, 범행 수법이 잔인하다 보니 국민의 알권리와 외국인 강력범죄 예방을 위해 천궈레이의 이름과 얼굴 등 신상을 공개했다.

제주시 연동의 한 식당에서 중국인 관광객 7명이 식당 여주인을 집단 폭행하는 사건 이후 8일만에 성당 살인사건까지 일어나자 제주사회에 외국인 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무사증 입국 제도 폐지' 여론이 들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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