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궈루이' 사전 답사 도주로 확인 계획적 범행이 망상장애?…재판부 판결 주목

▲ 추석 연휴 기간이었던 지난해 9월 17일 오전 제주시내 한 성당에서 홀로 새벽 기도를 하고 있던 신도 김모(61·여)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천궈루이(52 ·중국인)가 현장검증을 할 당시 모습. ⓒ뉴스제주

제주의 한 성당에서 여성 신도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중국인 천궈루이(52)에게 무기징역이 구형됐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사회적 파장이 컸고 사안이 중대한 만큼, 최종변론에서만 10분이 넘도록 시간을 할애했다.

제주지검은 9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허일승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천 씨는 처음부터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범행했다. 그는 제주 입국3일만에 숙소 인근에서 흉기를 구입하고 제주의 종교시설을 방문해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가 범행한 성당도 범행 전날 2차례나 답사해 출입문 등 도주로를 확인했다. 범행 후 삼무공원에 상의를 버리고, 휴대전화와 모자 등도 각각 다른 곳에 버렸다. 이후 택시를 타고 공항에 갔다가 다른 택시를 타고 서귀포로 도주하는 등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치밀하게 범행한 천씨가 정말로 심신미약 상태인지 의심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은 "변호인은 상해만 가할 의도로 범행했다고 주장하지만 신빙성이 없다. 길이 18cm 칼날이 전부 들어갈 정도로 가슴과 옆구리 등을 무차별적으로 찔렀다. 처음부터 살해 목적으로 계획을 세워 범행한 것"이라고 했다.

또한 "피해자는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고, 피해자 유족도 평생 치유하기 힘든 고통에 살아야 한다. 하지만 천씨는 진지한 반성의 태도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조사와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죄책감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중국 공산당이 자신의 머리에 칩을 심어 조종하고 있다' '중국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말로 자기 합리화를 하는데만 급급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검찰 조사에서도 '죄는 달게 받겠다. 하지만 자신이 수감하는 장소에 침대를 놔 달라'는 등 자신의 안위만 생각했다"면서 "피해자 남편은 아내의 사망소식에 기절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육지에서 직장을 다니던 아들은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일을 그만두고 제주에 내려왔다. 유족은 평생 고통 속에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사건은 사회적으로도 큰 물의를 일으켰다. 사건 보도에서도 제주 성당 살인사건으로 전국적으로 주목 받았다. 시민들은 사회 불안감과 잔인함에 경악을 금치 못하며 강력한 처벌을 원하고 있다.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엄벌에 처해야 한다"며 무기징역에 처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천씨의 변호인은 "이번 사건을 변호하게 돼 유족들에게 미안하고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 수 없다. 제 어머니 역시 새벽 기도를 다니고 있다. 본인도 피해자의 가족이 될 수도 있다는 마음에 참담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은 두 번의 결혼과 사업 실패로 망상장애로 인한 범행이라는 점이 밝혀졌다. 정신감정에서도 심신미약 상태가 확인된 만큼 감경돼야 할 사유"라고 말했다.

이어 "천씨는 중국과 제주에서도 전과 전력이 없는 초범이다. 이번 사건으로 대한민국에서 추방될 것이 명확한 만큼 재범 우려가 없다. 이러한 점을 재판부가 감안해 달라"고 했다.

천 씨는 최후 변론에서 "재판부의 판결이 공정할 것으로 믿는다. 어떤 죄도 달게 받겠다. 모두들 감사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천 씨는 모든 공판을 마치고 피고인 대기실로 들어가기 전 자신의 변호를 해준 변호사에게 '땡큐'라고 말하기도 했다.

앞선 재판에서는 천 씨에 대한 정신감정 결과 '심신미약에 따른 망상에 따른 범행으로 보인다'는 전문 감정인의 소견이 나왔다.

정신 감정인은 "피고인의 지능지수는 평균 수준이지만, 망상 장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망상장애로 인해 의사결정이 없는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소견을 보였다.

또한 "장기간 약물치료가 필요하며,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재범 우려가 높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같은 감정결과를 수사 보고서에 채택하기로 했다.

이에 검찰은 천씨의 심신미약에 따른 공소 변경에는 "재판부의 직권 판단에 따르겠다"면서도 '치료감호'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검찰은 "치료감호자 중에는 중국인들도 있지만, 대화가 통화는 조선족들이다. 천씨가 전문 통역인이 없는 곳에서 치료감호를 받더라도 얼마나 치료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오늘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치료감호는 청구하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재판부가 '심신미약' 감정결과를 받아들인 만큼, 오는 16일 결정되는 판결 결과에 주목이 집중된다.

이날 결심에서는 범행 당시 성당 내에서 촬영된 CCTV를 공개, 증거로 채택되기도 했다.

법정에서 공개된 CD에는 살해 장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천씨가 성당으로 들어오는 모습, 피해자가 119에 신고하는 모습, 119 대원이 현장에 출동하는 모습, 천씨가 도주하는 모습이 녹화됐다.

천궈루이는 지난해 추석연휴 기간인 9월 17일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한 성당에서 새벽기도를 하고 있던 김모(61·여)씨를 흉기로 4차례 찌르고 달아났다. 김씨는 자신의 휴대전화로 119에 신고한 뒤 의식을 잃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사망했다.

제주경찰은 강력범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건이고, 범행 수법이 잔인하다 보니 국민의 알권리와 외국인 강력범죄 예방을 위해 천궈루이의 이름과 얼굴 등 신상을 공개했다.

제주시 연동의 한 식당에서 중국인 관광객 7명이 식당 여주인을 집단 폭행하는 사건 이후 8일만에 성당 살인사건까지 일어나자 제주사회에 외국인 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무사증 입국 제도 폐지' 여론이 들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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