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관광 전면 금지 제제 가해... 외국인 관광객 85% 의존 제주도 '직격탄'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조치에 대한 우려가 결국 현실이 됐다.

연합뉴스 등 국내 중앙언론들은 2일 늦은 오후부터 중국이 한국행 관광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중국 국가여유국이 이날 베이징 일대 여행사를 우선 소집해 이러한 조치를 내렸으며, 곧 전국으로 확대 시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국내 관광업계는 물론, 제주특별자치도로선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 한 해 엄청난 인파가 몰리는 성산일출봉. 제주를 방문하는 한 해 중국인 관광객이 306만 명이나 된다. 여행사로 오지 않는 개별 자유여행객 비율이 미미함을 감안하면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인해 제주도는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뉴스제주

# 제주도, 중국 관광객 의존도 무려 '85%'... 심각한 피해 우려

한 해 평균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은 대략 1700만 명 가량 된다. 이 가운데 중국인 관광객은 전체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800만 명 수준이다.

특히, 전체 외국인 관광객 중 중국인들이 차지하는 비율만 놓고 보면 제주도는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제주를 방문한 전체 관광객 수는 1585만 2980명이다. 이 가운데 내국인이 1224만 9959명이며, 외국인 관광객은 360만 3021명으로 집계됐다.

36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들 중 306만 1522명이 중국인 관광객이다. 무려 85%나 차지하고 있어 제주도가 중국인 관광객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자국 금지령에 따라 제주도로 오는 발길이 끊긴다면 지역상권 침체는 물론, 도내 면세점 수익악화는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제주도를 찾는 중국인들 중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순수하게 방문하는 개별 자유여행객 비율이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을 상기하면 제주관광의 위기는 곧 눈 앞에 닥칠 현실이 돼 버렸다.

   
▲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사드). ⓒ뉴시스

# 사드 보복 위기론 꾸준히 제기됐지만, 한국이나 제주는 애써 '외면'만...

우리나라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이러한 중국 정부의 보복 조치는 지난해 말부터 이미 예견돼 왔던 일이다.

이러한 조짐은 지난해 11월 말 중국 당국이 자국 내에서 한류 관련 상품 판매에 대한 제재조치에 나서면서 본격화됐다. 이른바 금한령(禁韓令) 조치가 내려졌다.

송중기 등 한류스타들이 모델로 활약하던 중국 내 광고가 사라졌으며, 국내 드라마 수출에도 불똥이 튀었다. 지난해 10월 이후 중국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한류콘서트도 급격히 줄었다.

이 때만 하더라도 한국 정부나 제주도는 "아직 실질적인 타격을 입은 상황은 아니"라며 애써 위기의식을 표출하려하지 않았다.

허나 그 뒤 중국 정부는 (사드 배치 때문이 아니라곤 했지만)점차 압박 수위를 높여갔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31일 한국으로 향하는 중국발 전세기까지 막아섰다. 장쑤성-인천 노선 등 총 8개 노선 운항을 불허했다. 8개 노선 중엔 제주행 노선도 있었다.

이때에도 한국은 "전세기를 통해 국내로 들어오는 중국인 관광객은 전체 외국인 관광객 중 3%에 지나지 않는다"며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며 계속 지켜보는 자세만 취했다.

점점 중국 당국에 의한 사드 배치 보복 수위가 올라가자 제주에서도 뭔가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하지만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지난 1월 16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와 올해 첫 정책협의회를 가진 자리에서 "이러한 조치들이 사드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선을 그으려 했다.

당시 원희룡 지사는 "사드 배치 시기와 중국 관광당국에서 저가관광을 전 세계적으로 단속하고 있는 것이 맞물려서 그렇게 보이는 것"이라며 서로 연관이 없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원 지사는 "이미 상황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해 외교부에 압력을 가하면 입지가 좁아지게 되고, (반대로)중국의 압박에 굴복하는 자세(사드 배치 철회)를 보이는 건 국가의 주권문제와 연결돼 있는 것이라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는 것이어서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한국 정부나 제주도정이나 모두 별다른 대응자세 없이 '지켜보기'만 하다가 결국 서둘러 대책마련에 나서야 하는 처지에 처하게 됐다.

급기야 지난달 28일엔 중국이 "한국과 단교도 불사하겠다"고까지 밝혔다. 그러더니 3일 자국 여행사들의 한국관광 상품 판매를 중단시켰다. 이대로면 아예 한국여행 자체를 막아설 기세다.

제주도정은 이렇게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야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선다.

제주특별자치도는 3일 오후 1시 30분 제주도청에서 도내 관광 업계 유관기관들을 한데 불러모아 중국의 한국관광 금지령에 따른 긴급 현안회의를 개최할 방침이다.

   
▲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 1월 16일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중국의 압박에 굴복하는 자세를 보여선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지켜보겠다고 말한 바 있다. ⓒ뉴스제주

#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야 대책 마련 나선 제주도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 제주를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들은 꾸준히 늘어났다.

올해 1월 말 기준으로 전체 외국인 관광객 21만 5527명 중 18만 4306명이 제주를 다녀갔다. 지난해 1월이 14만 2133명이었으니 같은 기간 대비 29.7%가 증가했다.

이러다보니 제주도정은 그간 사드 보복 조치로 인한 우려에도 느긋한 입장을 유지해왔던 이유다. 지난 1월 20일과 22일에 제주도정과 제주도의회에서 각각 1차례씩 유관기관 회의 및 간담회를 개최했을 뿐 별다른 대응방안을 발표하지 않았다.

허나 2월부터는 사정이 점차 달라지고 있다. 올해 2월 한 달 간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20만 4159명으로 같은 기간 전년도에 비해 4% 줄었다.

과거 메르스 사태 때에도 중국인 관광객 증가세가 감소되긴 했지만 이처럼 전년도보다 줄어들진 않았었다.

2월에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들이 크게 줄다보니 30%를 넘어섰던 외국인 관광객 증가세는 현재 11%대로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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