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환도위, 1일 증산 취수량 130톤으로 수정가결
도의원들 비판·지적은 가했지만 증산 자체를 반대하진 않아

한진그룹이 지난 1984년에 제주 지하수 취수 허가를 득한 이후, 33년만에 증산 신청이 받아들여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위원장 하민철)는 7월 21일 제353회 임시회 제1차 회의를 열어 제주특별자치도 지하수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한 '한국공항(주) 지하수개발·이용 변경허가 동의안'에 대한 심사를 벌였다.

심사결과, 환도위는 한진그룹에서 증산을 신청한 1일 50톤을 30톤 규모로 줄이고 부대조건을 달아 해당 동의안을 수정가결로 통과시켰다. 이날 통과된 동의안은 오는 7월 25일 속개되는 제2차 본회의에 상정돼 41명 전체 도의원의 표결을 통해 최종 통과 여부가 결정된다.

   
▲ 한진그룹에서 제주 지하수를 이용해 생산하고 있는 퓨어워터. 대한항공과 진에어 기내에 음용수로 제공되고 있으며, 한진 계열사 내부에서 판매되고 있다. ⓒ뉴스제주

당초 한진그룹은 1일 100톤(월 3000톤, 연 3만 6000톤)의 제주 지하수를 취수하고 있었으며, 최근 항공 수송객의 증가로 물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1일 50톤 취수를 더 늘려줄 것을 요청했다.

그동안 한진그룹은 제주도정에 5차례 걸쳐 취수량 증산을 요청해 왔으나, 매번 문턱을 넘지 못했다. 2번은 지하수심의위에서 반려됐고, 2번은 제주도의회 상임위를 설득시키지 못했다. 본회의까지 상정된 적이 있었으나 의장이 직권으로 보류시킨 적도 있었다.

매번 허가받지 못한 이유는 간단했다. 제주 지하수는 공공재 성격을 띤 제주도의 천연자원이다. 지하수를 공기업이 아닌 사기업이 취수해 이득을 취하는 건 공공재 사용 성격에 맞지 않는다는 도민사회의 공론이 매우 우세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에 한진그룹의 손을 들어준 것에는 '형평성' 논리가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환도위 소속 도의원들은 대부분 한진그룹의 지하수 취수량 증산 요청에 대해 비판을 가하긴 했지만 증산 자체를 반대하진 않았다.

오히려 일부 환도위 의원들은 한진그룹이 그간 제주를 위해 활동한 노력이 제대로 홍보되지 않아 도민들이 잘 몰라서 반대를 하고 있다거나, 제주소주 기업에 퍼주는 건 되고 한진에는 안 된다는 건 이치가 맞지 않다는 등의 논리를 펴면서 제주도정이 이번 기회에 지하수 관리정책을 다시 손봐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했다.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위원장 하민철)는 7월 21일 '한국공항(주) 지하수개발·이용 변경허가 동의안'에 대한 심사를 벌여 1일 130톤으로 증산을 허가해 줄 것을 수정가결 시켰다. ⓒ뉴스제주

김경학 의원(더불어민주당, 구좌읍)은 "증산 허가를 반대할 거면 현재 허가를 내 준 1일 100톤도 거둬들여야 맞는 것이 아니냐"며 "증산 자체를 반대하진 않는데 도민사회에 기여하는 부분이 더 확실해져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아예 구체적으로 "대한항공에서 제주도민을 위한 성수기나 주말 요금이라도 할인하는 등의 액션이 나와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비슷한 취수량으로 지하수를 뽑아 가져가는 제주소주는 알코올 섞었다고 해서 괜찮은거고, 한진은 안 된다는 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다"며 "문제는 공공재인 지하수를 가져가면서 어떤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것이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정식 의원(바른정당, 일도2동 갑)도 같은 취지의 의견을 피력했다. 고 의원은 도내 호텔에서 사용하는 지하수 취수량에 견줘 비교하면서 제주도정이 지하수 관리체계에 더 신경써야 할 것을 주문했다.

고 의원은 "도내 어느 큰 호텔은 지하수 1년 취수량이 73만 톤이다. 도민들이 봤을 때 50톤 늘리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설명될 수 있어야 할 것"이라며 행정에서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고 의원은 "항공요금에 있어서도 도지사가 요청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고 지하수 취수량이 늘어나면 생수공장 인력도 더 늘려야 하니 제주도민 고용률도 더 채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대한항공으로부터 협조를 얻어야 할 게 많다. 이제는 대한항공과 제주도가 상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연호 의원(바른정당, 표선면)은 한진그룹의 제주지역 사회역할론을 강조했다.
강 의원은 임종도 대한항공 상무에게 "공공재로 경제적 이득 취한다는 면이 반대 원인으로 부각되고 있다"며 "한국공항이 제주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해내야 한다고 보느냐"고 물었다.

임종도 상무는 "그간 많은 기여를 해 왔지만 홍보가 부족해서 잘 모르는 부분이 많다. 항공운수사업 자체가 상당히 공익성이 강한 사업이다. 항공요금 인상을 동결한 것도 연간 수십억 원에 달한다"고는 답했지만 제주도민을 위한 대한항공 요금 할인과 관련해선 말을 아꼈다.

이처럼 이번 지하수 증산 심사에선 한진그룹의 사회 공익적 역할이 더 확대돼야 함을 주문했고, 제주자치도엔 지하수 관리 체계를 보다 더 강화할 것을 당부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 이날 심사가 벌어지는 제주도의회 정문 앞에선 제주도내 시민사회단체와 정의당이 나서 증산 요청을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뉴스제주

한편, 홍기철 의원과 김경학 의원은 대한항공의 승객 증가분 대비 물 사용량을 비교하며 이번 증산요청량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김 의원은 한진 '퓨어워터'의 매출이 크게 증가한 반면, 지하수 원수대금이 오히려 감소한 부분을 꼬집었다.

김 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한진 '퓨어워터'의 매출은 지난 2003년에 62억 원에서 지난해 172억 원으로 3배 가량 상승했다. 반면, 2003년의 지하수 원수대금은 3억 원 정도였으나 지난해엔 오히려 2억 6000만 원으로 줄었다.

이와 함께 제주도내에서 지하수를 취수하는 곳들에 대한 원수대금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점도 제기되면서 제주도정의 안일한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안창남 의원(더불어민주당, 삼양·봉개·아라동)의 발언에 의하면, 제주에서 1일 100톤 이상 취수하는 곳은 64곳에 이르며, 200톤에서 500톤 사이는 43곳, 500톤 이상은 8곳, 1000톤 이상은 1곳이 있다.

이를 두고 안 의원은 "과연 이곳들의 취수량이 적절한 건지 따져봐야 한다"며 "무작정 뽑아 쓰게 할 것이 아니라 우수나 중수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까 자꾸 지하수 고갈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 아니냐"고 질타했다.

일부 비판의식은 제기됐지만 결과적으로 한진그룹의 지하수 취수 증산을 허가해 줌에 따라 제주도의회는 향후 제주도내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 많은 항의와 비난을 받게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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