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양돈산업발전협의회, 1일 사과 기자회견 갖고 개선대책 밝혔으나...

최근 제주 한림읍에 위치한 몇 개의 양돈농가에서 지난 수년 간 축산분뇨를 무단으로 버려 온 사실이 밝혀지면서 마을주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특히 분뇨를 무단으로 배출시킨 곳이 제주 지하수가 모이는 '숨골'이었고, 숨골을 타고 들어간 분뇨는 인근 용암동굴에까지 흘러 들어간 것으로 파악돼 큰 공분을 사고 있다.

이에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달 31일 "터질 게 터졌다"며 "우선 전수조사를 벌인 뒤, 양돈장 폐쇄 등 강력한 조치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원희룡 지사의 '엄중 경고'에 제주양돈산업발전협의회는 그 이튿날(9월 1일) 곧바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사태수습에 나섰다.

협의회는 이날 오전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사과 기자회견을 열어 머리 숙여 사죄했다. 제주양돈농협 김성진 조합장과 대한한돈협회 제주도협의회 김영선 공동회장을 비롯, 제주양돈산업발전협의회 임원과 회원 30여 명이 자리했다.

   
▲ 제주양돈산업발전협의회는 9월 1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축산분뇨 무단 방류 사태에 대해 머리를 숙여 사죄했다. ⓒ뉴스제주

# 협의회 차원의 재발방지 대책, 실효 있을까

김영선 공동회장은 "축산분뇨 무단 유출사태로 제주 자연환경이 오염된 것에 대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생산자단체로서 이를 계도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협의회는 9가지 사항을 제시하면서 재발방지 대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우선 협의회는 이번 사태에 따른 자치경찰단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면서 불법을 자행한 농가에 대해선 협회 정관에 따라 '제명' 등을 포함한 조치에 나서겠다고 전했다.

'제명'하겠다고는 했지만 이는 단순히 협의회 회원 자격을 박탈하는 것일 뿐, 양돈업을 지속할 수 없게 하는 조치는 아니다. 행정당국에서 양돈장 폐쇄를 명하지 않을 시, 협의회라도 도축장 반입을 금지하는 등의 강력한 조치가 수반되지 않으면 실제 효력은 미치지 않는다.

이러한 지적에 김성진 조합장은 "도정에서 어떤 제재조치를 가할 것인지를 아직 전달받지 못했다"며 "도축장 출입제한에 대해선 관련 법률에 따라 가능 여부를 검토해 보겠다"고만 했다.

현재 자치경찰단에서 이를 수사하고 있는데, 형사법에선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는 있으나 실제 처벌 수위는 훨씬 낮다. 게다가 행정에서 가할 수 있는 과징금도 수백만 원에 불과해 매해 수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양돈농가엔 별다른 타격이 없다.

제주도내 양돈농가는 총 296곳이 있으며, 지난해 총 매출액은 4140억 원에 달한다. 단순 수치로 계산했을 때, 평균 1개 농가당 매출액이 14억 원에 이른다.

이렇게 축산폐수를 처리하는데 들이는 비용(약 1억 원)보다 벌금으로 떼우는 비용이 훨씬 적게 들다보니 도내 양돈농가들의 모럴 해저드(moral hazard, 도덕불감증)는 극에 달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 때문에 협의회에선 가축분뇨 무단 배출 시 현행 보다 처벌 규정을 엄격히 하기 위한 조례 개정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나섰다. 또한 행정과 별도로 자체 모니터링 점검 체계를 구축하고, 축산분뇨의 공공자원화 처리율을 더 확충해 나가겠다고도 밝혔다.

도내 양돈농가 296곳 중 56%만 공공자원화 바이오시설이 돼 있고, 나머지 47% 가량의 농가는 자체처리 하고 있다. 자체처리 하는 곳들의 시설이 얼마나 노후됐는지는 알 수 없으며, 이들 시설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이와 함께 협의회는 환경보존기금을 조성하는 데 있어 기금운영위원회를 구성해 투명하게 운영하고, 분뇨처리로 인한 냄새 저감방안을 강구해 나가겠다고도 전했다.

허나 이러한 약속들이 제대로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 축산폐수가 흘러 들어간 숨골 구멍. 축산폐수를 유출한 숨골 주변의 풀과 나무들이 고독성 폐수로 인해 말라 죽어 있다. ⓒ뉴스제주

# 이미 오염돼 버린 환경파괴는 누가 책임지나

개선방안 도출도 좋지만 무엇보다 재발방지가 최우선이다.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 위해선 이러한 부도덕한 양돈농가들에 대해 보다 강력한 제재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성폭력에 의한 처벌이 날로 강화되는 것처럼 한 번 파괴된 자연환경을 복원시키는 데엔 굉장히 많은 시간과 막대한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원스트라이크 아웃' 같은 제도를 도입해야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축산분뇨 무단배출 사태로 해당 지역에서 새로 발견된 용암동굴엔 몇 십년 동안인지도 모를 양의 축산분뇨가 흘러 들어갔다. 이를 정화하는 기간이나 비용이 대체 얼만큼 필요한지도 가늠되지 못한 상황이다.

더구나 현재 용암동굴임이 밝혀지면서, 9월 1일부터 문화재현상조사를 실시해야 해 피해규모 조사도 뒤로 미뤄진 상태다.

이를 정화하고 복원시켜야 하는 건 행정의 책임이지만, 도민혈세로 쓰여져야 한다. 이에 대해 道 관계자는 "아직 피해규모조차 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복구비용이 얼만지 알 수는 없으나, 경찰 조사결과, 양돈농가의 무단배출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결론나면 복구비용을 해당 농가들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제주양돈농협 김성진 조합장(오른쪽)과 대한한돈협회 제주도협의회 김영선 공동회장. ⓒ뉴스제주

# 한림 지역만 이러할까...

이번 사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화하기 힘든 분뇨들을 제주 지하수가 모이는 숨골을 통해 버렸다는 점이다.

숨골은 곶자왈 지역에 흔히 분포해 있는데, 작고 가느다른 구멍이 지하 깊숙히 연결돼 있어 이곳으로 물이 흘러들어가면 넘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분뇨나 폐수를 몰래 버리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로 여겨진다.

게다가 무단 배출된 축산분뇨의 오염도는 기준치의 200배를 초과했다. 이러한 축산분뇨가 언제부터 숨골로 흘려 보냈는지를 조사 중인데 최소 수천에서 수만 톤에 이를 것으로 짐작하고만 있는 상태다. 제주 지하수가 오염되는 우려 뿐만 아니라 동굴을 타고 이동하는 분뇨 때문에 악취가 온 동네로 퍼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현재 제주자치도 자치경찰단에선 한림읍 상명리와 금악리, 명월리 일대에 분포해 있는 13개 축산농가들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분뇨 발생량 대비 업체 수거량 차이가 많이 나는 6개 농장이 집중 타겟이다.

한림 지역에 대한 조사로 끝내선 안되는 이유가 숨골 때문이다. 숨골은 모든 곶자왈 지대에 골고루 분포해 있기 때문에 도내 주요 4곳의 곶자왈 지대 인근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

허나 이에 대한 조사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어서 언제 조사가 이뤄질지도 현재로선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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