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나 깨나 아이들 생각...'희생의 불쏘시개'
자나 깨나 아이들 생각...'희생의 불쏘시개'
  • 박길홍 기자
  • 승인 2017.10.08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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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3)제주특성화고, 최고의 기능인을 꿈꾸다
   
▲한림공업고등학교는 제52회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동메달 5개, 장려상 1개를 획득하며 개교 이래 최다 메달 수상이라는 기록을 세웠지만 용접 종목에서는 아쉽게도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뉴스제주

이변은 없었다. 한림공업고등학교는 제52회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동메달 5개, 장려상 1개를 획득하며 개교 이래 최다 메달 수상이라는 기록을 세웠지만 용접 종목에서는 아쉽게도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난다 긴다 하는 3학년 학생들을 필두로 팀을 꾸린 타 지역 학교와는 달리 한림공고의 용접팀은 시작부터 불리했다.

한림공고는 당초 용접 종목에서 3학년 2명, 2학년 2명 등 총 4명의 학생들을 출전시켜 메달 획득을 노렸으나 기능경기대회를 몇 달 앞두고 3학년 학생 2명이 중도에 하차하면서 오승재(2학년), 고민건(2학년) 학생만이 대회에 참가했다.

‘전국대회 수상 전무’라는 비운의 타이틀을 벗어던지고 싶었으나 역부족이었다. 오승재, 고민건 학생 모두 첫 출전인데다 무엇보다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제주지역은 전국에서 용접의 불모지로 불리울 만큼 열악하다. 지난해의 경우에도 메달을 노렸지만 전국 15등에 머물러야 했다. 오승재, 고민건 학생을 이끌었던 한림공고 김경택 지도교사(기계과)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내년을 기약했다.  ⓒ뉴스제주

제주지역은 전국에서 용접의 불모지로 불리울 만큼 열악하다. 지난해의 경우에도 메달을 노렸지만 전국 15등에 머물러야 했다.

오승재, 고민건 학생을 이끌었던 한림공고 김경택 지도교사(기계과)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내년을 기약했다.

김경택 교사는 "이전까지는 성적이 형편없다가 작년에야 상위권에 들어갔다. 이 정도 수준까지 올라온 것도 대단한 거다. 이제 어느 정도 기술은 확보가 된 상태"라고 평가했다.

김 교사는 용접 기능장 보유자다. 제주에는 이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다. 그는 단순히 학생들의 작업을 지도하는데 만 머무르지 않고 학생들과 함께 작업에 동참한다.

   
▲한림공고 김경택 지도교사(기계과). ⓒ뉴스제주

그는 "용접은 다른 직종에 비해 움직임이 적다. 그만큼 섬세함이 요구되는 기술이다. 용접이란 것이 완전한 수작업이기 때문에 옆에 있는 사람의 작업 고정을 본다고 해서 절대 똑같이 할 수가 없다. 그게 힘든 것이다. 아무리 옆에서 봐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용접이란 것이 아주 섬세한 수작업이기 때문에 자기실력 이상은 못 본다. 볼 수 있는 수준까지 밖에 보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용접이 어려운 것이다. 본인이 어느 정도 감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결국 감이란 것은 본인의 몫"이라고 역설했다.

또한 "저 역시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이상을 보기가 어렵다. 아이들은 2학년이지만 기능적인 측면만 봤을 때는 제 수준 보다 낮다. 단지 저는 결함이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이론을 바탕으로 코치를 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림공고 고민건 학생(2학년). ⓒ뉴스제주
   
▲비록 입상은 실패했지만 꿈을 향한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는 고민건 학생(2학년).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 모두 용접사다. 고민건 학생까지 용접사가 된다면 3대째 명맥을 이어가는 셈이다. ⓒ뉴스제주

비록 입상은 실패했지만 꿈을 향한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는 고민건 학생(2학년).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 모두 용접사다. 고민건 학생까지 용접사가 된다면 3대째 명맥을 이어가는 셈이다.

고민건 학생은 "중학교 때 아는 선배가 여기로 오게 됐는데 그냥 인문계가서 공부하는 것 보다 여기서 기술 배우면 취업하는데 더 유리하다고 해서 한림공고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고민건 학생은 "아버지도 제가 다니고 있는 학교를 졸업해 저에게 조언도 많이 해주신다. 아무래도 같은 직종이라 더 그런 것 같다. 구체적으로 알려주셔서 저에게는 적지 않은 힘이 된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진학에 대해서도 아버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여기(한림공고) 와서 용접 일을 배우면 나중에 아버지 일도 도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이 학교를 선택했고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한림공고 오승재 학생(2학년). ⓒ뉴스제주
   
▲오승재 학생은 "쉽게 배우지 못하는 기술들을 습득하기 때문에 부러워하는 친구들도 더러 있다. 졸업 후 육지로 올라가 취업하고 싶다. 작은 무대 보다 큰 무대에서 꿈을 펼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뉴스제주

오승재 학생은 "용접이라는 게 배우면 배울수록 어려워지기도 하지만 재밌어지기도 한다. 작품 같은 것을 만들 때 과정은 힘들지만 만들고 나면 성취감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오승재 학생은 "쉽게 배우지 못하는 기술들을 습득하기 때문에 부러워하는 친구들도 더러 있다. 졸업 후 육지로 올라가 취업하고 싶다. 작은 무대 보다 큰 무대에서 꿈을 펼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고 해서 취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용접은 전국적으로 인기 종목이기 때문에 메달을 따지 못했더라도 취업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김경택 교사는 여전히 아이들을 좋은 곳에 취업시키기 위해 불철주야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그러나 타 지자체에 비해 열악한 취업 시스템은 아이들의 발목을 잡는다. 

   
▲김경택 교사는 여전히 아이들을 좋은 곳에 취업시키기 위해 불철주야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그러나 타 지자체에 비해 열악한 취업 시스템은 그의 발목을 잡는다. ⓒ뉴스제주

김 교사는 "지금 해외 취업 쪽으로 많이 고민하고 있다. 국내취업은 너무 제한적이고 조선업계 아니면 힘들다. 대기업에도 학생들을 스카웃하는데 1년에 20명 남짓"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사는 "해외취업은 아직 전무한 상태다. 이것을 누가 뚫어야 되는데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있다. 이런 것들은 아무래도 상급 관청에서 발 벗고 나서지 않으면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어 "전반적으로 제주에는 일반인들이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 전혀 없다. 경북처럼 용접센터를 만들어서 평상시에는 일반인들을 가르치고 방학 때는 학생들을 전문적으로 가르치고, 그런 시스템이 있다면 제주의 경제적 수준도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교사는 "전국대회는 대게 3학년 학생들이 출전하고 2학년 학생들의 경우 후년을 대비한다. 그런 점에서 2학년 학생들에게는 이번 대회가 상당한 기회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도교사 3년차 되던 해 병이 찾아왔다는 김경택 교사. 과로한 탓이다. 그는 "가정생활도 말이 아니었다. 저 뿐만이 아니라 전국의 용접 지도교사들은 다 그렇게 희생한다. 아이들을 좋은 곳에 취업시키기 위해 그렇게 희생하고 있다"며 겸손을 떨었다. [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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