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 주변지역 도시개발사업 이어 광역복합환승센터도 '없던 일' 될 듯
내년 1132도로 개통된 뒤 교통량 상황 추이 지켜면서 원점 재검토... 사실상 이 사업도 백지화

민선 6기 원희룡 제주도정에서 야심차게 추진하려 했던 계획들이 최근 민선 7기로 넘어오면서 줄줄이 철회되고 있다.

제주도정은 지난 20일에 시민복지타운 내 행복주택 건설계획 백지화를 발표하더니, 오늘(21일)은 제주국제공항 주변지역 도시개발계획도 전면 폐기됐음을 밝혔다. 

이양문 도시건설국장은 '완전 폐기'가 아니라고 항변했지만 추후 여건이 돼야 추진될 수 있다면서 장기과제로 미뤘다. 말이 좋아 '장기과제'이지 사실상 백지화나 다름없다.

▲ 이양문 제주자치도 도시건설국장이 21일 제주국제공항 주변지역 도시개발사업의 사실상 철회에 따른 브리핑을 하고 있다. ©Newsjeju
▲ 이양문 제주자치도 도시건설국장이 21일 제주국제공항 주변지역 도시개발사업의 사실상 철회에 따른 브리핑을 하고 있다. ©Newsjeju

이에 앞서 제주도정은 올해 7월에 스마트팜밸리 조성사업을 추진하겠다며 중앙정부 공모사업에 신청했지만 불과 2달 후에 철회한 바 있으며, 이날(21일) 공항주변 도시개발계획 철회와 맞물려 제주국제공항 광역복합환승센터 건립계획도 물거품이 될 수 있음을 밝혔다.

허문정 제주자치도 대중교통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제주국제공항과 제주시민속오일장을 잇는 1132 도로가 개통된 이후에 교통량 흐름을 파악해 본 뒤 사업추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기자단에서 "공항 주변에 안 지을수도 있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허 과장은 "광역복합환승센터가 환승센터 기능만 해도 되는지, 아니면 새로운 복합지원시설 거점으로 해야 하는지 등을 전면 재검토해야 했다"면서 "미래교통 수요관리 측면에서 이게 정말 필요한 시설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허 과장은 "내년에 1132도로가 개통된 이후에 상황을 살펴봐야 하는데 재검토가 언제 끝날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면서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 정말 꼭 필요한건지부터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행정에서 통상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말은 부정적인 입장을 대변한다. 그것도 '전면 재검토'이니 사실상 복합환승센터 계획 또한 철회됐음을 피력한 셈이다.

▲ 사진 상단은 애초 계획 발표된 제주공항 주변지역 도시개발계획(웰컴시티) 구상도. 아래는 계획 철회된 상태의 '성장관리방안' 구역도. ©Newsjeju
▲ 사진 상단은 애초 계획 발표된 제주공항 주변지역 도시개발계획(웰컴시티) 구상도. 아래는 계획 철회된 상태의 '성장관리방안' 구역도. ©Newsjeju

# 애초 제기된 문제점 알고 있었으면서 왜 이제와서 폐기?

광역복합환승센터 재검토가 제주국제공항 주변지역 도시개발계획(웰컴시티)이 무산되면서 이에 맞물려 가는 것처럼 보이나 애초 이 계획은 웰컴시티 계획과는 별개로 추진되던 사업이다.

이날 두 개 사업 모두 사실상 철회 발표로 같이 묶여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광역복합환승센터 건립사업은 웰컴시티 계획수립보다 훨씬 이전인 2015년 6월에 용역을 착수하면서 시작된 사업이다. 게다가 이 사업은 국토부의 복합환승센터 기본계획에 포함되면서 국비지원 확보명분도 마련해 둔 상태였다.

허나 왜 하필 지금 시점에 와서야 광역복합환승센터 계획을 철회하는지에 대해선 이렇다할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이에 대해 허문정 과장은 "1132도로 개통이 교통량 분산효과에 도움이 된다면 굳이 교통량 증가를 유발시킬수도 있는 환승센터를 지을 필요가 없다"면서 "현재로선 전면적인 재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복합환승센터가 교통량을 오히려 증가시킬수도 있다는 우려는 이 계획을 애초에 발표했을 시점에도 제기되던 문제점이다. 그런데도 제주도정은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면서 밀어부쳤다. 

그랬던 제주도정이 국가기본계획에도 포함시킨 이 사업을 이제와 당시 지적된 문제점을 논거로 제기하면서 '없던 일'로 하겠다는 것이다. 영리병원에 대해선 도민선택까지 무시해가면서 지사의 의지를 관철시키던 원희룡 제주도정이 지역주민들이 반대한다고 해서 이제와 철회하는 것도 뭔가 모양새가 탐탁치 않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 도통 알 수 없는 원희룡 지사의 의중

게다가 원희룡 지사는 올해 마지막 임시회에 출석해 이 상황과 전혀 상반되는 말을 꺼내 다시 또 의아하게 만들었다.

원 지사는 제367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장에서 "새로운 정책은 초기엔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으로 사회적 갈등이 생길 수 있고 당장의 불편함을 야기할 수도 있지만 사회가 발전하고 변화하기 위해선 겪어야 할 과정"이라고 전제했다.

그런 뒤 원 지사는 "일시적 불편함 때문에 미루거나 주저한다면 제주의 미래도 그만큼 지연될 수밖에 없다"면서 "도정은 당장의 편의를 추구하기보단 제주에 꼭 필요한 정책들을 발굴하고 흔들림 없이 추진해 가겠다"고 밝혔다.

올해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 의결에 따른 형식적인 인사말이지만 최근 제주도정의 정책결정 방향을 비춰보면 앞뒤가 맞질 않는다.

원 지사가 말한 '새로운 정책'이라는 것이 영리병원은 아닌 듯 하다. 영리병원이 가져올 불편함은 없으니 해당사항이 아니다. 최근 철회시킨 시민복지타운 내 행복주택이나 공항주변 도시개발계획, 스마트팜밸리, 광역복합환승센터 등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한 뒤였으면 이 말이 계획 강행을 위한 '변명'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아니다.

그저 내년부터 새로이 추진될 (무언지도 알 수 없는)정책들을 뭉뚱그려 한 말인지, 대체 무엇을 놓고 한 말인지 가늠되질 않는다. 민선 6기때 추진하려던 사업들이 잇따라 백지화된 시점에 어울리는 말이 아닌 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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