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Newsjeju
▲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Newsjeju

아버지를 대신해 할머니에게 바치는 시를 쓰던 소녀가 있습니다. 

할머니는 동부두 주정공장에 끌려갔다 바다에 수장됐고 고향은 불에 타 없어졌습니다.
아버지는 전쟁에 나갔다 한 쪽 눈마저 잃으셨습니다.

한국 현대사의 모진 바람을 온 몸으로 견뎌내셨던 아버지. 
4월 3일이면 딸의 시를 읽으며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그 딸은 이제 어머니가 됐습니다. 
볕이 좋았던 아버지 고향과 잃어버린 마을들을 시 속에 살게 합니다.

아버지와 같은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4·3을 이야기합니다.
4․3희생자와 유족 여러분, 존경하는 도민과 국민 여러분, 

제주 4·3은 역사의 가장 큰 아픔입니다. 
7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끝내지 못한 숙제입니다.

제주는 오랜 세월 고통과 상처를 화해와 상생으로 승화시켜왔습니다.
강인한 의지로 진실과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길을 걸어왔습니다.

제주말로 “폭삭 속아수다!”
중년이 된 딸이 아버지에게, 오늘 함께 하는 모든 사람이 그 시절 삼촌들에게 정말 고생하셨다고 위로를 전합니다.

다시는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완결하지 못한 숙제를 마무리하겠습니다.
4·3을 기억하며, 인권과 평화의 보편적 가치로 승화시켜나가겠습니다.

제주 4·3이 시대와 호흡하며 미래 세대를 위한 역사적 정신으로 꽃을 피울 수 있도록 함께 해주시기 바랍니다.

소중한 이야기 전할 수 있게 허락해주신 김병심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4·3영령들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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