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입장 없이 개인적 사과에 그쳐 되려 4.3 단체들 공분만 더 키워
폄훼 시 징계안 담은 제주4.3특별법 국회 통과 협조 요청에도 "난 그 내용 몰라"
경북 의성군으로 3선 국회의원 출신인 국민의힘의 김재원 최고위원이 20일 제주로 내려와 제주4.3 단체와 유족들에게 사과를 했으나 끝내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1시 30분 제주4.3평화공원 4층 대회의실에서 제주4.3유족회 등 70여 개의 제주4.3 관련 단체 대표들과 만났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4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제주4.3 희생자 추념일을 다른 국가 공휴일보다 격이 낮다는 식으로 표현해 물의를 빚었다. 당시 김 최고위원은 4.3추념일을 두고 "3.1절이나 광복절보다 격이 낮은 기념일이라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날 김 최고위원은 시종일관 "죄송하다"며 낮은 목소리 톤을 유지하고 바짝 엎드려 사죄했으나, 정작 사과에 진정성이 담겨 있는건지 모르겠다는 핀잔을 들어야 했다.
국민의힘 정당의 공식 (사과)입장을 갖고 오지 않은채 개인적인 사과에 그쳤을 뿐이라는 지적 때문이다. 실제 이날 간담회 자리에서 김 최고위원의 사과와 입장 발표를 들은 제주4.3 단체 대표들은 "징계 위기에 놓인 상황을 면피하고자 하는 걸 받아주러 (우리가 여기)온 게 아니"라며 "최고위원이라면 최소한 당의 공식 입장은 가지고 왔어야 하지 않았느냐"고 질타했다.
이에 확실한 대답을 하지 못하자 유족회 측에선 "돌아가면 당에 얘기해서 내일이라도 그간 폄훼 발언에 대한 당의 공식 사과 입장을 발표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허나 이러한 지적과 요구에도 김 최고위원은 끝까지 "당 지도부와 얘기를 해보지 않은 사안이라 이 자리에서 감히 약속을 할 수 없다"는 태도를 유지했다. 이 때문에 이날 간담회에 참석했던 일부 대표들은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 징계를 면피하고자 온 것일 뿐"이라고 쏘아붙이며 자리를 박차고 퇴청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남은 4.3 관련 단체 대표들은 김 최고위원에게 "그렇다면 오늘 지나 당으로 돌아간 후, 4.3 폄훼 시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을 담은 제주4.3 특별법 개정안 통과에 적극 나서 준다면 사과를 수용할 용의가 있다"고까지 던졌다.
김 최고위원은 "앞장서겠다"고는 답했으나, 마지못해 한 말처럼 들리면서 이 역시 진정성을 전달해 내지 못했다. 확실히 답변해달라는 반복되는 요청에 정작 "해당 개정안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고 답하면서 피하려 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어설픈 사과 입장 표명으로 되려 4.3 유족들의 공분만 더 키운 꼴을 자초해버리고 말았다. 결국 사과 수용이 안 되면서 당으로부터 징계를 피할 수 없는 사면초가에 빠지게 됐다.
한편, 국민의힘은 최근 징계위원회를 구성해 김재원과 태영호 등 일부 최고위원들의 잇단 실언에 경고를 던지고 징계안 처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국민의힘 당원 200여 명은 중앙당에 김재원 최고위원을 징계해달라고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