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20일 심사보류 결정
상위법 저촉 이유 들었지만 사실상 개정안 내용에 개발 가능성 여지 담겨 있어 '지적'

제주곶자왈공유화재단에서 약 4만4천평의 사유지 곶자왈을 매입 완료 했다.
▲ 제주 곶자왈.

전 세계에서 제주에만 있다는 곶자왈에 대한 체계적 보전을 위해 관련 조례를 개정하겠다며 제주특별자치도가 개정안을 8년여만에 내놨지만 제주특별자치도의회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곶자왈은 '곶(숲)'과 '자왈(자갈, 돌)'의 합성어로, 흙이 아닌 돌로 이뤄진 토양 환경에서 형성된 숲지대를 일컫는 용어다. 특이한 식생환경 때문에 북방한계식물과 남방한계식물이 공존하게 돼 매우 많은 멸종위기 동식물들의 보고가 됐다.

허나 현재 곶자왈의 면적은 당초보다 1/3이나 줄었다. 2007년에 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국제자유도시 비전 실현 명목으로 진행된 각종 개발 광풍을 비켜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4년에야 부랴부랴 '곶자왈 보전 및 관리 조례'가 제정됐지만, 곶자왈에 대한 정의와 경계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제대로 보전되지 못했다.

제주자치도는 관련 법이 제정된 이듬해 곧바로 곶자왈 지대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섰고 보전관리방안 수립에 나섰다. 2015년 8월부터 추진된 그 용역이 무려 6년 7개월이나 걸렸다. 중단과 재추진을 반복하는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전부개정조례안이 나왔지만, 또 다시 난관에 부딪혔다.

# 8년만에 이뤄진 개정안, 보전 시급한 시기인데도 '심사보류'... 왜?

곶자왈 조례가 제정된 후 무려 8년여 만에 나온 개정안이지만 곶자왈 보전이 시급한 상황임에도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위원장 송창권)가 심사보류했다. 

환도위는 해당 개정안이 상위법과의 충돌 우려를 이유로 들었지만, 실상을 따져보면 개정안 내용 자체가 '엉망진창'이다. 

제주도정이 내놓은 개정안 내용을 살펴보면, 보전하겠다고 말은 하면서 오히려 '개발'의 여지를 더 확대할 수 있게 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이는 이날 환도위가 개정안 심사에 앞서 지난 8일에 개최한 토론회에서 이미 예고됐던 지적사항이었다.

제주도정은 곶자왈 내 사유지를 매입해 보전에 힘쓰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일단 매입해야 할 지역을 '보호/관리/원형훼손' 등 3개 등급으로 나눠 우선순위를 부여했다. 

이렇게 구분한 건, 곶자왈 매입에 필요한 예산이 한정돼 있어 우선 매입해야 할 지역을 '보호 지역'으로 정하겠다는 의도였다. 허나 이렇게 되면, 다른 '관리 및 원형훼손' 지역은 자연스레 매입 대상에서 빠지게 돼 보전 대상이 아닌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토론회에서 지적된 내용이다. 제주도의원들은 "보호 지역 외에 원형훼손 지역도 상당히 넓은데, 보호지역만 매입하게 되면 시간이 흐를수록 개발 여지에 대한 면죄부를 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송창권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위원장.
▲ 송창권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위원장.

송창권 위원장도 "원형훼손 지역은 보전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냐"며 "훼손 지역이라도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보전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다"면서 "이미 훼손된 지역이니 기득권을 인정해주기 위해 보호 대상에서 배제하려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이에 양제윤 기후환경국장은 "재원만 허락된다면 모두 매수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인 방안을 찾은 것"이라며 "다른 두 지역 역시 보전돼야 할 곳들"이라고 해명했다.

때문에 용어 자체가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을 받아야 했다. 송 위원장은 토론회 때 제시됐던 것처럼 관리나 원형훼손 지역이라기보다는 '보호와 준보호 지역' 등의 용어로 수정해 2개로 분류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하기도 했으나, 행정에선 즉답을 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상위법 위반 논란도 심사보류의 결정적 사유가 됐다.

환도위 전문위원은 상위법인 '제주특별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곶자왈과 개정안으로 고치려는 곶자왈의 정의가 서로 상충되는 지점이 있어 이에 대한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외에 토지매수청구권 제도 도입에 대해서도 명확히 매수 대상 지역을 명시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개정안에선 단순히 '보호지역 등'으로 명시해버려 제주도정이 3개로 분류한 지역 중 나머지 관리 및 원형훼손지역이 청구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또한 곶자왈 내 사유지 매입 예산을 특별회계만으로 할 게 아니라 일반회계를 통해서 더 확보해야 한다는 주문도 결들여졌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수정 및 보완해야 할 내용이 너무 많아 이날 통과되지 못하고 '심사보류' 처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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