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파기환송심 재판부 '살인' 혐의 '무죄' 선고
"제출 자료와 정황증거만으로 살인이나 공모 있다고 보기 힘들어"
무죄 받은 김씨 인터뷰
"방송에 마녀사냥 당했다···유족 측에 참 미안한 마음"
"진범? 정말 나도 모르겠다"···"방송사 상대로 소송 검토"

▲ 약 2년간의 재판 끝에 '무죄'를 받은 김씨가 취재진의 인터뷰에 응해 소감을 밝혔다. ©Newsjeju
▲ 약 2년간의 재판 끝에 '무죄'를 받은 김씨가 취재진의 인터뷰에 응해 소감을 밝혔다. ©Newsjeju

1999년 발생한 '제주 이승용 변호사 살인' 사건이 미제로 남을 전망이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을 통해 수사기관이 범인으로 지목한 김모(56. 남)씨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내렸다. 

김씨는 법원의 판결에 존중과 감사를 표했다. 유족 측에게는 미안한 마음과 보도한 방송사 측에는 법정 소송을 예고했다. 또 다른 피해자가 없길 바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26일 오전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3형사부(부장판사 이재신)는 '살인 등' 혐의로 파기환송 된 김모(54. 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와 나머지 정황증거만으로는 살인의 고의나 공모 사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 사유를 밝혔다. 

검찰이 재상고가 없다면, 김씨는 혐의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김씨는 2022년 2월17일 제주지법 1심에서 '무죄'를, 협박 혐의는 징역 1년 6개월을 받았다. 같은 해 8월17일 항소심 재판부는 협박 혐의는 1심과 동일한 판결을, 살인은 징역 12년을 내렸다. 올해 1월12일 대법원은 '무죄 추정의 원칙'을 바탕으로 재판을 돌려보낸 바 있다.

제주 출신인 이승용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졸업 후 검찰(사법시험 24회)에 입문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등이 사법시험 동기다. 서울 등에서 검사 생활을 하던 이승용 변호사는 1992년 고향인 제주로 내려와 변호사 사무실을 차렸다. 

살인사건은 1999년 발생했다. 그해 11월5일 새벽 故 이승용 변호사(당시 44세. 남)는 제주북초등학교 북쪽 옛 체신아파트 입구 삼거리에 주차된 자신의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 추정 시각은 11월5일 새벽 5~6시 사이다. 

당시 이 변호사는 흉기에 가슴과 배를 3차례 찔린 상태였다. 부검 결과 사인은 심장 관통에 의한 과다출혈로 잠정적 결론 났다. 경찰은 괴한에게 일격을 당한 피해자가 차량 안으로 들어와 이동하려다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또 해당 사건을 '계획적 범행'으로 보고 수사에 나섰지만 결국 미궁으로 빠지며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잠들었다. 

제주판 미제로 먼지가 쌓이던 사건은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에서 다루면서 수면 위로 떠올라 재수사가 이뤄졌다. 방송은 자신을 과거 '유탁파' 조직원으로 소개한 피고인이 "변호사 살인을 교사했다"는 인터뷰가 담겼다.

재수사에 돌입한 검경은 지난해 4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 적색수배에 나섰다. 캄보디아에서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숨어있던 김씨는 2021년 6월23일 현지 경찰관에 잡혔고, 8월18일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로 들어와 결국 구속기소 돼 재판을 이어왔었다. 

재판 과정에서 김씨는 "같은 조직폭력배 갈매기에게 들은 내용을 이야기했을 뿐"이라는 취지 등의 주장을 했다. 

제주지방법원.
제주지방법원.

법원의 '무죄' 선고 후 김씨는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을 수락, 심경을 밝혔다.

"제가 아무리 무죄를 받았으나 앞으로 제주에서는 살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한 김씨는, "약 2년간 재판을 진행하면서 몸과 마음도 많이 망가진 상태고 어머니도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이어 "1심 당시 '무죄'가 나왔을 때는 판사가 법리적으로 판단해 줬다고 생각했다. 항소심에서 유죄가 나오며 참 많이 힘들었다"면서 "다행히 대법과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합리적인 판단을 해줬다"고 언급했다.

김씨는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에 대해 법적 검토에 나서겠다고 했다. 왜곡된 내용이 많고 법원은 무죄를 내렸지만, 시청자와 대중에게는 이미 마녀사냥당했다고 표현했다. 

그는 "정의 구현을 빙자한 마녀사냥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질 않길 바라는 취지에서 법적 절차를 변호사와 상의할 것"이라고 했다. 

이승용 변호사 유족 측에는 미안함을 전했다. 자신이 전해 들었던 내용을 알려주고 싶었는데 방송을 계기로 왜곡됐고, 다시 또 큰 상처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협박' 혐의로 올해 2월 풀려나 재판을 받아왔으나 망가진 심신과 모친의 작고와 유족에 미안한 마음 등으로 찾아가지도 못 했다고 언급했다.

"진범의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김씨는, "정말 모르겠다. 어쩌면 죽은 갈매기도 실행범이 아니라 전해 들은 말을 나에게 해줬을지도 모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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