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참여단, 시군 기초자치단체 모형과 '동·서제주시 및 서귀포시' 구역안 선호
연내 주민투표안까지 제시한다는 방침이나 제주특별법 개정 불발 시 모든 것 무산?

올해 5월부터 약 7개월 동안 공론화 과정을 거친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숙의토론 결과가 마침내 도출됐다.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위원장 박경숙)는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공론화를 위한 도민참여단의 선택 결과를 12월 5일에 발표했다.

도민참여단은 도민 3000명을 대상으로 지역별, 성별, 연령별로 개편 필요성 등을 조사해 300여 명을 선정한 뒤 지난 5월부터 구성돼 운영해왔다. 최종 설문조사는 320명을 대상으로 지난 11월 25일부터 2일간 진행됐다.

설문 결과, 64.4%인 206명이 기초자치단체 모형을, 55%인 176명이 3개 구역안을 가장 선호했다.

▲ 박경숙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5일 도민참여단에 의한 최종 숙의토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Newsjeju
▲ 박경숙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5일 도민참여단에 의한 최종 숙의토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Newsjeju

# 계층구조, 시군 기초자치단체 64.4% 206명이 선택

제주도민의 의견을 대표할 수 있는 '도민참여단'은 가장 적합한 행정체제 계층구조로 '시군 기초자치단체 모형'을 꼽았다. 이는 기초자치단체인 시와 군을 설치하고 시장과 군수, 시·군 기초의원을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방식이다. '특별자치도'가 도입됐던 지난 2007년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선택이다.

320명 중 64.4%인 206명이 이를 선택했고,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인 54.4%(112명)가 '주민참여가 강화되고 접근성이 좋아진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 외 행정시장을 주민이 직접 선출하고 기초의원은 선출하지 않는 '행정시장 직선제'는 35%인 112명이 선택했다. 무응답은 0.6% 2명이었다.

# 행정구역, 3개 구역안 55% 176명이 선택

이와 함께 도민참여단은 현행 제주시와 서귀포시 2개로 나뉘어져 있는 행정구역을 '동제주시와 서제주시, 서귀포시' 등 3개 구역으로 나누는 것을 가장 선호했다.

320명 중 55%인 176명이 이를 선택했으며, 이 가운데 49.4%인 87명이 선호 사유로 '인구와 면적, 세수 등 지역 균형발전이 가능하다'는 이유를 꼽았다.

이 외 '제주시, 서귀포시, 동제주군, 서제주군' 등 4개 구역으로 나누는 안에는 42.5%(136명)이 선택했고, 무응답은 2.5%(8명)로 집계됐다.

기자단에선 "도민 여론조사에선 4개 구역안이 가장 선호도가 높지 않았느냐"고 지적하자, 행개위는 "여론조사로는 많은 정보를 설문지에 담아내기엔 어렵다"면서 "도민참여단에선 그간 여러 차례 숙의토론을 거쳐 좀 더 깊이있게 숙지한 상태에서 선택한 결과라고 봐야한다"고 답했다.

제주특별자치도.
▲ 제주특별자치도.

# 비등비등한 결과가 합의된 안?

수치로 놓고 보면 6.5대 3.5와 5.5대 4.5의 결과다. 이 때문에 기자단에선 이를 '도민합의'가 이뤄진 결과 값이라고 볼 수 있겠느냐는 반문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용역 연구진이 "설계오차나 표본오차를 감안하더라도 두 결과 값 모두 최종 선호도안이 우세하다"고 답했으나, 재차 적절한 설명이 요구됐다.

행정체제개편위원회 정태근 부위원장은 "예산 15억 원 중 80%를 도민의견을 듣는데 집중했다"며 "도민참여단이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매 단계별 토론회나 설문조사, 경청회 등의 결과 내용을 전부 수집해 참여단에 넘기면서 학습시켜왔다. 이를 통해 결정한 것이기에 다른 어떤 여론조사보다도 적합하게 선택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태근 부위원장은 "권고안이 아직 나온 게 아니"라며 "행개위에선 도민참여단이 선택한 것을 단수안으로 권고할 수도 있고, 1순위 혹은 2순위 등의 복수안으로 권할 수도 있다"면서 "모든 선택지마다 장단점이 있었고, 참여단이 이를 모두 다 살펴보고 선택한 결과라 여기에 신뢰를 실어주는 게 맞다"고 부연했다.

조상범 특별자치행정국장도 "물론 도민들이 100% 이해할 때까지 해야 하는 게 원론적"이라면서도 "허나 시간이 제한적이고, 이미 지난 10여년간 논의돼 왔던 거라 이 정도에서 이해해달라"며 "아직 실행방안에 대해서도 사무배분이나 재정 등을 검토해야 할 게 너무 많다"고 덧붙였다.

▲ 국회. 이번 12월 중에 열리는 회기에서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제21대 국회가 종료돼 해당 법안은 자동 소멸된다. ©Newsjeju
▲ 국회. 이번 12월 중에 열리는 회기에서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제21대 국회가 종료돼 해당 법안은 자동 소멸된다. ©Newsjeju

# 행안부가 거부하면? 제주특별법 개정안 통과 안 되면... 말짱 도루묵?

허나 15억 원이나 되는 혈세를 들여서 추진한 이번 공론화 과정이 모두 허사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미 행정안전부에선 제주도의 행정체제 개편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데다가, 체제 개편을 위해 선행해야 할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아직도 국회에 계류돼 있다. 올해 12월 마지막 회기 중에 해당 법안이 처리되지 못할 경우, 내년 총선 정국에 돌입하는 국회에선 사실상 더 이상의 기회가 없어진다. 

제21대 국회가 마무리되고 22대 국회로 넘어가게 되면 계류 중인 모든 법안은 자동 폐기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무용지물' 얘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조상범 특별자치행정국장은 "행안부에서도 계속 제주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최종적으론 행안부와의 이견이 해소돼야 하나, 완전히 해소되지는 못할거라 보고 12월 중에 국회가 열리면 접점을 찾을 수 있도록 계속 논의하는 중"이라고 답했다.

이어 조상범 국장은 "(행안부에선)현행 주민투표법으로도 행정체제 개편을 위한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이게 법률을 운용하는 부처가 재량권을 갖고 있다"며 "현행 법상에선 '시군을 둘 수 없다'는 조항이 걸려 있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돼야만 확실하게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 국장은 "일반 주민투표법으론 재량적인 요소가 강하기 때문에, 행안부가 확실하게 '제주도에서 건의해오면 하겠다'는 발언이 필요할 정도로 불확실성을 제거할 확실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 향후 일정은?

앞으로의 일정은 지금까지의 추진상황 및 실행방안(기관 구성의 다양화, 사무배분, 재정 등)에 대한 도민보고회를 오는 12일에 실시하고, 연내에 주민투표안까지 제시하게 된다.

우선 행정체제개편위원회에선 이번 도민참여단의 선택 결과를 바탕으로 최종 '권고안'을 마련해 올해 말이나 내년 초께에 제주도지사에게 전달하게 된다.

이에 대해 박경숙 위원장은 "실행방안을 도출해 내기 위해 도민참여단의 숙의토론 결과를 최대한 존중해서 권고안을 만들 계획"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건 없으나 시군 기초자치단체 부활과 3개 행정구역안이 뼈대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조상범 특별자치행정국장은 "권고안이 제시되면 그동안의 숙의토론 과정처럼 권고안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한 뒤 최종 수용 여부를 도지사가 결정하게 된다"며 "그 뒤 주민투표 등의 절차를 밟아나갈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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