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법, 30일 공공하수도설치 고시 무효확인 소송 원고 승소 판결 내려
1심 판결 확정될 경우 증설공사 허가 자체가 무효... 공사 중단 불가피
제주자치도, 최종 패소할 경우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부터 다시 절차 밟아야

제주 동부하수처리장 증설 문제로 월정리 주민들과 시민 단체가 제주도 의회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월정리 주민들은 제주 동부하수처리장 증설을 반대해왔다.

지난해 6월에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월정리 주민들과 갈등을 종식했다면서 자신있게 동부하수처리장 증설공사가 재개됨을 선언했었지만, 또 다른 암초를 만나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는 지난 30일 동부하수처리장 증설공사를 위한 공공하수도설치 (변경)고시가 위법하다며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한 마을주민(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제주동부하수처리장은 제주시 월정리 용천동굴 주변 해안가에 위치해 있으며, 1일 1만 2000톤의 하수를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을 갖추고 있으나 현재 1일 평균 처리량이 1만 1864톤에 달하고 있어 증설이 시급한 상태다.

이에 제주특별자치도는 처리 용량을 현재의 2배로 늘리는 증설공사 계획을 지난 2017년에 세우고 추진해왔다. 허나 월정리 마을에선 이 공사를 극구 반대하면서 공사가 진행되지 못했다.

최근 2년 전부터 제주도정이 공사 재개를 강행하려 하자, 월정리 주민들은 해당 증설사업이 문화재청으로부터 심의를 받지 않은 점과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게 이뤄진 정황 등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법원에 소송을 걸었다.

월정리 해녀들이 제주도청 앞에서 하룻밤을 지새는 밤샘 시위를 벌이며 갈등이 극에 달하자 오영훈 지사가 직접 나섰고, 지난해 6월에 주민들과의 갈등을 종식시켰다며 6년만에 공식적으로 공사 재개를 선언했었다.

허나 당시 주민들이 제기된 소송들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지난 2022년 10월에 제기된 '공공하수도설치 (변경)고시 무효확인' 소송의 원고는 총 22명이었다. 이 가운데 16명이 오영훈 지사의 공사 재개 선언을 기점으로 소를 취하했지만, 나머지 6명은 소송 의지를 꺾지 않았다.

소송 결과, 재판부가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 제주도정이 당혹스러운 상태에 처하게 됐다. 6명의 원고 중 1명은 소송 제기 당시 월정주민이 아니었기 때문에 자격이 없다고 각하하고, 나머지 5명의 청구를 인용했다.

행정에선 증설공사에 적법한 과정을 거쳤다곤 했지만 법원에선 공공하수도설치 고시가 위법하다고 봤기 때문에 제주도정이 이를 뒤집지 못할 경우, 증설공사 허가 자체가 무효될 수 있어 공사 중단은 불가피해진다.

이럴 경우, 제주도정이 공사 재개를 하려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등의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이를 두고 제주녹색당은 "월정리 해녀들의 주장이 맞았다"며 제주도정을 향해 "위법한 동부하수처리장 공사를 당장 멈추고 해녀들에게 공식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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