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엄마가 들려주신 이야기들 중 가장 인상 깊은 이야기가 바로 인어공주 이야기이다. 왕자를 향한 사랑 때문에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마는, 너무 예쁘지만 어찌 보면 너무나도 연약한 모습의 인어공주...

해양수산과에 근무하여 해녀물질공연을 담당하면서 자연스럽게 해녀들을 많이 접하게 됐다. 인어공주처럼 물속을 자유자재로 노니지만, 인어공주와는 많이 다른 모습인 해녀. 햇볕에 그을려 검어진 피부와 짙은 주름, 싸우는 거 아니냐고 오해를 받을 정도로 크고 공격적인(?) 목소리와 말투. 내가 본 해녀들의 공통적인 모습이다. 그래서 처음엔 나한테 화내시는 거 같아 쉽사리 말을 걸어볼 용기도 나지

이렇게 우리 제주의 어머니 해녀는 가족을 향한 사랑으로 오히려 더욱 강인해지고 억척스러워 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경작할 수 있는 땅이 한정 되 있을 뿐만 아니라 토질 또한 척박한 반면, 4면이 바다로 이루어진 제주에서는 바다로 나가 삶의 근거를 찾을 수밖에 없었고, 깊은 바다에 뛰어들어 해산물을 채취하여 가족들이 아이들이 먹을거리를 마련하여야만 했다. 한창 꽃다운 나이 15~16세에 본격적으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해녀 문화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먹을거리가 다양해지고 생활형편이 좋아지면서 사람들은 점차 편리함을 추구하게 되었고, 여성의 교육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직업이 되어 그 전통을 계승할 해녀인구가 점차 줄어들게 된 것이다. 그래서 우리 해양수산과에서는 해녀문화 전승의 일환으로 해녀의 물질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해녀물질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성산일출봉에 위치한 우뭇개 해안에서 성산리 어촌계 해녀들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해녀들이 테왁을 들고 바다에 들어가는 모습과 해산물을 채취하여 나오는 모습 등을 직접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들이 직접 잡은 해산물을 맛 볼 수 있는 뜻 깊은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이렇게 소소하나마 제주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에게 해녀문화를 전파시키고 해녀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켜서 더 나아가 해녀문화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는 데 일조 할 수 있다면, 해양수산과에 근무하는 한 사람으로서, 제주의 딸로서, 그 만큼 보람 있는 일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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