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지역' 타이틀, 낮은 자급률 앞에 '무용지물'
팽배한 지역 이기주의, 도 예산편성 모두 '걸림돌'로 작용

▲ 오일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육계 ⓒ뉴스제주

지난 2일 0시, 제주특별자치도내 타 시·도산 닭, 오리, 메추리 등 가금류 및 생산물에 대한 전면 반입금지가 시행됐다.

이는 지난 9월 24일 전남 영암 소재 육용오리 농가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가 전남 곡성지역 토종닭 포함 7개소(오리 6, 닭1)에서 발생하는 등 확산 추세를 보이고 있음에 따라 확정됐다.

제주도는 타 지역과는 달리 고병원성 AI, 구제역 등 가축질병이 발생할 경우 '반입금지'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로 인해 고병원성 AI, 구제역이 단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은 '청정지역'이라는 타이틀을 안고 있다.

그러나 '청정지역'이라는 타이틀 뒤에는 낮은 자급률로 인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 도내 닭고기 자급률, AI 발생 시 14%로 하락

도내 닭고기 1일 유통량은 22톤이다.

도내산 닭고기 자급률은 평시 50%지만 고병원성 AI 등이 발생할 경우 14%로 하락한다.
타 시·도 생산 종란 반입률이 86%로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

제주도 관계자는 "1일 유통량을 기준, 도내에는 닭고기 314톤, 오리고기 35톤 등 각각 14일, 18일 분량이 남아 당분간 수급에는 어려움이 없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가금류반입금지가 장기화 될 경우, 도내 양계업계를 비롯한 닭을 주로 하는 식당 등 영업점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실제 올해 초 고병원성 AI 발생으로 가금류 반입이 금지됐을 당시 큰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당시 약 두 달여 간 타 시·도산 가금류 반입이 전면 금지됨에 따라 육계용 병아리를 기르는 부화장에서 종란을 확보하지 못해 운영을 중단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또 삼계·치킨·백숙용 육계가 제대로 생산되지 못해 냉동 닭으로 공급되거나 이른 시간 영업을 중지하기도 했다.

# 종란 생산 '종계닭' 없어 자급능력↓

지난 9월 4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70~80년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플러스 토론회'에서 축산정책과 조성철 주무관은 '닭고기 자급률'을 주제로 도내 종계시설 유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날 조 주무관은 "제주에서는 육지부 AI 발생 시 가축 반입을 금지하고 있어 청정지역을 유지할 수 있지만 자급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닭의 종류는 많지만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닭은 크게 산란계와 육계, 종계로 구분할 수 있다.
산란계는 흔히 우리가 말하는 '달걀'을 생산한다.

육계는 식육용 닭으로 '영계'라고 불리는 부화된 병아리와 다자란 닭으로 양계장을 통해 사육된다. 종계는 병아리로 부화가 가능한 종란을 생산하는 닭을 말한다.

현재 도내에서 사육 중인 산란계는 2014년 7월 현재 총 72만4000마리로 달걀 자급률이 100%에 가깝다. 육계의 경우에도 현재 사육두수 65만5000마리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종계의 경우 대정읍 동일리 8000수 규모의 종계사육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도내 전체 수급량 중 14%를 차지하며, 도내 수급률이 안정화되기 위해 필요한 4만수 규모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이다.

# 도내에는 '왜' 종계 시설이 없나?

제주도에서는 지난 2007년 3월 가축계열화 사업의 일환으로 구좌읍 종달리 일원에 부화장, 종계장, 육성장 시설물 설치를 위한 첫 단추를 뀄다.

그러나 이는 같은 해 5월 종달리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로 철회됐다. 이후 종달리 주민들은 종계장 시설 설치 찬성파와 반대파로 대립하기 시작했다.

찬성파 종달리 주민들은 가축계열화 육계사육농가에 참여하며, 육계 시설 설립을 위한 건축 인허가 신청에 나섰다. 하지만 반대파 주민들이 계사신축을 반대하며 또 다시 중단됐다.

계사신축의 반대 이유는 대기오염, 환경오염, 분뇨냄새 등이 작용했다.

이어 2010년 7월 말 국민권익위원회의 중재로 계사신축 반대 주민과 계사 신축 농가 간 개별 시설에서 영농조합법인 결성 단지조성으로 합의가 도출돼 9월 종계 시설이 아닌 육계 사육시설로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이 때 주민들의 대립은 더욱 심화돼 반대주민들에 의해 육계사육시설 건축허가 불허로 인한 행정소송까지 가게 됐다.

하지만 1심에서 환경오염 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사유만으로 개발행위 허가거부 처분은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위법한 처분이라는 판결을 내렸고, 2심 광주 고등법원에서 항소기각, 3심 대법원에서 상고기각되며, 결국 종계장이 아닌 양계장 시설이 설치됐다.

이후 종계장 설치를 위한 시도는 계속됐으나 부지 및 예산 등을 이유로 별 소득 없이 현재의 상황까지 오게 됐다.

# 종계장 유치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

도는 2015년부터 2016년까지 2개년 사업을 통해 2만수 신축 및 8000수 규모의 종계장의 1만2000수 증축을 통해 총 4만수를 채우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그러나 2만수 신축을 위해서 필요한 비용은 최소 25억에서 최대 30억으로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종계시설을 갖추더라도 사육시설이 뒷받침 돼야 자급률이 오르는데 사육규모에 한계가 있다는 것도 큰 문제로 작용한다.

특히 가장 큰 문제점은 부지 선정에 따른 지역주민과의 '소통' 문제이다.

조성철 주무관은 "AI 때문에 육지부 현장 방문 당시 경상북도 외곽 지역에 2층 구조의 종계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며 "하루 3만2000개의 종란을 생산하는데 마을 주민과 상생하는 구조로 운영되더라"고 말했다.

이어 "규모는 작더라도 제주에 이러한 기반시설이 들어설 경우 지역경제 기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외국투자만 살 것이 아닌 내부적으로 편히 살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선입견을 가지고 무조건적인 반대를 할 것이 아닌 실체를 보고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포용하려는 도민 정서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정후 주무관 또한 종계장 유치를 위해서 가장 중점을 두고 생각하는 것은 "주민홍보 및 주민참여"라고 답했다.

이 주무관은 "주민설명회를 통해 주민과 '소통'하고, 주민들을 계열화사업자로 참여하는 방안을 모색해 실업률을 낮추고 동반성장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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