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발 뻔했던 '제2공항 추진상황 설명회'...파행 자초
설명회 자료 분량 5페이지 불과...'요식행위' 의혹

서귀포시 성산읍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파행을 빚은 '제주 제2공항 추진상황 설명회'가 사실상 '명분쌓기용' 행사에 불과했다는 빈축을 사고 있다.

당초 서귀포시는 18일 오후 3시 서귀포시 김정문화회관에서 제2공항 추진상황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 등의 거센 저항으로 인해 무산됐다.

설명회장은 격한 욕설과 고성이 오갔고, 단상을 점거하려는 주민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공무원들의 몸싸움으로까지 번졌다. 주민들은 향후 제2공항 사업 관련 절차에 있어 더욱 강경한 투쟁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행정당국이 주민들의 반발을 예상하지 못했겠냐는 점이다.

   
▲ 지난 18일 서귀포시 김정문예회관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제주 제2공항 추진상황 설명회'가 성산읍 지역 주민들의 격한 반발로 무산됐다. ⓒ뉴스제주

지난달 29일 국토교통부가 성산읍사무소 회의실에서 개최하려 했던 '제주 제2공항 동굴 등 현황조사 및 전략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 역시 주민들의 반발로 진행되지 못했다.

당시 설명회에서도 주민들은 소통 없는 행정당국을 성토했다. 이 자리는 지역 주민간의 갈등으로까지 비화되며 공분을 사기도 했다.

사실상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강행된 '제2공항 추진상황 설명회'에서의 반발은 불 보듯 뻔했다.

부실한 설명회 자료도 의혹을 키우고 있다.

국토교통부 명의로 제작된 설명회 PPT 자료는 11페이지 분량이었다. 이 또한 겉지와 목록 등의 페이지를 제외하면 실질적인 분량은 5페이지에 그쳤다.

자료집의 주 내용은 제2공항 사업개요와 그간의 추진경위 등을 비롯해 입지선정 과정의 투명성, 정석비행장 후보지 탈락 이유, 오름 절취 문제, 제2공항 내 군 시설 논란 등 주민들이 의혹을 제기했던 내용들이 포함됐다.

구두설명을 통해 부연할 수는 있겠지만, 자료의 양은 턱 없이 부족했고 이마저 기존에 나왔던 내용이 반복될 뿐이었다.

애초에 파행을 예상하면서도 명분을 쌓기 위한 '요식행위'가 아니었냐는 의구심이 표출되는 대목이다.

설명회는 열리지 못했지만 기록은 남는다. 경북 성주 사드(THHAD) 배치 문제, 가깝게는 제주 민군복합형관광미항 갈등 등 여타 민감한 국책사업 추진상황의 경우도 이 같은 현상이 반복돼 왔다. 

무산된 행사도 '의견을 수렴하려 했으나 반발로 무산된 것'이라며 스스로 면죄부를 주는 식이다.

제2공항 성산읍반대대책위원회 한 관계자는 <뉴스제주>와의 전화통화에서 "(행정당국이)파행을 예상하지 못했을리 없다. 사전에 대화를 나눴을 때도 설명회가 열리면 맨 몸으로라도 가서 막겠다고 경고를 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분명히 경고를 했는데도 기어코 강행하더라. 수 많은 주민들이 생업까지 내팽개치고 달려갈 수 밖에 없었다"며 "이제 우리 입장에서는 다르게 해석할 수 없다. 투쟁밖에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라고 강경대응을 예고했다.

지역 내 시민사회단체들도 "지역주민들의 갈등을 조장하는 꼼수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제주지역 16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2공항 전면 재검토와 새로운 제주를 위한 도민행동은 19일 논평을 내고 "이번 설명회는 주민과의 협의를 했다는 형식을 갖추려는 꼼수에 불과하다"며 "수천 명의 생존권을 박탈 당할 위기에 놓인 주민들과 행정당국은 그동안 제대로 협의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규탄했다.

특히 이번 설명회는 "지난 2016년에 국회가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부대조건으로 '공항 예정지역 및 소음피해 우려 지역 주민들과의 충분한 협의' 제시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국토부는 더 이상의 요식행위를 중단하고 피해지역 주민들의 정당한 요구를 수용해 사전타당성 조사에 대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검증을 담당할 검증위원회 구성에 나서야 한다"며 "주민들과의 합의를 무시한 일방적인 주민설명회를 즉각 중단하고 피해지역 주민들에게 공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 지난 18일 서귀포시 김정문예회관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제주 제2공항 추진상황 설명회'가 성산읍 지역 주민들의 격한 반발로 무산됐다. ⓒ뉴스제주
   
▲ 지난 18일 서귀포시 김정문예회관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제주 제2공항 추진상황 설명회'가 성산읍 지역 주민들의 격한 반발로 무산됐다. ⓒ뉴스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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